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단어들이 쓰고 싶어졌다. 그냥 단어도 아니고 한자로 쓴 단어였다. 그냥 한자로 쓴 단어도 아니고 약 봉지에 쓴 한자 단어였다. 마구잡이로 쓰고 난 결과물을 보니 정신병자의 작품 같았다. 마침 그 약 봉지는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 봉지였다. 정신병 약이 아니라 신경증 약이래두. 일반인들 눈에는 그 놈이 그 놈이다. 가급적이면 일반인들 눈으로 보려고 하는 바이다. 마구잡이로 쓰고 나면 정신병자가 쓰든 신경증을 앓는 환자가 쓰든 그게 그거지. 마음이 복잡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순해져서 약 봉지를 찢어버렸다. 여러 단어들이 찢어지면서 한 글자가 되고 단순해진다. 한자로 써 낸 단어들 중에는 患者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제는 者(놈 자)만이 남아서 나에게 이 놈~하고 호통을 친다. 씨발새끼. 욕이란 원래 단순해야 찰진 법이다. 종이를 버린 쓰레기통을 들여다본다. 쓰레기통 옆에 어제 떼어내버린 니코틴패치가 굴러다녔다. 그것을 집어들어서 다시 넣었는데 내 손에는 니코틴이 소량 묻었겠지. 그저 묻었다는 단순한 사실이 나에게 정신병으로 다가온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마음이 복잡해져서 약 봉지를 다시 하나하나 테이프로 붙여본다. 덕지덕지 붙이고 나니 약 봉지가 위로를 해주는 것이었다. 정신병이나 신경증이나 환자나 씨발새끼나 니코틴이 묻거나 말거나 그게 그거지~ 애미뒤진개씨발호로잡놈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