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약간의 어그로를 끌어보았다.
하지만 공무원, 공기업(한국전력, 철도공사 등), 여타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희생으로 전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맞서 공공부문은 가격상승이라는 적습의 총알받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그덕에 국민들은 전기, 가스, 수도, 철도, 행정서비스 등의 공공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누렸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인플레율 최고점이 6.3%(22년 7월)에 불과했는데, 같은 시기 미국은 9.1%, 영국은 11.1%에 달했다. 최고점이 직관적이어서 언급했을 뿐 다른 국가들과 누적 상승률을 비교해도 한국의 인플레율은 상당히 낮다.
이는 너무나 기이하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유동성 확대 측면을 제외하고 보면, 전쟁 등으로 원자재와 각종 자원 가격이 크게 요동친 게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자원이 하나도 없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는 것은 너무나 이상하다.
그 원인을 한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낮은 공공요금이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2023년 기준으로 식료품과 의류 가격은 OECD 평균의 1.5배나 된다. 반면 전기, 가스 등 공공서비스 요금은 OECD 평균 이하다.
긴 시계열로 보면 식료품 가격은 1990년 OECD 평균의 1.2배 수준에서 최근 1.5배 이상으로 높아졌는데,
공공요금은 같은 기간 OECD 평균의 0.9배에서 0.7배 수준으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한마디로 "짜장면 가격이 오른 데 비해 전기료는 그만큼 안올랐다."
이는 코로나 이후에 특히 그랬고,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다.
낮은 공공요금으로 인해 국민들은 경제적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었지만, 공공부문은 그만큼 희생되었다.
공무원들과 한전 같은 공기업, 그외 공공부문은 대부분 실질임금 하락을 경험했고 일부는 적자가 나기도 했다.
공공부문과 그 종사자들의 부가 국가 전체로 이전된 것이다.
즉, "한전의 적자는 곧 국민에게 축복이다."
물론 우리는 체감하지 못한다.
이는 공공부문이 가져가야할(혹은 가졌을지 모르는) 몫을 5천만 국민이 쪼개서 나눠간 데다, 나누는 방식이 누군가 25만원처럼 실제로 돈을 뿌리는 게 아니라 요금동결의 형태였기 때문이다.
요즘 누칼협, 꼬이직이 만연한 세상이다.
자신의 선택은 본인의 책임이니 완전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국가를 위해서 공공부문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충실히 사람들의 처우가 박살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그럴만하게끔 일을해서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맞서 전 국민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희생당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이 민간에 비해 돈을 못버는 것은 당연하다", "9급은 고졸이나 하는 것이니 그정도 처우가 타당하다", "한전은 방만경영을 해서 적자가 난 것이니 성과급을 토해내도 된다" 등의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돈이 실질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뿌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공공부문에서 일하는(적어도 취업할 때는 그러했던) 사람들의 의지를 말로써 짓밟진 말아야 한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희생이 계속 강요된다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마저 의지를 잃고 태업하게 되고, 레몬들만 공공부문에 진출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단순히 근로자 태도만의 문제도 아니다. 적자가 지속되면 시설에 대한 투자, 유지, 정비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낮은 공공요금을 유지하는 대신 공공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공공요금 인상을 감내하고 높은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누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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