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했습니다. 감독님. "

　한국농구의 대들보 <U>서장훈</U>(<U>KCC</U>ㆍ34ㆍ2m7)도 천하의 <U>허 재</U> 앞에서 꼬리를 내렸다.

　지난 6일 벌어진 2007∼2008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삼성과의 1차전에서 80대96 완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서장훈이 허 재 KCC 감독의 따뜻함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서장훈은 이름값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진(2득점)을 보이다가 3쿼터 종료 때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연속 테크니컬파울을 받아 퇴장당했고, 팀 패배의 \'원흉\'이 됐다.

　이전부터 서장훈에게 다소 불리한 판정이 있더라도 자제하라고 신신당부하던 허 감독으로서는 정말 허무한 \'사건\'이었고, 이른바 열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서장훈은 그 포지션상 항상 피해를 본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식스맨도 아닌 프로 10년차의 베테랑이자, 산전수전 다 겪은 한국농구의 대들보였다.

　경륜에 어울리지 않게 큰 경기에서 흥분한 서장훈의 행동에 가만 있을 감독이 어디 있을까. 더구나 허 감독은 한국 농구사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스타 출신이자 한 성질하는 지도자다.

　하지만 허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서장훈에게 살갑게 다가갔다. 다른 선수 같았으면 벌써 \'작살\'이 났을 텐데 서장훈에 대해서 만큼은 곱게 타일렀다.

　 " 장훈아, 우리 서로 아는 사람끼리 긴 얘기 하지말자. 네가 흐트러지면 후배들이 망가진다. 억울한 판정을 이기는 것도 네가 팀을 위해서 하는 일 아니겠냐. "

　서장훈도 억울한 구석이 많았단다. " 감독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퇴장당한 게 문제가 아니라 제가 언제까지 대표적인 토종 센터라는 죄 때문에 억울한 판정을 감수해야 합니까? "

　서장훈이 이처럼 울분을 토하는 바람에 천하의 허 감독도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조금만 더 참아 달라는 읍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허 감독의 측근은 전했다.

　하지만 허 감독의 유화작전에 서장훈은 녹아 들었다. 다시는, 적어도 2차전에서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문 것이다.

　주변에서는 한 성깔의 대명사 허 재가 이 정도 참았으면, \'살인(?)\'도 면했다며 놀란다.

　서장훈 앞에서 일부러 꼬리를 내린 허 재. 8일 열리는 2차전에서 서장훈의 명예회복이 기다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