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www.espn.com/mlb/story/_/id/31454952/how-k-became-most-destructive-letter-major-league-baseball
ESPN 선임 칼럼니스트 팀 커크지언(Tim Kurkjian)
역주: 치솟는 삼진, 불문율 논쟁, 젊은 시청자와의 교감 등 프로야구는 현재 기로에 서있다. 이번시즌 내내 ESPN은 야구의 현 상황(The State of Baseball)에 대해 집중탐구할 거라고 함. 이번 글은 삼진에 대한 고찰.
"K"는 굳건하고 인상적인 글자다. 영어 단어 중 12,000개 넘는 단어가 K로 시작하지만, 제일 인상적이거나 멋진 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알파벳 중간에 있는 단단한 자음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 2021 시즌을 보면, K만큼 중요한 글자는 없다--설령 거꾸로 쓰여져있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K는 삼진의 약자이며, 우리가 야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삼진이기 때문이다.
제이콥 드그롬, 게릿 콜, 셰인 비버 등의 도사들이 말그대로 마구와도 같은 구위와 구종을 선보이며 상대를 농락하는 것, 그리고 불펜에서 들어온 중계투수들이 대포를 쏘듯 돌직구를 던지는 걸 보면 경이롭긴 하다. 하지만 이제 피칭이 너무나도 큰 우위를 점해버렸다; 특히, 삼진에 대한 집착은 이제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지배해버리는 상황까지 왔다.
이 시즌을 어떻게 보면 제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건 바로 이 두 에피소드다. 먼저, 필라델피아가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삼진이 일어난 상황에서 2점을 득점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지도 않아서, 볼티모어의 존 민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볼넷, 사사구, 또는 에러가 없는 노히트노런을 던진 선수가 되었다. 민스가 허용한 유일한 주자는 삼진포일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휴스턴 감독 더스티 베이커: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테오 엡스틴(현재 MLB 컨설턴트 역)과도 이야기해봤고, 다른 감독들과도 이야기해봤다. 어제 경기를 봤는데, 3회 동안 인플레이를 시킨 타구가 1개도 없었다. 다들 삼진으로 내려갔다. 난생 처음 본 광경이었다."
MLB 통산 최다 삼진을 기록한 레지 잭슨: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MLB 통산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놀런 라이안: "염려되는 상황이다."
아리조나 포수 스티븐 보그트: "경계되고, 희한한 상황이다."
드라이브라인(Driveline)의 타격총괄이자 필라델피아의 마이너리그 구단 타격코치 제이슨 오차트: "상상 이상이다."
전직 MLB 포수 출신인 프린스턴 대학 야구감독 스콧 브래들리: "상황이 미쳐돌아간 것 같다. 그리고 이게 메이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너리그 통계를 봤는데 한 싱글A 팀은 3경기 동안 70번 삼진을 당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삼진 행진이 MLB 관계자들에게 염려가 되는 이유는 바로 야구라는 스포츠의 페이스에 대한 지적의 큰 부분이자, 특정 경기에서는 말그대로 볼 게 없는 상황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란 것이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는 피칭마운드를 1피트 뒤로 물리는 방법 등, 삼진의 빈도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가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말그대로 임시방편이다; 삼진의 시대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주요 질병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시작되었고,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해야지 이 현상을 막거나 최소한 저지라도 할 수 있을까?
K-존의 시작
삼진의 시대의 시작은 1980년대 중반 정도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보 잭슨, 피트 인카빌리아, 롭 디어, 코리 스나이더, 짐 프레슬리 등의 선수들이 메이저에 등장한 시점이다. 그들은 시즌별로 홈런 약 25~30개,. 그리고 150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5년, 그리고 특히 지난 5년 간 삼진 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부풀어올랐다.
올해 4월, 총 안타보다 총 삼진이 1,092개 더 많았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1달 기간 동안 발생한 제일 큰 격차다. 1시즌 삼진 기록은 아마도 15년 연속으로 갈아치워질 것이다. 2016년, 타석 중 삼진으로 끝나는 비중은 .211이었다. 이 수치는 해마다 상승했다--.216, .223, .230, .234. 현재 이 수치는 .243을 기록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는 MLB역사상 다 최고수치다. 소위 "투수의 해"라고 불리는 1968년에 타석 중 삼진 비율은 .158에 불과했다.
