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http://www.testdrive.or.kr/?document_srl=5599552009.11.09 04:51:04 (*.244.187.109) 146444
요즈음 인터넷과 자동차 관련 사이트들에서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가 바로 현대/기아의 가격과 캠리사이의 가격 비교일겁니다.
고장안난다는 토요타 캠리가 얼마에 나왔는데, 현대/기아차는 신차 발표 하면서 가격만 디립다 올렸다. 일본차를 사주는게 현대/기아차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중에 하나다? 뭐 이런 내용인데 말이죠..
다른건 몰라도, 제가 발을 담그고 있던 (현재도 조금 담그고 있습니다만..) 관점에서 몇가지 설명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차량의 개발단계에서 자동차 회사가 직접 해내는 부분(?)에 대한 범위가 지난 15년 동안 상당히 변화해 왔습니다. 2만개에 해당하는 부품들을 하나 하나 자동차 회사에서 직접 개발하던 단계에서, 지금은 약 2천 가지의 부품 모듈을 자신들이 디자인한 차량의 스펙에 맞게 한꺼번에 모아서 조립하는 단계로 와 있습니다.
여기서 부품회사들이 한 플랫폼/모델에 납품해야 하는 부품의 스펙 (보통 스펙이라고 하면, 성능이나 재질등의 숫자를 이야기 합니다.) 을 받아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지고 맞는 부품을 제작해서 자동차 회사에 다시 이를 보여주고, 자동차 회사에서는 이러한 부품들을 모아서 자신들의 목표치에 맞는 성능과 품질이 나오는가를 확인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부품을 남품 받게 되는 방식이 현재의 방식이고, 기존의 "무슨 부품을 얼마에 남품하겠다" 식의 영업이 아니라 "무슨 부품을 어떻게 만들어서 얼마에 납품하겠다." 라는 것이 요즈음 부품회사들의 영업사원들이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영업사원들(?)도 엔지니어링 학위를 가지고 "테크니컬 세일즈" 라는 형태로 일하고 있게 된것입니다.
얼마전 글에서도 한번 설명을 드렸었지만, 제가 해온 몇가지 자동차 관련 일들 중에서 이러한 "테크니컬 세일즈" 로서도 몇개의 부품을 몇개의 자동차 회사에 납품 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중에서 위에서 언급한 차량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테크니컬 세일즈" 의 일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드려보면, 예를 들어, 현재(2009)년 에는 2012년에 2013년형으로 발매될 차량들의 세일즈가 한참 준비중입니다. 아직 디자인이나 엔지니어링 스펙이 확정 되지는 않았지만, 차량의 무게, 차량의 가격, 차량의 사이즈(전고, 휠베이스등), 차량의 생산 위치와 예상 판매량 등은 어느정도 대강의 수준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장착될 차량의 기술적인 부분들(서스펜션의 방식이나, 스티어링 휠 방식등)도 나와 있는 수준이구요. 보통 이러한 오더는 하나의 모듈화된 시스템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시스템이다 라고 하면, 스티어링 칼럼의 끝자락에서 부터, 랙엔 피니언과 타이랏 엔드, 그리고 파워 스티어링 펌프와 관련된 호스등 까지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겁니다. 스티어링 칼럼은 에어백과 칼럼 스프링등 때문에 인테리어쪽과, 안전 장비 시스템에서 서로 나눠 먹는 방식이구요.
이러한 \'모듈\' 화는 사실 엉뚱한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요즈음 나오는 차량들은 이 덕분에 한 시스템에서 각 구성품 만이 부품 번호가 나와 있기 때문에, 실제 2만개 이상의 부품이 사용 된다고 하더라도 차량 조립에 사용된 부품번호의 총 합은 약 2천개, 다양한 조합의 다른 옵션 구성을 대비한 부품 번호를 감안해도 하나의 모델당 부품번호는 6천~8천개 밖에 존재 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예를 들어 랙엔 피니언 스티어링 랙 속에 전자 센서 하나가 고장이나서 정상적으로 EPS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센서만을 교체 가능하도록 부품번호를 따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별도로 주문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고장나면 "앗세이로 갈아야 한다." 라는 말이 여기서 시작된 것이죠.
