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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장관 후보자, 제2의 김장수 되나? (2)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5 09:41:43
조회 1564 추천 7 댓글 10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군부대 시찰을  수행중인 김장수 국방장관(사진 왼쪽) /조선일보 DB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서욱 육군참모총장의 국방장관 내정과 관련된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주에 ‘서욱 국방장관 후보자, 제2의 김장수 되나?’라는 제목으로 레터를 보내드렸는데요, 서 총장과 김장수 전 장관(전 국가안보실장)은 네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첫째 같은 육사 출신으로 육군총장에서 파격 발탁돼 장관으로 직행했다는 점, 둘째 호남 출신이라는 점, 셋째 정권의 마지막 국방장관이라는 점, 넷째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이라는 ‘특명’을 받았다는 점 등입니다. 서 총장은 육사 41기로 광주 인성고를, 김 전 장관은 육사 27기로 광주일고를 각각 졸업했습니다.



☞ 서욱 신임 장관 후보자, 국방 현안 마무리 압박 많이 받을 듯


 서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국방장관으로 ‘국방개혁 2.0’ 등 여러 국방 현안에 대한 마무리 압박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전작권 조기전환 문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때 전작권 임기내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임기내 전환’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조기 전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대통령 등 현정권이 임기내, 즉 오는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지요. 국방 현안 마무리 압박과 관련해 김장수 전 장관의 전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욱 신임 육군참모총장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뉴시스



잠깐 13년 전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지난 2007년11월28일 오후 북한 평양 송전각 초대소의 1호각(귀빈각)에서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2차 남북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평양에 왔던 김장수 국방장관의 피아노 연주 소리였습니다.


 김 장관은 전날 시작된 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진전이 없자 답답한 마음에 피아노 건반을 두들겼다고 합니다. 김 장관이 연주했던 노래는 김수희의 ‘애모’였습니다. 김 장관은 몇년 뒤 일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에 대해 “당시 참 가슴이 답답해서 피아노를 쳤는데 언뜻 떠오른 곡이 ‘애모’였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나니 마음이 참 야릇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국방장관 회담은 서해 NLL(북방한계선) 문제로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었는데요,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북한측은 김장관이 “북측이 NLL을 인정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자 김 장관에게 “NLL을 고집하는 것은 북남 수뇌회담(남북 정상회담)의 정신과 결과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여러 형태로 압박했다고 합니다. 나중엔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해보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매우 오만하고 결례인 압박이지요.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의연하게 “나는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왔다”며 버텼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협상에 진척이 없다고 판단, 짐을 싸 서울로 돌아갈 준비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 김장수 전 장관, 노무현 대통령과 NLL 문제 전권 위임 담판


 북측은 결국 막판에 NLL 무력화 입장을 누그러뜨려 NLL에 대해선 추가협의키로 하고 회담을 끝냈습니다. 결국 노무현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 서해 평화수역 사업은 유야무야됐지요. 이에 대해 군내에선 “잘못하면 NLL이 무력화될 수 있었지만 김장수 장관이 잘 버텼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김 전 장관은 남북 국방장관 회담 전 노 대통령과 만나 NLL에 대해선 전권을 위임받는 것으로 ‘담판’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그해(2007년) 2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과 2012년4월 전작권을 한국군에 이양키로 합의합니다. 이 때문에 김 전 장관은 예비역단체 등 보수 진영으로부터 노무현 정부의 안보분야 최대 역점과제였던 전작권 전환의 총대를 멨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 전 장관은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선 비판을, NLL 고수에 대해서는 호평을 각각 받은 셈이지요.  





원인철 신임 공군참모총장이 지난해 4월 청와대에서 신고식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 총장은 신임 합참의장에 내정됐다. /뉴시스



 군 안팎에선 서욱 총장이 국방장관에 취임하면 김 전 장관과 함께 윤광웅 전 국방장관을 벤치 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윤 전 장관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의 요구에 어느정도 타협은 하면서도 중대 안보사안에 대해서는 선을 지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고교(부산상고) 선배였던 윤 전 장관은 예비역 해군 중장 출신으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국방장관에 임명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비육사(갑종) 출신인 조영길 장관이 초대 국방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전작권 전환 및 국방개혁 2020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일종의 ‘해결사’로 투입됐던 것입니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합리적인 성품으로 민감한 현안을 비교적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초대 국방장관으로 임명됐던 송영무 전 장관도 해군 출신이지만 윤 전 장관과 여러모로 대비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요.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 서 총장은 내정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금 갑작스러운 지명이지만 책임감을 느낀다”며 “전작권 전환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 총장이 통수권자의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의례적으로 한 얘기인지, 아니면 실제 전작권 조기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현정부, 전작권 조기전환 정치적 측면서 강행 우려


 전작권 전환은 우리의 북핵 대응능력 등 3대 조건이 충족돼야 이뤄지는 것으로 한·미 정부 모두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이들 조건을 충족하는지 검증해야 하는데 올해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해 현정부 임기내 전작권 전환은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3대 조건 충족을 하지 못해도 정치논리로 전작권 전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신임 서욱 국방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게 됩니다. 원 합참의장 내정자가 청문회 뒤 정식으로 취임하면 박한기 합참의장의 뒤를 이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과 정기적으로 만나 전작권 전환 추진 상황을 점검하게 됩니다.



☞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이 신임 군 수뇌부에 주는 교훈


신임 서 장관과 원 합참의장 등 새 군 수뇌부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논란도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지난 10일 “절차상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힌 데 대한 후폭풍이 거셉니다. 각종 포탈 사이트 등 온라인에선 “이젠 전화로 휴가연장해도 되겠다”“스스로 군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비판, 비난하는 댓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요, 특히 오는 16일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끝나면 이임할 정경두 장관에 대해 “왜 막판에 소신껏 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새 군 수뇌부엔 전작권 전환과 국방개혁 2.0 등 정권이 요구하는 숙제외에도 국민들이 요구하는 더 큰 숙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군에 대한 정치권(권력)의 지나친 개입(압력) 문제, 군 기강 해이 및 훈련 부족 문제, 남북 군사합의 수정 보완 등 대북 대비태세 강화 문제, 지나친 병사중심주의에 따른 초급간부 사기 앙양 문제 등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닥에 떨어진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겠지요. 신임 서욱 국방장관 내정자나 원인철 합참의장 내정자 등 새 군 수뇌부가 과거 소신파 장성들과 전·현정부 전직 국방장관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군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고 군의 위상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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