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자동차 업계가 ‘보증수리비’를 차값에 반영함에 따라 ‘보증수리 기간’ 의 적용 기준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보증수리비 산정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등 “소비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애매모호하고 불합리한 조항은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차값에 대한 보증수리비의 비율과 산출 근거 등은 영업상 비밀로 분류하고 있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보증수리비는 차값 산정에 반영되지만 차값 고려 요소 중의 하나일 뿐이다”라는 입장이다.

■“보증기간 산정 불합리, 소비자만 억울”

12일 국토해양부와 업계,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 ‘판매한 날’은 자동차제작증의 ‘양도연월일’에 게재된 날을 적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서류상에 게재된 ‘양도연월일’, 즉  ‘양도일’과 실제 ‘인도받는 날’이 다른 소비자는 해당 일만큼 보증기간에서 빠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게 전문가 견해이다.

또 상당수 업계에서는 민법상의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할 때 초일(첫날)은 산입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신차  ‘출고일’부터 보증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인 장진영 변호사는 “만약 개인출장 등의 사유로 서류상의 양도일과 실제 양도일이 일치하지 않은 소비자가 발생할 경우, 업체가 민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등을 고려한다면 업체는 최소 하루에서 수일까지의 보상수리비를 고스란히 챙기는 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 개인별로 따지면 미미하겠지만 현재 업체들이 생산한 차량과 앞으로 생산될 대수를  고려하면 그 액수는 엄청나다”며 “업체는 소비자 권익차원에서 자체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출고일과 자동차제작증의 ‘양도연월일’에 게재된 날짜가 일치하기 때문에 출고일과 양도일은 같다”며 “출고된 이후에는 차의 소유자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회사가 관여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상에 2년, 3년이라는 무상수리 기간이 포함돼 있다”며 “이 기간은 통용되는 법을 따르면 될 것이다. 법이 민법이면 이 법을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증수리비 공개하라”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상당수 소비자들은 신차에 대한 보증수리가 무상으로 처리되는 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보증수리비는 차값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무상’이 아니라 ‘유상’이다”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보증수리비는  ‘선 지불비용’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차값으로 지출하는 선 지불비용인데 보증수리 기간을 하루라도 더 줘야 한다”며 “출고일부터 적용해 ‘초일(첫날)을 산입하지 않는다’는 민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무상 보증수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보증 수리비가 차값에 반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내부에서 비밀로 분류돼 있어 공개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증 수리비가 차값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다만 신차개발비, 경쟁사들의 차값 등을 고려, 가격을 정할 때 반영되고 있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pio@fnnews.com 박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