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정각, 양복쟁이들이 점심을 먹기위해 쥐때마냥 몰려나오는 시간. 나는 비로소 눈을뜬다.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계속해서 눈을 때리고 나서야 방 밖으로 기어나온다. 닳아 찢어진 내의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음부의 가려움을 달래는 꼴이 퍽 우습다.
홀로 선 집 안은 적막하다. 박사의 아버지는 응당 일터에 갔을거고, 어머니는 박사가 대입에 3번째 도전할때부터 부족해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식모살이를 사작했다. 부모님 외에 그에겐 남동생이 하나 있지만 그의 3번째 대입도전 실패 이후 형에게 제발 정신좀 차리고 군대나 가라고 한 순간부터 관계는 틀어져 이제 말도 않는다.
텅 빈 동생방을 바라보니 그때의 생각이 나 박사의 기분이 더러워진다.
“싸가지 없는 놈이노. 내가 내년에 의대가고 의사되면 돈 빌려달라는 소리하면 얄짤도 없을거노 ㅆㅂ럼.”
예정된 박사의 대입 5번째 도전은 남동생의 군입대가 전제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노박사는 그런 사소한 문제따윈 생각치 않는다.
속으로 간단히 화를 풀어준 뒤 노박사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으로 향한다. 익숙하다는 듯 찬장에서 라면을 꺼내 끓인다. 짜게 끓여진 라면을 후후 불며 그의 낡아빠진 구식 휴대폰으로 디시앱을 접속한다.
“서울대 합격 ㅇㅈ”
“현역 설공 ㅁㅌㅊ”
“사수생 성불합니다”
“드디어 붙었다 ㅅㅂ”
박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글들이 가득하다.
“ㅆㅂ롬들 운좋아서 붙어놓고 자랑질 하기는 ㅋㅋ 저능아들은 꿈이 작아서 문제노 그렇게 해서는 진리에 도달할 수 없노”
-박사는 절대 본인이 며칠 전 서울대를 떨어져서 심기가 불편한게 아니다. 그저, 진리함양도 안되어있는 저능아들이 설치는 꼴이 보기 싫을 뿐이다.
박사는 이러한 덜떨어진 아해들의 정신상태를 계몽하기 위해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일장연설을 써내려간다. 글을 게시하자 온갖 조롱과 비추천이 쏟아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본디 진리는 쓰고 거짓은 달콤한 법.
노박사는 지금껏 긴 시간동안 수많은 수험생 커뮤니티와 공스타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진리를 전도하였지만 그 진리의 본질을 깨우친 이는 손가락에 꼽는다.
그렇게 계속된 진리 설파와 이어지는 조롱글의 반복으로 어느새 갤 글 목록에는 노박사의 이야기만 가득하다.
노박사는 온 몸에 피가 머리로 향하는 것을 느끼며 깨나 즐거워한다.
그 이유가 단순히 관심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저능아들의 관심이라도 그 관심으로 본인의 진리를 관철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는 박사 자신만이 알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저능아들을 계몽하고, 컴퓨터 오락을 즐기고, 입에 무엇을 집어넣고,은밀한 욕정을 스스로 해결하고를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진다.
해가 지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온다.
노박사는 저녁을 거른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마주보며 수저를 뜨는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군것질을 많이 해서 그런 것 이다.
아버지의 군소리와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가가 싫은 것이 아니라, 순전히 오락하며 까먹은 과자 때문에 배가 불러 그런 것 이다.
아버지가 말하는 명문대학을 합격한 직장 동료의 고3자녀 이야기와 어머니가 말하는 친구 아들내미의 군입대 얘기가 듣기 싫은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밥을 먹기가 싫어 그런 것 이다.
그래야만 한다.
방밖에서 들리는 부모님의 한숨소리를 못들는 것인지, 박사는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워 몇시간이고 물2갤을 정화하고 저능아들을 계도하며 하루를 마친다.
내 이름은 노박사. 행복한 예비 오수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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