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아저씨한테 미움을 사서 계산대 모니터에 블랙리스트로 올랐는데

오늘 매장에서 아저씨랑 얼굴을 마주치니까

아저씨 눈빛이 '얘가 또 왔어?'이런 느낌이더라

나로서는 설마 감정적인 실수 때문에 지속적으로 적대할까.. 생각했는데

그간 감정이 스스로 해소되지 않았고

나를 그저 안 보길만 바라는거 같더라

저번에도 아저씨한테 단순히 계산받을 때 감정적으로 안 맞춰준거 때문에

아저씨가 바로 매장 모니터에 엉터리 악평을 써갈겨서 

나로서도 솔직히 아저씨가 제대로된 행위를 했거나 제정신인 상태라고는 생각이 안되는데

다음번에도 매장에 방문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아저씨도 업보를 그만 쌓기를 바래서 매장에 이제는 그만가려고 한다

물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이라서 손실이 크고

아저씨가 정상적인 대응이 아니라 선을 많이 넘는 대응을 했음에도

항의 한번 안하고 내가 물러나는게 일말의 속끓음이 없는건 아니다 

다만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이 

본인의 자택에 전주 관아의 아전이 들이닥쳐서

거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순순히 빌려줘서 

주변 사람들이 왜 생면부지의 인간에게 돈을 꿔줬냐고 물어봤을 때

'저 자의 눈빛을 보니 잃을게 없어서 돈을 안 빌려주면 살인할거 같았다'란 고사를 온고지신한 셈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나라고 아저씨한테 감정적으로 복수할 방법이 전무한건 아니다.

하지만 그 아저씨를 큰 길에 나갈 때면 거의 매번 보는데다가

동네에 진짜 원수를 만들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이다.

내가 정말 걱정하는건

그 아저씨가 불선업(不善業) 때문에 나중에 업보를 받을까봐 두려울 뿐이다.

내가 매장에 그만 가기로 결정한 것도

내가 매장에 갈 때마다 아저씨가 업보를 쌓는걸 각오하고

나에게 감정적으로 보복해서 업보를 있는대로 쌓을까봐 걱정된게 더 앞선다

나 역시 불선업 때문에 이런 업보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다만 불교 신자답게 첫번째 화살은 못 피하더라도 두번째 화살부터는 피했다고 위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