다시 설명드리면,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시스템"으로 자동차 회사에 납품이 되기 때문에, 각 "모듈"을 구성하는 단계 아랫단의 구찌가 큰 부품들을 제외 하고는, 그 구성품을 구성하는 하나 하나의 부품 (예를 들어 플라스틱 기어라던가, 간단한 압력 나사등)은 아예 자동차 회사 자체의 부품번호가 없고, 그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회사만이 그 부품의 구성 부품(?)에 대한 부품 번호나 주문 내역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여하튼, 이렇게 까지 설명을 드린 이유가 바로 지금 말씀 드리려는 자동차 가격(?)의 비교에 대한 진정한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테크니컬 세일즈"를 할때 흔히 하는 말중에 하나가, "레벨은 얼마나?" 입니다. 이건 부품의 기술/품질 수준을 놓고 이야기 하는게 되는것이죠. 단순히 A 품, B품 등의 최종 품질을 이야기 하는게 아닙니다. 그 부품을 제작하는데 들어간 기술과 정밀도등을 가지고 구분을 하게 되는데요. 현재 보통 이야기 할때 많이 나오는 수준이 "프리미엄", "미드 하이", "미드", "이코노미" 정도 입니다. 영어를 주로 쓰시는 분들은 금방 이해 하시겠습니다만은..
"프리미엄"은 아직 시장에 나온지 얼마 안되는 기술입니디만, 그 기술의 가치가 높을때를 이야기 합니다. 또한 정밀도와 안정성(Reliability)등도 높은 편이구요. 보통 "프리미엄"급 부품은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나, 각 자동차 회사의 기함으로 불리는 모델들, 혹은, 같은 모델에서도 높은 트림 레벨의 고급 차량 사양에만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부품을 구성하는 소재가 비싼것이라던가 (타이타늄, 테프론등이 사용되었다든등..) 기술 자체가 획기적인 경우에 많이 사용됩니다.
"미드 하이" 는 말 그대로 중 고급 제품입니다. "프리미엄"이었다가 다음세대의 "프리미엄" 기술이 나오면 이제 기존의 "프리미엄"이 "미드 하이"로 바뀝니다. 아직도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으로 인식 되고 있기 때문에, "미드하이"로 해서 어느정도 볼륨이 나와 주면 그 기술이 대중화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요즈음의 대표적인 예로는 아마 디젤의 피에조 인젝터 같은 것들이 예가 되겠네요. (꼭 그런식으로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단순하게 부품의 종류를 떠나서 하나의 부품을 제작하는데에 사용되는 소재들.. 예를 들어 브레이크 패드의 소재 같은 것들도 예가 됩니다.) 보통 경쟁이 치열한 세그먼트에 투입되는 차량들(?)이 많이 선택하는 것이 이 레벨입니다.
"미드"는 말그대로 "중간" 정도입니다. 이미 시장에 동일한 기술로 나와 있는 부품들이 많기 때문에,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과 신뢰성, 그리고 납품 안정성(?)에 중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이미 이 레벨의 부품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수백개의 업자들이 납품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중에서 기존 자동차 회사와의 거래 관계가 있고, 그 회사에 신뢰를 쌓아둔 회사들이 우선적으로 선정 되는 겁니다.
"이코노미"는 말그대로 "싸게 싸게" 입니다. 차량 자체가 가격 경쟁력(?)을 우선으로 만들 차량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싸게" 납품 하는 회사들만 있으면 그때 그때 공급업자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량만 만들고 단종되어 버리는 차량의 수리용 부품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레벨에 대한 각 부품별로 구체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에서 "이 부품은 미드 하이 수준을 쓰겠습니다." 라고 해서 결정을 내리면, 그 부품을 남품 하려는 회사들은 어느 수준으로 제공을 하게 될지가 나오는거죠.