1980년대 평균 경기는 약 9개의 삼진이 발생했다. 현 경기에서는 대략 한 두 배 정도의 삼진이 발생한다. 야구 역사상, 두 팀이 합쳐서 안타가 6개 이하고 삼진이 30개 이상인 경기는 딱 4번 발생했다. 하나는 2015년, 하나는 2018년, 그리고 나머지 둘은 2021년 4월 중 발생했다.
1960년 월드시리즈 7차전, 피츠버그가 뉴욕 양키스를 10-9로 꺾은 경기에서는 삼진이 하나도 기록되지 않았다. 반면, 작년 신시내티-애틀란타 와일드카드 경기는 13이닝까지 가면서 총 37개의 삼진을 남겼다.
잭슨: "난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보다도 많은 삼진을 당했지. 거의 2,600번 정도 삼진으로 물러났을 거야. 하지만 난 20년을 뛰었다고. 환산해보면 1시즌에 삼진 125개 정도지. 요즘 경기를 보면 1번타자들이 1시즌에 125번 삼진을 당해. 전혀 생산적이지 않아. 이 게임은 변했어; 내가 보기엔 안 좋은 방향으로 말이야."
삼진과 관련된 기록은 주구장창 갈아치워지고 있다. 셰인 비버는 올해 4월,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4월에 많은 타자를 탈삼진으로 처리했다 (68). 또한, 경기당 최소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연속 선발경기기록을 세웠다 (20경기). 드그롬은 시즌 첫 4번의 선발로 출장한 경기에서 탈삼진 기록을 갈았고 (48), 5번 경기를 통틀어서 놀런 라이언이 갖고 있던 탈삼진 기록(59)과 동률을 기록했다.
밀워키의 코빈 번즈는 지난주 목요일, 볼넷을 기록하지 않으면서 연속된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58개). 며칠 후, 게릿 콜은 61개를 기록하면서 그 기록을 갱신했다. 번즈는 시즌 시작 후 첫 볼넷을 기록하기 전까지 최다삼진 기록을 여전히 보유 중이다 (56). 양키스의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은 첫 12회 동안 2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피안타 1개당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건데, 더 놀라운 건 이게 최고의 탈삼진/피안타 비율이 아니란 거다. 클리블랜드의 구원투수 제임스 카린착은 올시즌 첫 18.1회 동안 34개의 탈삼진과 3개의 피안타를 기록했다. 이 분야의 1시즌 최고기록은 피안타 1개 당 탈삼진 6개로, 밀워키의 데빈 윌리엄스가 지난 시즌 기록한 수치다.
이러한 삼진 대행진은 야구에게 있어 중요한 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이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1. 투수들의 구위가 말그대로 경이롭다. 엄청하게 난폭하며 제구가 제대로 된다면 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2. 투수들이 삼진을 노리는 경향이 늘어났고, 타자들은 홈런을 칠 수 있다면 삼진은 기꺼이 감수하는 마인드다.
3. 야구업계가 전반적으로 선수들로 하여금 이런 식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훈련해왔고, 조장해왔고, 인센티브를 부여해왔다.
브래들리: "난 야구를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너무 지루해서 보기 싫다."
그렇다면 탈삼진으로 전설이 된 놀런 라이언은 어떻게 생각할까?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가 그의 대답이었다.
구속, 그리고 그에 뒤따라오는 것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렇게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가 많은 경우는 없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94mph다; 10년 전만해도 이 수치는 89mph였다. 이번주 화요일까지의 기록에 따르면, 현 시즌 총 405개의 투구가 100mph 이상으로 기록되었다. 피치 트래킹 데이터가 처음 도입된 2008 시즌을 보면, 시즌 내내 그런 투구는 214개에 불과했다.
보그트: "얼마 전까지만해도 투수가 94~95mph 정도를 던지면 다들 '이야 공 빠르네. 준비 좀 해야겠다' 이랬는데, 이제는 96~97 던지는 애들 보면 '아, 그러네.' 정도의 반응이다. 다들 더 강하게, 빠르게 던진다. 이제 대놓고 직구를 노려야한다. 오프스피드를 노리다가는 직구를 칠 수가 없는 수준이다. 구속이 올라가면서 타자가 공을 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90mph와 95mph의 직구 간의 차이는 낮과 밤의 차이 수준으로 크다. 85와 100의 차이는 뭐 말할 것도 없다. 뉴욕양키스의 애런 분 감독과 그의 3루코치 필 네빈은 최근에 20년 전 경기를 한 번 돌려봤다고 한다.
