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CBS체육부 박지은 기자]

“우~” 자유투를 던지려는 이상민(36·서울 삼성)을 향해 야유가 터져나왔다. ‘적군’으로 코트에 선 만큼 전주 KCC 홈팬들의 야유는 당연했다. 그러나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무려 6시즌을 뛰는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야유였기에 이상민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CC에서 삼성으로 옮겨간 이상민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이상민은 8일 전주에서 벌어진 2007-2008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부처였던 4쿼터, 승부를 뒤집는 역전 3점포 두 방으로 삼성에 93-85 승리를 안겼다. 4,000여명 전주 홈팬들은 자신들의 스타였던 이상민이 KCC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봐야 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 만난 이상민은 “야유를 들었냐”는 질문에 “1차전 때도 경기 후 라커룸으로 향하는데 야유가 들려 쳐다봤더니 삿대질을 하더라”면서 “그냥 그 팬을 향해 박수 한번 쳐주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제 상대팀의 홈인데 감수해야지”라며 담담한 모습이다.

사실 이상민이 KCC를 떠나올 당시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서장훈이 KCC행을 결정하면서 보상선수로 지목돼 삼성으로 떠밀리듯 오게 되었기 때문.

당시 이상민은 “KCC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며 자신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한 KCC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 나선 이상민의 활약은 4강전 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상민은 “상대가 KCC라 해서 특별한 감정은 없다”면서 “다만 입단할 당시 삼성이 올 시즌 3약으로 분류돼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집사람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왔고, (KCC전을 앞두고) 나보다 오히려 더 긴장하더라.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던데”라고 덧붙였다.

한편 4강 플레이오프에서 해결사로 맹활약중인 이상민은 챔프전 진출도 낙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컨디션도, 슛감도 최상이기 때문.

이상민은 “정규시즌 때와 비교해 몸이 상당히 좋아졌다. 6강 플레이오프를 일찍 끝내고 쉬면서 몸이 많이 올라왔다”면서 “슛감각 역시 연습 때나 실전에서나 너무 좋다”면서 10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4강 플레이오 3차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