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이후 리그 차원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넓힌 적은 두 번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전례 없던 타고투저가 펼쳐지면서 2001시즌 후 스트라이크 존을 넓힌 적이 있었고 

10구단 창설과 외국인 쿼터 확대 이후 2015년부터 또다시 미증유의 타신투X 시대가 이어지면서 2016시즌 후에도 스트존을 확대했죠.


효과는 생각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즌이 끝난 뒤 KBO가 대응에 나섰다. 리그 사상 최초로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결정했다. 그때까지 관행적으로 ‘타자의 벨트’로 설정됐던 스트라이크존의 상한선을, 야구 규칙대로 ‘타자 어깨와 벨트의 중간부분’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위쪽으로 무려 15cm(!) 정도 높아질 거라는 ‘공식 설명’도 나왔다. 요즘 같았으면 야구 커뮤니티 게시판들이 폭발할 급진적인 변화다. 하지만 아직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하기 전이던 당시에는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알게 된 사람들도 다들 그러려니 했다. ‘핸드볼 야구’를 고치기 위해 ‘할만한 대응’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야구공작소발 자료인데, 스트라이크 존이 높은 쪽을 위주로 넓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거의 20% 가까이 면적이 늘어났죠. 당연히 볼넷도 15% 가까이 줄어드는 등 즉각적인 효과를 봤습니다.

슬래시라인 변화를 보면...

2001년 .274 .357 .420 .777

2002년 .263 .335 .412 .747

2016년 .290 .364 .437 .801

2017년 .286 .353 .438 .791

공통적인 부분은 순출루율이 1푼 가량 떨어졌다는겁니다. 첫번째 변화에서는 타율까지 동시에 떨어지면서 OPS가 크게 감소했지만, 두번째 변화에서는 킹인구 덕분에 여전히 고타율이 유지되었고 극타고투저 기조 또한 이어졌습니다.

2021년의 리그 슬래시라인은 .260 .346 .383 .730 입니다.

타출갭이 2001시즌과 거의 비슷한데, 이때의 변화를 그대로 대입하면 내년의 슬래시라인이 .250 .325 .370 수준이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피OPS 0.6대... 마지막 ERA 3점대 시즌이었던 2012년 시절로 돌아가는 거죠. 게다가 각 팀 타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0대 초중반 타자들의 에이징 커브까지 감안한다면..? 

물론 저정도로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걸로 봅니다만, 2016년처럼 출루율 1푼 정도만 떨어져도 체감이 확연히 되는건 마찬가지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