"그 경기에서 한 타자가 주전투수한테 홈런을 때려냈는데, 우린 서로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어. '저런 투구는 요즘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한테서도 볼 수 없다.'"
2002~2010까지 메이저에서 뛴 탬파베이 케빈 캐쉬 감독은 이리 말한다: "솔직히 요즘 경기였다면 내가 어떻게 공을 쳐냈을지 상상도 안 간다. 20년 동안 정말로 많이 변한 것 같다."
마크 테셰라는 2016년 시즌 직후 은퇴했는데, 그는 메이저에서 뛰면서 총 409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투수가 85~90 정도를 던지면, 볼이던 스트라이크던 그걸 보고 배트를 휘두를지 결정할 시간이 더 있고, 공을 제대로 맞추는 데 덜 세게 휘둘러도 된다. 하지만 95~100 수준으로 던진다면 훨씬 일찍 스윙할지를 결정해야하고, 공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 훨씬 세게, 빠르게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즉, 타자들이 모조리 홈런만 노리는 게 아니라, 그렇게 풀스윙을 해야지만 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니까 그리 하는 거다."
이 현상은 또한 투구를 어디에 꽂을지를 바꿔놓았다.
캐쉬: "오랫동안 투수들은 낮고 바깥쪽 위주로 노렸죠. 하지만 직구가 특정 구속 이상이면,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꽂아도 충분히 아웃을 낼 수 있다는 걸 꺠달았죠."
대부분의 투수들은 이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경기장 전광판에 "시속 100마일"이라는 기록이 찍히는 걸 늘 지켜본다.
애틀란타의 타격코치 케빈 사이처는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메이저에서 뛰면서 통산 삼진보다 볼넷을 더 많이 기록했다. 이는 현 시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제가 뛸 당시에는 전광판에 구속을 표기해주지 않았죠. 투수들이 몸푸는 걸 보면서 대충 감으로 '저건 좀 빨라보인다'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랜디 존슨은 100mph 이상으로 던졌지만, 그걸 수치로 알진 못했죠. 다만 말그대로 불덩어리를 던진다는 건 알았습니다. 놀런 라이언도 마찬가지였고요."
이젠 모두 다 구속, 회전율 등의 중요 수치를 아는 상황이다.
브래들리: "이제 워낙 정보가 많다보니, 타자들이 타격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정보를 맹신하는 상황이에요. 타자들이 타석에 서면 다들 '이 투수는 1-0 카운트에서 43%의 경우 브레이킹볼을 던지지' 같은 식으로 생각을 하죠. 따라서 특정 구종만을 노리는 현상이 훨씬 잦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타자들이 브레이킹볼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제 브레이킹볼을 노리면 직구 못 칩니다. 제가 마이너에 있을 당시, 딕 시슬러가 더블A에서 타격코치로 일하고 있었죠. 그분이 그의 부친(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조지 시슬러)이 직접 써준 편지를 하나 보여줬어요. 첫 줄에 이렇게 써있었죠: '절대 직구에 속지 말라. 투수가 제일 빠르게 던지는 걸 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변화구에는 맞춰잡아라.'"
현재 15번째 시즌을 뛰는 중인 워싱턴의 라이언 지머맨은 요즘 투수들의 구위가 무지막지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투수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지, 그리고 타자들이 이에 맞서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제 투수들이 훨씬 더 빠른 공을 던지죠. 하지만 제가 이제 노땅인데도 그런 공을 여전히 칠 줄 아는 건, 투수들이 투구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투수가 85를 던지던, 100을 던지던 상관 없어요. 3-0, 3-1, 2-0 카운트에서 내가 직구를 노리고 있는데 직구를 중앙으로 던진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타자들이 그걸 칠 수 있어요. 까놓고 말하긴 싫지만, 야구 IQ(Baseball IQ)가 전체적으로 낮아진 것 같아요. 틀딱마냥 '요즘 어린애들은 야구하는 법을 몰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진 몰라도, 최소한 상황판단력과 투수에 대한 분석 정도는 해놓고 경기에 임해야죠."
그러면 더이상 카운트는 중요하지 않은 건가?
