야구 전광판에 7:2가 써있다
홈팀도 안다. 원정팀도 안다. 관중도 안다.
그냥 빼박 7:2다
상대가 7:2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나 자신도 안다.
그리고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전광판 앞에 앉혀놔도 7:2다

바둑은?
그냥 티비를 켰더니 해설과 캐스터가 암말도 안하고
바둑 한판이 진행중이다
어느 한쪽이 궤멸된 상태면 손쉽게 유불리를 알 수 있다
아니.. 아니다
손쉽게라니?
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돌의 사활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저 대마는 두 눈이 없군 -> 두 눈이 없으니 죽었군 -> 그럼 차이가 크군
물론 여기서도 차이가 크다는 것만 인지할 뿐
정확히 몇 집 앞서있는지 칼같이 알기란 힘들다
또한 이 시점에서 정확히 집 차를 계산해냈자 하더라도
종국후의 결과와는 약간 다를 수 있다
유리한 쪽에서 변화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 물러서고 양보하기 때문이다
타 스포츠와의 결정적 차이는
플레이어가 인식하는 스코어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관중도 다르게 본다!
글머리에 야구 이야기를 다시 써보면
지금 7:2상황에서 나도 7:2라 생각하고 상대도 그렇다
상대가 7:2로 여기고 있단 사실을 나는 안다
바둑에서는 흑을 잡은 내가 반면 8집이라 생각하고 안도하고 있을 때
과연 상대 역시 반면8 집이라 생각하고 있는 중인지는 알 수 없다
상대는 어쩌면 반면6 집으로 생각하고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오차없이 해내려면 결국 실력이 필요하다
유불리를 보는 눈에 실력이 결부된다
바둑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바둑이 재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식인님 댓글을 보고 써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