자동차 바깥쪽으로 놓고 이야기 하면, 지난 몇년동안 쭉 이야기가 나왔던 LCD/PDP등의 패널 공급업체와 라인등에 대한 이야기와 일맥 상통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뭔 TV는 무슨 패널을 써서 급이 높다 하고 이야기 할때 처럼 이렇게 급이 높은 \'패널\'이 자동차에서는 \'프리미엄급 파트\'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는 겁니다. 자동차 안에서의 예를 놓고 보면, 왜 BMW의 90년대 후반 나온 차량과 현대의 2000년대 초반 차량이 같은 부품번호의 부품을 공급받아서 쓰는 것들이 있었는데, 90년대 당시에는 "프리미엄" 이었던 이 부품이 2000년대에는 동일한것이 "미드" 수준까지 내려 왔다고 하시면 이해가 빠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프리미엄"이나 "미드 하이"는 사실 한, 두개의 대형 부품 회사들이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장악(?)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경쟁은 줄어 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동안 현대/기아가 주로 해오던 (2000년대 초반...) 짓거리는, 갑자기 늘어난 볼륨과, 높은 JD파워수치에 대한 내부 요구(?)등으로 인해... "미드 하이" 수준의 부품들을 오더 해서 초기 생산분 (약 5천~5만대 분) 에만 장착하여, 그 부품의 사항을 파악한 후에.. 원가 절감(?)등의 이유로 "미드" 수준으로 가격을 내려 줄 것을 요구 하거나.. (보통은 이렇게 해서 말이 안 먹혀 들었죠..) "미드 하이" 를 장착한 트림이나 사양 구성을 생산하면서, "미드" 부품을 "미드 하이" 수준으로 만들라고 해서 반 국산화(?)를 시키고는 "미드 하이"의 오더를 안하는 짓거리였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드리면.. 초기 N차량이 런칭 되었을때, "미드 하이" 부품은 미국 수출용과, 내수용의 하나의 트림레벨 에서만 사용이 되었습니다. 그런더 초기 1만 2천개의 부품 오더를 다 사용하는 동안, 약 10만대 가까운 "미드" 레벨 부품을 납품 하는 회사에 "미드 하이"로 스펙을 변경하라고 해서 "국산화"를 시키면서 "미드 하이" 부품을 더이상 오더 하지 않고는, 모든 차량에 "국산화 된 미드 하이"를 장착해 버리는 방식인거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미드 하이" 부품을 납품하면서, 기술적인 문제 해결까지 도움을 주었던 이 선진 부품 회사(?)는 완전히 물먹어 버렸다는 것이고.. "미드" 부품을 만들던 회사는 기존 "미드" 가격에 "미드 하이" 수준을 납품 해야 하니.. 물량은 늘어서 좋지만.. 결국 기술은 적용 하되, 신뢰성(?) 있는 부품을 만드는 요소는 배제 하게 된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결국 "미드 하이"의 탈을 쓴 "이코노미" 수준이 되어 버리고 만다는 거죠..
이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하려면, ISO9000 시리즈 인증이나, 뭐 다른 이야기들도 나와야 겠지만, 굳이 이정도 까지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여튼.. 원점으로 돌아와 보면.. 과연 현대/기아 차가 비싸지기만 한거냐? 라는 질문에 있어서.. 적어도 그 \'값어치\' 에 대한 이유는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하던 짓거리를 떠나서... 지난 몇년간 소위 \'물먹은\' 서플라이어들이 현대/기아를 "따 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던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인 \'기술 개발력\' 없이 \'남 물먹여서 만드는 국산화\' 에 목숨 걸던 \'모비스\' 에서 크라이슬러의 지프 랭글러 채시 모듈을 비롯해.. 소위 \'모듈 납품 볼륨\'의 몸집이 커지면서.. \'모비스\'와 \'현대/기아\'를 더 이상 "따 시킬수 없는" 상황이 된게 지난 2~3년간의 상황입니다.
이 덕분에, 그동안 업계에서 "프리미엄"이나 "미드 하이"로 지칭되던 기술이 적용된 부품들을 현대/기아가 다시 엑세스 할 수 있게 된것이 그 한 예입니다.