"직구 카운트(fastball count)라는 건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2년 전, 다들 페르난도 타티스가 3-0 카운트에서 배트를 휘둘렀다고 비판했죠. 10년 전에는 3-0 카운트면 대부분 한 구는 보내줬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3-1, 3-2 카운트에서도 직구가 올 거라 예상이 가능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 어느 카운트에서도 직구가 날라올 거란 보장이 없어요. 제가 미쳤다고 제가 불리한 0-1카운트 만들려고 초구 직구를 그냥 보내버릴까요? 어쩌면 그게 제가 타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직구일 수도 있는데? 구속이 올라간 건 맞지만, 그게 꼭 공이 쳐내기 어렵다는 걸 의미하진 않아요. 공이 중앙으로 몰리면, 아무리 빠른 직구라도 두들겨 맞습니다. 구속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결국 타자들에게 더 문제가 되는 건 바로 직구가 아니 다른 구종이다: 슬라이더, 커브, 커터, 체인지업, 스플리터.
로스앤젤레스 조 매든 감독: "브레이킹볼은 모든 걸 바꿔버렸죠. 다들 원래는 직구가 주 구종이었지만, 타자들은 직구가 아무리 빨라도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해 그걸 때려내도록 적응했죠. 하지만 브레이킹볼이 주무기인 투수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죠."
그리고 이게 타자들이 제일 애먹는 이유다.
지머맨: "직구 외 구종을 던지는 걸 보면 '도대체 저걸 어떻게 치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고, 카운트에 상관 없이 던질 수 있다는 것도 큽니다. 평균구속이 95~98mph인데도 직구 비율이 40% 수준인 친구들이 있어요. 이들은 타석 초구부터 카운트에 상관 없이 모든 구종을 섞어 던집니다. 예전에는 첫 타순이 도는 동안 말그대로 직구만 죽어라 던지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선발투수가 100구까지 가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보니, 다들 처음부터 가진 거 모조리 쏟아붓는 심정으로 온갖 구종을 섞어서 던지죠. 그러면 치기 정말 어렵습니다."
일부 타자들은 이번 시즌부터 사무국이 투수들이 사용하도록 허락한 점액 성분 물질(예: Bullfrog)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한다. 명목상 이러한 성분은 투수들이 공을 더 잘 그립할 수 있도록, 특히 날씨가 추운 상황에서 공이 빠지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을 허락한 거지만, 이러한 성분을 사용하면서 공의 회전율은 더욱 올라갔다. 옷에 스치면 옷이 찢어지는 수준이다.
사이처: "누구를 지목해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직구 외 구종의 구위가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무서워졌어요. 타자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서 '뭔가 바르지 않고서는 공이 저렇게 움직일 수가 없어. 공이 저런 식으로 움직이는 건 난생 처음 봐.'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심지어 그건 슬라이더였죠."
세인트루이스 내야수 맷 카펜터: "올해만큼 치기 더러운 슬라이더와 커터를 많이 본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시카코 컵스의 데이빗 로스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밀워키에 보면 커터를 97mph로 던지는 선수(번즈)가 있죠. 마리아노 리베라의 커터(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구 중 하나로 꼽힌 구종)와 비교했을 때, 리베라의 커터가 애들 장난처럼 보이는 수준입니다."
야구에 도입된 엄청난 양의 애널리틱스와 기술적 발전은 투수들로 하여금 팔의 스피드, 구속, 회전율 등을 향상시키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분: "애널리틱스를 통해 투수들은 그들이 가진 이점이 뭔지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고, 이제 그 이점을 타자에게 맞춰놓을 수 있죠. 즉,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상황입니다."
제이슨 오차트는 애널리틱스를 십분 활용하는 코치다.
"정보와 기술력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현재는 투수들이 타자들에 비해 월등히 앞서있는 상황입니다. 투수들은 게임 상황을 재현해서 훈련하는 게 용이한 반면, 타자들은 그게 상대적으로 훨씬 어렵죠. 실내 타격을 하는 경우, HitTrax나 타구 피드백 시스템이 없으면 말그대로 큰 도움이 안 됩니다. 필드 위에 있으면 적어도 필드 전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지만, 실내 케이지에서 연습하면 시야가 좁아지죠. 배트 스피드가 줄어들고, 발사각도 역시 내려갑니다. 상대적으로 투수는 실내 훈련이 훨씬 더 도움이 되죠. 타자는 투수가 던지는 상황이 아니면 게임 상황을 재현해내기 어려운 겁니다. 투수들은 이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타자들을 상대할 전술과 전략을 짜고 있는 반면, 타자들은 공을 더 세게 때리는 게 진짜로 더 좋은 건지조차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죠."
