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 안에 숨어있는 페미코드

1. 이브: 누구나 아는 성경 속의 이브. 이브가 여성이라서 페미코드라는 게 아니다. 노래가사와 결부시켜 해석할 경우 이브는 가부장제의 금기(=아버지가 내린 사과를 따먹지 말라는 명령)를 깨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주도적인 여성을 상징하며, 그래서 페미코드라는 거다. 특히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가사는 이 부분이다. 

 ‘웃어 웃어 더 인형이 되렴

덮어 덮어 다 감정 따윈 다

싫어 싫어 난 인형이 아냐

찡그린대도 그것도 나야

보지 말라 보고 파 날 둘러싼 이 금기들’

‘여성은 순종적일 필요가 없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말라’, 와 같은 페미가 입에 달고 다니는 구호들이 금기라는 단어로 함축된다. 가부장제(신, 아버지)의 금기를 깨고 사과(페미니즘)를 따겠다, 는 메시지를 상징하는 기호로 이브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프시케: 이브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어쨌든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아는 사람은 아는 인물이다. 이야기가 길어 여기서 소개할 수는 없으니 자세한 설화가 궁금하면 검색해볼 것. 다만 중요한 핵심은 프시케 역시 금기(에로스의 얼굴을 확인하려든 것, 열어서는 안 되는 미의 상자를 연 것)를 깨는 인물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시케는 한술 더 뜬다. 프시케는 시종일관 아프로디테의 괴롭힘을 당하는 인물인데,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의 ‘시어머니’ 다. (남편인 에로스의 어머니가 아프로디테임). 네이트판이 생각나지 않는가? 프시케 역시 가부장제의 금기를 깨고 시어머니와의 지난한 싸움 끝에 결국 신의 지위를 쟁취하는 페미니즘적 상징으로 사용된다. 

3. 푸른 수염의 아내: 아마 제일 아는 사람이 적을 것 같은 이야기다. 샤를 페로라는 동화작가가 쓴 이야기 중 하나이다. 샤를 페로는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이야기도 썼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예전에 ‘푸른 수염’이라는 별명을 지닌 귀족이 살고 있었다. 귀족은 많은 아내와 결혼했으나 아내들은 전부 실종되었다. 어느 날, 그는 어떤 집안의 막내딸과 또 다른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귀족은 대저택의 마스터키를 어린 아내에게 주며 지하에 있는 방 하나만은 절대로 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어린 아내는 ‘남성의 명령’을 어기고 방문을 열게 된다. 그 안에는 푸른 수염이 죽인 아내들의 시신이 쌓여 있었다. 이후 아내는 친족의 도움을 받아 푸른 수염을 살해하고 재산을 독차지한다. 

이 이야기가 프시케나 이브에 비해 더더욱 악질적인 페미코드인 이유는 어린 아내가 단순히 ‘금기’를 깨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아내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사법기관에 신고하는 등의 선택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추악한 남편’을 살해하고 재산을 독차지하는 결정을 내린다. ‘한남,’ ‘개저씨’ 따위의 멸칭으로 지금도 남성혐오를 자행하고 있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환타지를 1차원적으로 충족시키는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어린 아내다. 사실상 보험금 노리고 남편을 계곡에서 살해한 이은해와 다를게 뭔지? 으.

 그 외에도 페미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파편화된 생각들이 가사 곳곳에 숨어있다. 말 그대로 파편화된 것들이므로 짚고만 넘어가겠다. 

4-1. I’m a mess in distress : Damsel in distress를 변형한 문장이다. Damsel in distress는 페미들이 극도로 싫어하는, 남성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을 지칭하는 영어의 관용어구이다. 

4-2. we don’t dress to impress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페미들이 툭하면 내뱉는 구호이다. ‘내가 섹시한 옷을 좋아하는 건 남자를 꼬시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만족 때문이야!’ 

4-3. What you waiting for? 이게 타락이면 we fall fall fall  래디컬 페미들의 가슴을 쿵쾅쿵쾅 뛰게 만드는 대사이다. 사회가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해도 그 비판을 어떻게든 백래쉬로 치부하면서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꼴페미들에게, ‘너넨 옳아! 옳은 걸 말하는 게 타락이라면 차라리 더 타락해버려!’ 하고 부추기는 대목이다. 악랄하다. 

4-4. Girl wanna have fun Girl wanna have fun  말할 필요가 없다. 2023년 그 어떤 사회 구성원도 여성은 재미없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말하지 않지만, 꼴페미들은 자꾸만 누군가에게 억압을 받는 중이시다. 그들의 외침을 잘 대변하는 목소리다. 

이 글을 작성한 이유는 간단하다. 페미코드가 돈 벌이가 된다고 착각하는 무능하고 게으른 기획자들이 사라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남성우월자인지, 래디컬 페미니스트인지, 르xx핌의 팬인지, 아니면 젠더 갈라치기가 이제는 지긋지긋한 상식적인 시민인지 아닌지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당신이 누구든 난 더 이상 페미코드로 돈벌어먹는 꼴을 그만 보고 싶을 뿐이다. 넌더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