토요타의 예를 들어보면.. (물론 현대도 마찬가지지만..) 보통 부품을 오더 할때 렉서스를 제외한 일반 차량용의 부품들은 "미드" 레벨 에서 복수 이상의 서플라이어를 선정합니다. 캠리의 예를 들어보면, 일본에서 생산되는 캠리 하이브리드용을 제외하고는 미국 생산분 캠리의 95% 부품은 다 "미드" 그레이드 입니다. 하지만, 워낙 동일 부품에 대한 볼륨이 크다 보니 (하나의 플렛폼/모델당 년간 20만대+ 분량) "미드"를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미드"와 "미드 하이"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일본 내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경우는 현대/기아의 예처럼 기존 부품 업자들의 풀을 이용합니다.
반대로 현대/기아의 경우 어느정도 "따를 당해보고 나서"는 요즈음에는 정신을 차렸는지.. "미드 하이"나 "프리미엄"급 부품에 대한 요구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제네시스 같은 차량들의 경우 사용 부품의 약 30% 가까이가 "프리미엄"을 요구 하기도 했었죠.. (물론 가격적으로는 워낙 후려칠려고 하는 바람에.. 이 마저도 고생을 했지만, 다른 차종/플렛폼의 물량에 대한 약속(?)을 해주면서 많이 무마가 된 편입니다.) 심지어 트림이나 사양 적용별로 같은 부품에도 레벨이 다른 부품을 사용하기도 했던 것에 비해 이러한 장난도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아마도 "수출용은 부품 질 부터가 다르다" 라고 이야기온것에 대한 배경 또한 여기에서 같이 설명 될 수 있겠군요.
현재 생산되고 있는 2010년 캠리와 2010년형 NF소나타 (둘다 미국 생산분)를 부품별로 비교해 보면.. 둘다 사용 되고 있는 부품의 수준이나 납품 가격은 비슷하게 보입니다. 오히려 "미드 하이"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부품은 NF가 많지만, 반대로 "미드" 에서 "이코노미"로 부품 수준이 떨어진 부품의 양도 많기도 합니다. 결국 "토요타"는 일정하게 "미드"를 쓰지만, 현대/기아는 들쑥 날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러한 트랜드를 깨고 있는 것들이 새로 발표되는 신차들입니다. K7을 비롯해서 YF 소나타, 제네시스에 이르기 까지, "이렇게 들쑥 날쑥 한 부품 레벨"의 평준화가 어느정도 이루어 지고 있고, 이것은 전체적으로 (그런 통계도 없고, 사실 숫자로 표현하기도 힘듭니다.) 평균을 내보면 사용되는 부품의 레벨을 1~10으로 보았을때, 토요타 캠리가 6~6.5 사이로 나온다면, 제네시스는 8~8.5, YF소나타는 6.7~7.2 정도로 표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평균의 덫"이라고 불르는 문제가 위에서 말씀 드린 들쑥 날쑥 입니다. 평균이 높아도, 평균 깎아 먹는 한두가지에서 문제가 발생해 버리면, 그 차량은 \'문제 덩어리\' 가 되어 버리는 거니까요.. 또한 차라는것이.. 부품 하나 하나의 품질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게 하나의 "차\'로서 조립되어 작동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립 품질\'과 \'부품을 한꺼번에 묶어서 만드는 펙케징의 기술\' 에 대한 차이는 여전히 존재 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환경에서 놓고 보았을때, 차량 가격 상승에 대한(?) 이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토요타 친구들이 YF소나타에 사용되는 부품을 가지고 차량을 만들었다고 하면.... 그 차량은 토요타 뱃지를 붙이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렉서스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길게 늘어놓은 이야기입니다만.. 결론은.. 단순히 가격표에 적힌 사양이나 "품질"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나 10년, 15년전 미국에서 유학이나 이민와서 한번 타봤던 사람들이 하던 이야기를 듣고 일본차가 최고다! 하면서 현대/기아차는 고장이 많네 어쩌내 하는 이야기들 뒤에는.. 오히려 정말 중요한 이야기들이 빠져 있는게 아닌가 해서 긁적 긁적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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