K당해도 OK
매든: "과거에는 삼진당하는 게 주홍글씨 같은 낙인이었습니다. 이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죠."
놀란 라이언은 커리어를 통틀어 총 5,714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다 탈삼진이다.
"한때는 더그아웃으로 걸어와 자기 스스로 헬멧을 걸어놓는게 굉장히 치욕적인 일로 취급되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타자한테 투스트라이크를 기록하면, 최소한 뭔가 해야한다는 이유 때문에 타자들이 삼진만은 안 당할려는 자세를 취하는 게 보였죠."
사이처: "전 삼진을 싫어합니다. 선수일 때도 코치일 때도 그건 변함 없어요. 삼진을 통해서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조지 브렛은 한 번 이렇게 말했죠: '내가 제일 견딜 수 없는 건 삼진당하는 거야. 가증스러워.'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삼진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폴 몰리터: "전 투수에 따라서, 카운트에 따라서, 경기 상황에 따라서 거의 모든 타석에 타격에 임하는 자세와 스윙을 바꿨습니다. 제가 커리어 말년에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상대하는 상황이면, 그친구가 저보다 역량이 좋은 걸 알고 있으니 그에 따라 자세를 바꿨죠."
오늘날의 타자들은 아름다운 스윙을 갖고 있지만, 말그대로 그 스윙 원툴이다. 투수가 배트가 이동하는 경로에 공을 던져주면, 공이 맞는 순간 1루타가 아니라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장외홈런이 된다. 하지만 투수가 그 경로를 파악하고 거기에 던지지 않으면, 얄짤없이 삼진이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토니 그윈은 생전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난 삼진을 당하는 게 정말 싫다. 차라리 투수한테 땅볼이라도 치고 말겠다."
그윈은 커리어 중 1시즌에 40번 이상 삼진당한 경우가 없다. 반면, 텍사스의 조이 갤로와 신시내티의 유지니오 수아레즈는 이번시즌 4월에만 40번 삼진을 당했다.
베이브 루스는 1시즌에 100번 이상 삼진당한 적이 없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 루 브록은 1970시즌에 자신이 99개 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걸 알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 결장했다.
프랭크 로빈슨은 자신의 최악의 시즌은 1965라고 말한 적 있다. 그는 그 해에 33홈런과 113타점을 기록했지만, 자신이 현역 시절 유일하게 100번 넘게 삼진을 당한 시즌이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볼티모어의 크리스 데이비스는 2014년에 100삼진을 기록하는 데 걸린 최단기 경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1900년부터 1963년까지, 어느 타자가 1시즌에 100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한 경우는 94번이었다. 하지만 2019시즌을 보면, 171명의 선수가 100번 넘게 삼진을 당한 걸 볼 수 있다.
그윈은 현역시절 딱 한 번 한 경기에 3번 삼진을 기록한 적이 있다. 조 디마지오와 스탠 뮤지알 역시 마찬가지다. 빌 버크너와 마이크 시오시아는 현역 시절 한 경기에 3번 삼진을 당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월요일까지 기록을 보면, 이번 시즌 한 경기에 4(또는 5)삼진을 기록한 경우가 벌써 56번이다. (1955년에는 그런 경우가 12번 있었다. 1956년 이전 시즌에는 그런 기록이 한 해에 17번 이상 나온 경우가 없었다.)
1900년부터 1990년까지, 뉴욕양키스 역사상 한 선수가 한 경기에 5번 삼진을 기록한 경우는 딱 두 번이었고, 이를 기록한 선수들은 투수였다 (밥 털리, 스탠 반센). 하지만 지안칼로 스탠튼과 애론 저지는 이미 양키스 시절에 두 번의 5삼진 경기를 기록한 바 있다. 2017년, 저지는 37경기 연속 1삼진 이상을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잭슨: "전 2,600번 삼진을 당했고, 당할 때마다 쪽팔려 했습니다. 이해는 되요. 저스틴 벌랜더, 게릿 콜, 클레이튼 커쇼 같은 마술사들을 상대해서 삼진당할 순 있죠. 그럴 땐 이번에 내가 졌군, 하면서 다음에 그를 어떻게 꺾을지 고민하면 되요. 전 타석에 들어서면서 홈런을 치겠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만, 투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는 마인드를 바꿨죠. 만루 상황에서는 공에 일단 배트를 갖다대고 인플레이 상황을 만들어라,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마인드가 요즘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라이언은 타자들의 동기부여 요소가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타자들이 타격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 대부분 자신의 기록에 중점을 두고 임하지, 팀에게 어떻게 승리를 가져올까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타자는 잘 안 보여요. 개인적으로 매우 짜증나는 현상이죠. 카운트가 어떻게 되었던 자세는 변하지 않고, 반대쪽으로 밀어치거나 인플레이 상황을 만드는 것따위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8번타자, 리드오프, 클린업--다 똑같아요. 제가 뛸 당시에 투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자세를 고쳐잡지 않는 선수는 말그대로 희대의 파워히터들 뿐이었죠--윌리 맥커비, 윌리 메이스, 윌리 스타젤."
