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에 대한 고민이 있다. 긴글 들어줄 수 있는지…

야갤러 · 2024.07.24 00:45:09

입사 한달이 채 안됐는데 정말 퇴사가 마렵다

프론트 직원이고 이번달 1일에 입사한 수습임

근데 이전에 프론트 업무를 안해본건 아닌데

예전의 경력이 너무 오래전이고 이번엔 업장 업무가 많이 달라서 경력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일주일 전에는 3개월 다녀보고 결과에 따라 결정하자 생각을 했고

며칠전에는 이번달까지만 다니자 생각했고

오늘은 내일근무 후 휴무 이틀 쉬고 그 다음날 퇴사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왜 3개월을 보려고 했는지. 이런 부분엔 사정이 있다

많이 김…

1. 원하던 업무가 아님

현 보직이 프론트 업무인데 내가 원해서 프론트 업무를 지원한게 아니다

공고를 보고 입사한게 아니라 사장 지인을 통해서 면접을 봤다

사장이 지인에게 적당히 똘똘한 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공대 출신이고 이전에는 다른 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이 회사에 들어간 이유는 좀 편하고 보장된 회사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이 업장과 내 전공은 전혀 관련이 없긴하다

지인에게 건너들어 사장이 말하길 나에게 어느정도 보수를 주고 어떤 업무를 하게될지는 듣게 됐다

지인 왈 내 이력서를 보곤 과연 이 회사에 대해 내가 만족하려나 싶었다고 했다

사장에게 다이렉트로 꽂힌 이력서로 인해 면접이 급하게 잡혔고 면접에는 본부장, 상무, 실장이 와서 인터뷰했다

면접에 응해보니 나보고 프론트에서 이 업장의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좀 전반적으로 업무에 익숙해지면 보직을 변경해주겠다 했다

면접관이었던 상무나 실장은 일단 1년 이후라고 면접장에서 그랬지만 사장이 따로 귀뜸 해주기로는 3개월 후에 수습기간 끝나면 괜찮은 보직으로 이동시켜 주기로 했다

2. 너무 짠 연봉과 보직 이동을 해도 나아지지 않을 처우

입사한지 2주쯤에 곧 퇴사할 대리랑 30분간 얘기할 시간이 생겼다

대리는 자기가 2년 넘게 여기 다니면서 있었던 얘기와 보너스, 연봉, 처우 등을 말해줬는데

결국 입사전에 내가 들었던 조건들은 앞으로 1,2년이 지나도 받을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내 기대와 그 대리가 받고있는 것들은 딱 봐도 너무 괴리감이 들더라

아무리 사장이 따로 신경을 써준다해도 불가능한 것들이더라

그리고 보너스나 추가수당 없고 명절 떡값도 없다더라

그리고 며칠전에 업장에 큰 행사가 있었는데 사장 빼고 온 직원이 주말에 나와서 개고생을 하는걸 봤다

나는 프론트에 있었어서 개고생에 참여는 안했지만

사무실 직원들이 토요일 10시에 땀뻘뻘 흘리면서 행사 마무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보직을 옮겨도 미래가 저거겠구나 싶더라

3. 소외감과 업무 난이도

일단 직원들이 대부분 1,2년 이상씩 일한 사람들이다

왜인지 신입들은 금방 그만둔거 같다. 아니 이젠 좀 알거같다

그 사람들 사이에 내가 얼른 융화되는걸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자기들끼리 무언갈 하려는걸 몇번이고 느끼면 확실히 마음 상하긴 한다

예를 들어 나 빼고 식사를 한다던가 나빼고 간식을 먹는다던가

프론트이기 때문에 한명 이상은 반드시 남아야하는건 맞지만 그렇다고 수습인 날 남겨두고 4명이서 먹으러 갔다 온 다음 내가 먹는건 좀 소외감이 느껴지긴 하더라

딱히 대놓고 따돌림까지는 아니긴하고 간혹 나한테도 신경을 써주긴 하지만 아마 오랫동안 자기들끼리 일해왔으니 나를 생각 못하는 무심함이 무의식적으로 있는거 같다

따돌림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따돌려봤자 내가 퇴사하면 직원이 부족해서 자기들만 손해다

내가 들어와서 이제야 휴가가 좀 돌아간다고 하더라.

