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4일 수양록 - 국내야구 갤러리

2023년 10월 4일 수양록앱에서 작성

야프트코자

2023.10.04 01:04:19

조회 99 추천 0 댓글 0

다음달에 처음으로 해외 출장갈일 있어서

쇼핑리스트를 정해놨단 말이야

물론 거의 주류지만...

늙은 개가 술쳐먹는거 말고 잘하는게 뭐있겠음

사실 나로서는 20살 지나고 처음으로 나가는 해외라서

쇼핑리스트 짜면서 좀 욕심이 생기더라고

요새 위스키에 꽂혀서

유튜브도 그런거 위주로 보고

이런건 정말 마셔보고 싶다 생각이 들더라

인간이 삶에 고단함을 느끼면

감각적인 쾌락에 몰두한다고

딸치고 향수뿌리고 음악듣고 밥쳐먹고 술마시는거 생각하면

100퍼 공감하는 말임

출장은 11월인데

현지 도착하면 빠르게 처치하고 쇼핑타임갖고

동선까지 빠삭하게 짜놓음

그러다가

현지에서 사는것보다 면세점에서 사는게 더 낫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또 눈돌아가서 인터넷 면세점을 뒤져보니까

정말로 현지의 리쿼샵보다 저렴한 품목들도 있더라고

그렇게 품목 탐닉을 하는데

갑자기 김이 팍 식더라

정말 별것도 아니였음

이런 품목이면 당연히 한번쯤은 쓰였어야할

너무나도 당연한 딱 한 단어에 꽂히더라고

위스키 상품설명을 쭉 보는데

"럭셔리"

딱 이 한 단어가 가슴에 팍 꽂힘

그래 생각해보니까 미식 같은게 아니였던거야

그냥 한창 젊을적 치기 어린마음에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을 걸치는 사람들을 보고

니들이 생각없이 돈을 써줘서

내 적금이 더 가치있어진다고

찌질한 우월감을 지녔던 내 모습이 페이드인 되더라

주류는 마케팅이 80퍼센트라는 말을 들어놓고

나는 그냥 칼날에 묻은 핏방울을 햟는 승냥이와 다를게 없었던거임

그 길로 아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에

지금 막 쇼핑리스트를 싹 수정했다.

당연히 고마운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사는게 먼저였는데

나는 내가 먹을 술만 50만원어치 살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거임

내가 위스키를 좋아하지만

그란츠 트리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너무 깊게 들어와서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있더라

가족들부터, 주변 동료들까지

작고 사소하지만 그런걸로 선물이나 살생각이다

난 소주도 잘먹는데

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나 싶다.

아직 인간이 덜 된거지

갑자기 어지럽다.

요 연휴동안 고대했던건데

상황이 아니라 내가 변할줄은 몰랐음

이제 위스키는 안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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