과거 타자들은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공에 배트를 갖다대 최소한 인플레이 상황을 만들고 싶어했다. 오늘날의 타자들은 자신이 노리고 있는 피치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2004년, 애덤 던은 66번 루킹삼진을 당했다; 이는 테드 윌리엄스의 커리어 중 어느 시즌의 삼진보다도 더 많은 기록이다 (루킹이던 헛스윙이던). 2018년, 시카고의 요안 몬카다는 85번의 루킹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워싱턴의 커트 스즈키는 113번 타석 연속 초구에 스윙하지 않는 대기록을 세웠다.
투수들은 이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카운트에서 앞서나간다. 투스트라이크를 잡으면, 이제 헛스윙을 노릴 구종이 두세개는 된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삼진 비율이 치솟는 동안 볼넷 비율은 근소하게 내려갔다. 1989년에는 그 어느 투수도 12삼진 무사사구를 기록한 적이 없었고, 1990년에는 딱 한 번 그런 기록이 나왔다. 2019년에는 그런 경기가 24번 나왔다. 올해는 이미 그러한 경기가 7번이나 나왔다.
타자에게는 삼진당하는 게 그리 크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보그트: "투수들은 맞춰잡으려고 던지는 게 아니에요. 이젠 초구부터 헛스윙을 유도하는 거죠."
투수들의 마인드 전체가 변했다는 거다.
지머맨: "제가 데뷔할 즈음에는 사람들이 3구 이내에 뭔가 액션을 원했어요. 이제는 0-2 카운트가 되면 투수들은 머릿속으로 '그럼 이제 3구 동안 삼진잡을 기회가 있군' 생각하는데, 정신차려보니 3-2에요. 세게 던지는 애들 중에 진짜 투수로 살아남는 법을 아는 친구들은 흔치 않아요."
게임의 흐름 자체가 젊은 투수들에게 구속을 끌어올리고 삼진을 노리라고 가르치고 있다. 2년 전, 트리플A의 한 경기였다. 주자 없고 투아웃, 0-2카운트 상황이었다. 타자는 파울플라이를 쳤고, 3루수가 이를 잡아 아웃을 기록했다. 그러자 투수는 플레이가 끝난 후 이렇게 물었다 한다: "왜 잡은 거임? 놓치면 내가 삼진 잡을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건데. 삼진을 무조건 잡아야한다고. 안그러면 메이저에 절대 못올라간단 말이다."
메이저에서 3루수로 뛰었던 버디 벨은 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말이 되는 소리에요? 그냥 저 열받게 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죠?"
아냐, 버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공을 위로 올려쳐라
이게 바로 타자들에게 야구계가 주입하는 생각이다.
로스: "우린 이제 야구를 하는 게 아니에요. 홈런을 치려고만 하는 거죠."
발사각도. 타구속도. 장타율. 매일마다 타자들이 듣는 말이다. 수비가 없는 곳으로 땅볼을 보내라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보그트: "게임이 변한 거죠. 배트를 조금 더 짧게 잡고 일단 배트를 맞추는 건 더이상 없다고 봐도 됩니다. 최대한 공을 세게 치라는 거죠. 어떤 상황에서든 홈런을 노리는 풀스윙을 하도록 강요받는 겁니다. 타자들에게는 장타율과 세게 치는 것을 가르치면서, 투수들은 헛스윙을 노리니 그야말로 일종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거죠. 대부분의 타격 관련 논의는 파워히팅과 장타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배트를 짧게 잡고 갖다맞추는 것은 더이상 논의되지 않습니다."
