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공을 던지고 치는 행위에 의미를 불어넣었던 이름.
한이 맺혔고 치가 떨리지만 흥얼거릴때마다 아직도 고양감을 주는 그 이름.

떡하니 나의 뇌리에 박힌, 그 순백의 공.
밥숫갈을 넘길 때도 눈을 감을 때도 나는 그 공을 놓은 적이 없다.
은파를 닮은 그 빛을.

nㅐ 이름을 걸린 세차장에서 차를 씻을 때도 그 만한 빛은 발현하지 못했다.
행인들에게 거품이 튈 정도로 문지르고 씻어냈음에도.
시간이 아스라히 흐른 만큼, 기억에도 때가 끼어 소화되길 바랬건만

장독의 청주가 맑아지는 것 마냥 오히려 더 선명해진 그날의 흔적들이 나를 좀먹는다. 다짜고짜
인사를 청하던 어느 동양인.
분에 넘친다 싶었던 과도한 칭찬.
들뜬 감각, 첫승의 눈 앞에
도사리던 유혹. 끝내 넘기지 못한 그 유혹.

안한다고, 단호히 거절했다면, 조금은 미련을 떨칠 수 있었을까.

써먹지도 못하고, 그 날의 아이패드는 분풀이에 산산조각이 났다.
먹구름을 닮았던 그 빛깔. 구역질이 다시금 올라왔다.
은은한 소음이 나를 깨운다. 또 차의 색이 나를 잡아먹었다.
지친다. 언제쯤이면 이 감정을 묻고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