그리고 얘들도 업무시에는 잘 대해준다

그냥 대화나 무언갈 할 때 자기들끼리가 편한 느낌이고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걸 잘 안다. 하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소외감은 인간으로서 들 수 밖에 없는거 같다

거기다 나만 남자라서 그런 점도 없잖아 있는거 같고

남자들은 알지 않나. 홍일점이면 여자직원 소외감 느끼지 말라고 배려하려 하는거

청일점이면 반대인거 같더라. 어느정도 얘긴 들었긴 했지만 음…

내가 다른 업장에서도 일해봤지만 청일점인건 처음이라 좀 느낌이 다르더라

그리고 업무난이도가 정말 높다

솔직히 프론트가 아니라 그냥 계산 카운터다

손님들 카드 받느라 정신이 없다. 현실 디펜스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내가 다른 호텔에서 있었을 땐 서비스가 주 업무였다면 여긴 그냥 하루종일 계산만 한다

서비스는 무뚝뚝이 기본응대고 거기다 손님들도 개차반이다

나는 친절이 기본이라고 생각해서 이전에 일했던 것처럼 했더니 직원들 왈 너무 과하게 친절하면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해야하니 하지말라고. 한마디로 나대지 말라고 하더라

아 이게 여기 마인드구나 이딴게 프론트인가 싶었다

그렇다고 계산만 하기에 손놈한테 욕을 안처먹는것도 아니다.

위에 말했듯이 나는 진짜 개저씨들만 모아놓은 집합체가 이 업장이 아닌가 싶었다

편의점보다도 진상이 많다. 편의점 손놈들이 훨씬 더 착하다

일주일 다녀보고 느낀 점이 얘네 왜 이돈받고 여기서 일하지? 였다

당장 몇년전에 호텔에서 일할 때만 해도 급여는 비슷한데 일은 훨씬 쉬웠다

거기선 그냥 친절을 팔면 됐었는데 여기는 머리털 빠지게 손님들 계산에 곤두서있다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여기서 비슷한 급여를 받는지 기존직원들한테 궁금해졌다

얘네가 다른 회사를 안다녀본건가 싶기도 했고

아 추가수당이 존나 많아서 버틸만 한건가 싶기도 했는데

그냥 다니는거더라. 솔직히 나는 이돈받고 이렇게 일 못한다…

4. 자존심..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사실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급하게 퇴사를 마음먹은 적이 없었다

순탄하게 다니다가 적당할 때에 좋게좋게 그만뒀기에 이번의 경우는 좀 어색하달까

그리고 이번엔 왠지 모르게 남의 눈이 신경쓰인다

한동안 서비스업을 안해서 그런가, 이 업장의 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좀 걱정되긴한다

내가 마음이 약해서 그런가

내가 퇴사한다하면 겨우 하루이틀 잡음날게 뻔한데

처음에 들어와서 인사할 때 나는 보장된 좋은 미래가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오래 다니겠다 열심히 하겠다 ” 그랬단말이지

어차피 충성심이 아닌 돈 벌러 직장 다니는거니까 그딴 말 안지켜도 그만인데 ㅋㅋ…

그냥 과거에 그런 말 너무 자신있게 뱉은게 부끄럽다는 느낌이 드네

나 입사전에 한달만에 퇴사한 직원은 좋은 곳 취업해서 그만뒀다는데 나도 그런 핑계거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적성에 안맞아서 그만둔다고 하려니 좀 창피하고 그런 면이 있어

사장이랑 약속한게 있었는데 다니다보니 아닌거 같다 같은 솔직한 말 하자니 내 얼굴에 먹칠하는거 같아서 그것도 그렇고

그러고보니 나 마주치는 타부서 직원들마다 오래 다녀달라 자꾸 말하던데 오늘도 들었고

역시 하루라도 빨리 퇴사하는게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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