지머맨에게 타자들이 무조건 홈런을 치려고 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100%, 의심할 여지 없습니다. 하지만 팀들은 그걸 바라고 있죠. 제가 만약 조이 갤로였다고 생각해보죠 (갤로에게는 미안하지만). 제가 홈런을 치거나, 볼넷을 얻거나, 삼진을 당하던가 하면 저한테 거액연봉을 준다는데요? 팀들이 애널리틱을 비롯해 이것저것 쓰고 있을텐데, 그들은 그렇게 홈런을 노리는 타자들이 더 값어치가 나간다 평가하는 거죠. 팀들이 그리 결정했다는데, 그러면 선수들은 그렇게 하니까 직장이 구해지는데 굳이 왜 변하려고 할까요?"
애널리틱에 따르면 삼진은 아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삼진이나 2루앞 땅볼이나 동일하고, 병살타를 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1900년부터 1960년까지, 어느 팀이 15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하면서 승리한 경우는 딱 22번이었다. 2019시즌에만해도 그런 경우는 46번 일어났다. 올 시즌에는 이미 그런 경기가 19번 있었다. 2020년, 디트로이트는 역사상 처음으로 25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되었다.
라이언: "제가 휴스턴에서 고문으로 일할 때, 휴스턴 수뇌부가 삼진은 마이너스요소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해가 안 가더군요. 마이너스요소가 아니라면, 마이너리그에서는 왜 마운드를 뒤로 미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을까요? 야구라는 게임에 있어 삼진이 너무 많은 건 마이너스 요소란 걸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진의 발생빈도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죠."
많은 전직 선수들은 애널리틱스의 결과와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다.
잭슨: "요즘 타자들은 너무 애널리틱스에 의존해요. 그들에게 애널리틱스로 나오는 수치는 저, 행크 애론, 윌리 메이스, 웨이드 보그스 등과의 토론보다 훨씬 더 중요하죠. 그래서 결국 언쟁으로 귀결됩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워요. 이게 야구의 현재 상황이죠. 마이너리그, 대학, 고교야구, 그 어디에서든 다들 이런 요소들을 가르치죠. 먼저 공을 중앙에 맞추는 방법, 그다음에 공을 퍼올리는 방법. 홈런을 대놓고 노리는 타격방식이죠. 애널리틱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머리가 매우 좋다는 건 잘 압니다. 그들의 일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애널리틱스 담당자가 아직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경우는 없죠."
라이언은 그보다 더 나아갔다.
"까놓고 말해서, 야구를 해보지도 않은 코치들이 너무 많다 생각해요."
메이저리그 코치들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전직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브래들리: "야구는 골프가 되어가고 있죠. 골프를 보면, 다들 스윙 코치가 있어요. 메이저리그 팀들도 이제 타격코치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찾은 스윙 코치를 기용하고 있어요. 그중 일부는 정말로 스윙을 분석하고 교정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스윙만으로는 메이저에서 타자로 살아남을 수 없어요. 제 야구인생에서, 스윙은 형편없었지만 정말로 훌륭한 타자인 선수들을 많이 만나봤어요. 그들은 배트 배럴을 조절할 줄 알고, 설령 유인구에 속아도 스윙을 교정해서 반대쪽으로 밀어서 안타를 쳐내는 재능을 갖춘 친구들이었어요. 깨끗한 스윙을 가진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것과 시합에서 효율적인 타격을 하는 건 별개의 문제죠."
이렇게 언급된 스윙 코치에는 오차트도 포함된다. 오차트는 스윙/타격코치로 필라델피아 3루수 알렉스 봄을 비롯해 많은 타자들을 도운 바가 있다. 오차트는 프로로 뛴 적은 있지만, 매우 잠깐이었다.
"그런 비판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저라도 100타를 못치는 사람한테 골프 레슨을 받으면 뭔가 기분이 이상하겠죠. 하지만 전 결국 기술, 타구 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많은 타자들을 도와주면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저같은 사람이 이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틈은 매우 좁습니다. 그리고 제가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생활하면서 타자로 살아남는게 어떤 느낌인지 안다 같은 헛소리는 안할 겁니다. 하지만 타자들과 일해보면, 그들이 스스로 제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인지하더군요."
짧게 잡고, 일단 갖다 대봐라
혹자에게는 저 문구가 삼진 천하에 대한 대책이 될지도 모른다. 번트를 내려놓던가, 시프트가 보이면 반대쪽으로 공을 보내서 안타를 만들던가. 말만 들으면 참 쉽지만, 15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배트를 휘둘러온 선수들에게 스윙을 지금 뜯어고치라고 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뜯어고쳐가는 스윙을 갖고 맥스 셔저같은 투수를 상대한다라? 행운을 빈다.
지머맨: "개인적으로 되게 웃긴게, 제가 친구들이나 아버지, 지인들과 이야기해보면 다들 '내가 보던 야구에서는, 그런 상황에서 다들 배트 짧게 잡고 구멍이 뚫린 데로 땅볼을 보냈지'라고 한다는 겁니다. 선수가 없는 대로 마음대로 공을 쳐서 보내는 건 절대 쉽지 않습니다. 메이저에 다다른 선수들은 다 평생 어떠한 유형의 타자로서 역량을 갈고 닦아 거기에 다다른 선수들입니다. 그중 상당수가 파워히터고, 공을 세게 때리는 걸 배운 선수들이죠. 한평생 그렇게 스윙하다가 갑자기 메이저에 와서 공을 원하는 대로 뿌리는 교타자가 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번트는?
"다들 페넌트레이스가 마무리되어갈 시점인 9월까지 기다렸다가, 접전이 되면 번트를 대려고 하고 그러는데 대부분 시즌 내내 번트를 한 번도 안 대본 상황이에요. 이제 누구도 번트의 위력을 믿지 않지만, 갑자기 시즌 마지막 30경기와 포스트시즌이 되면 다들 번트에 환장해요. 하지만 번트를 해보지도 않고 연습하지도 않아서, 실전에서 해보면 제대로 번트를 대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리고 그걸 바라는 게 어리석은 거죠."
시프트는?
"다들 '일단 공을 맞춰'라고 하는데, 팀들은 10만여 개의 타석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립니다. 어떻게든 공을 맞추면, 항상 거기에 수비수가 4명 정도 배치되어 있어요. 아슬아슬하게 내야를 벗어나는 땅볼안타들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도를 안 하죠. 차라리 시프트를 아예 넘겨버리는 게 더 승산있다 판단하는 거에요. 어짜피 정교하게 맞춰도 수비한테 걸릴 거, 그냥 세게 때리는 데 집중하게 되고, 그런 스윙을 하면서 삼진 비율이 높아지죠. 야구선수들은 허접이 아니에요; 실수는 흔치 않습니다."
어쩌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10대 초반 어린애들에게 타격연습 때 공을 무작정 하늘을 향해 띄우는 게 아닌,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미 유소년 야구는 공을 띄워올리는 스윙을 가르친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홈런더비가 있으니, 말 다했다.
브래들리: "애들은 프로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하죠. 고등학교, 대학교를 보면 보일 겁니다. 이제 10세, 11세 애들조차 스윙 코치가 붙어있죠. 그래서 그 코치들이 선수들로 하여금 어떤 타자가 되고 싶은지를 잘 가르쳐주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감독하고 있는 프린스턴으로 애들이 오면, 다들 공을 퍼올리는 스윙을 하죠. 그래서 선수들한테 '넌 어짜피 위로 쳐봤자 홈런칠 거리가 안 나오는데, 도대체 왜 그리 퍼올려치는 거냐'라고 묻곤 합니다."
투수들의 증가된 구속에 맞서기 위한 타격 교정은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테셰라: "그냥 '이렇게 해'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죠. 타자들은 변화에 스스로를 바꿔갈 필요가 있습니다. 구속과 애널리틱스 관점에서 볼 때 현재 타자들은 많이 뒤쳐져있어요. 그리고 이걸 교정하는 데는 최소 한 세대 이상 걸릴 겁니다. 10년 전 15세였던 애들은 이제 메이저에서 뛰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배트 짧게 잡고 일단 공을 맞춰'라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까요?"
변화가 일어날 수는 있을까? 돈이 움직인다면 가능할수도 있겠다.
사이처: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봅니다. 현 구조가 삼진당하는 걸 포상하는 제도라 보진 않지만, 삼진을 감수하면서 그에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것을 후하게 보상하면서 삼진에 대한 어떤 페널티도 없다라? 만약 연봉협상에서 삼진 때문에 연봉이 깎인다, 그런 상황이 되어야지만 변할 겁니다."
지머맨도 이에 동의한다.
"팀들이 출루하고, 도루하고, 삼진당하지 않는 선수들을 그에 맞춰 보상해주면 선수들은 당연히 그 흐름에 따라갈 겁니다. 언젠가는 그런 시대가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분명 최소 몇 년, 어쩌면 10년 넘게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동안, K는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글자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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