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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stEye-29] 변질 - 30일 광화문 "모임" 후기

FrostEye 2002.11.30 23:18:05
조회 2206 추천 0 댓글 73




일단 제가 쓴 글입니다. 스크롤의 압박이 거셀테니, 읽으실 분들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 내가 광화문에 도착한 시간은 6시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촛불을 켜고 모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았을까 기대 했는데, 의외로 적었다.) 이에 맞춰 경찰도 라인을 이루며 모인 사람들을 10미터정도의 거리를 두고 막아서고 있었다.  애당초 자발적인 모임이며, 사전에 특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권영길후보 측의 유세차량을 동원하여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모임은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촛불을 들고 모인 사람들은, 비각과 우체국건너에 한 팀(여기에 유세차량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광화문 지하철역 교보문고입구 쪽에 한 팀, 이렇게 두 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유세차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그 곳에서 모임을 마지막까지 보았기 때문에, 지하철 입구 쪽의 팀은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아마도 후에 이 쪽으로 합류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번 모임이 경찰에 미리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집회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집회를 처음부터 푸시해서 무산시키지나 않을까 걱정했으나, 최근의 높아가는 여론 때문인지, 처음부터 모인사람들과 1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라인을 펼치고 있었다. 모임의 성격상 경찰 측에서도 여러 가지로 고민 했을 것이다. 권영길후보의 유세차량에는 모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름모를 한 분이(내가 약간 늦게 도착했으므로 그 분의 자기소개가 있었을지도?) 모인사람들을 이끌었다. 몇몇 다른 분들이 올라가 열변을 토하기도 했으나, 시종 그 한분이 모임을 주도했었다. 처음 30분 정도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모임이었다. 모인 이들은 촛불을 손에 손에 들고 미군의 만행과 미국의 무책임함을 성토했다. 아직까지는 깃발도 없었고, 그저 모여 있던 네티즌들만의 평화적인 모임이었다. 유세차량이 위치한 곳 옆에 버거킹이 있었다. 버거킹에 들어앉은 사람들을 향해 약간의 조롱도 있었다. 한 쪽에서는 미국을 항의하는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고, 한쪽에선 버거킹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대형 멀티비전의 조선일보 광고가 눈에 들어와서 내 심정은 더없이 복잡해졌다. 재미있었던 것은, 왠 아저씨 한 분이 머리에 은박지로 만든 요리사 모자를 쓰고선 “미선이 효순이 마스크 있어요.” 라며 뭔가를 팔고 계셨다는 것.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검은 봉지에 들고 계셔서 어떻게 생겼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모임의 와중에서 외국인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물론 그들이 해코지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1시간여가 지나가고, 유세차 위에 서계시던 분이 여중생 사망 범국민 대책위(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가 다른 곳에서 집회를 마치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얼마 후에 드디어 종각방향에서 스피커 차량 한대와 함께 그야말로 “시위대”가 참여 하기 시작했다. 깃발을 내세우고 있었으며, 각종 플래카드로 중무장한, 누가 보더라도 시위대였다. 이 분들이 참여하고 나서 슬슬 분위기는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미 그 전에도 간간히 터져 나오던 “비켜라”구호는 7시를 기점으로 점점 더 격해지고 있었다. 경찰의 폴리스 라인은 도로위로 시위대(이미 이 즈음해서는 시위대였다.)를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는데, 사전에 허가를 받지 못한 집회라 불법이기도 했거니와, 토요일 오후의 교통체증을 우려한 조치였을 것이다. 어쨌든 경찰들은 시위대의 진출을 한사코 막고 있었으며, 슬슬 전위에서는 가벼운 몸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미 대사관까지의 행진을 주장하며 시위대는 계속하여 시위가 끝날 때까지 진출을 시도했다. 모임의 출발 성격도 그러했지만, 시위대가 합류하자 무질서한 분위기는 한층 더해졌다. “경찰과는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여기에는 일반 시민들도 있다.”는 말과 함께 유세차는 시위대를 부추겼으며, 7시 30분이 넘어가자 점점 이 움직임은 격해졌다. 시위대가 점점 앞으로 이동해가는 것이 보였으며, 폴리스 라인도 상당히 뒤쪽으로 후퇴한 상태였다. 몸싸움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얘기다. 어느 분은(주변에 같이 있던 분들로 보아 어딘가의 학생회 소속이었던 것 같다.) 몸싸움의 와중에 신발을 잃어버려 뒤로 물러서서 깽깽이를 짚고 있었다. 7시 42분경, 유세차량이 시위대의 전위 쪽으로 이동했다. 경찰과는 코 앞. 시위대는 미 대사관으로의 행진을 막지 말라며 “비켜라” 구호를 연이어 외쳐댔다. 중간에 합류한 시위대로 인해 규모가 상당히 커져서, 이젠 기세가 대단했다. 얼마 후에 나는 결국 실소를 금치 못했다. “으쌰”라는 구호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미 여기서 오늘 모임의 성격은 완전히 변질되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네티즌들의 평화로운 모임은 시위대의 합류와 함께 이미 “으쌰”를 외치는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잠시 후에는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엔 내가 참석한 6시 이후로 경찰은 그 어떠한 강경대응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가, 폭력경찰은? 이미 폭력진압으로 문제된 경찰 관계자들에게는 감사가 들어갔다는 뉴스가 그 날 아침 있었는데도 말이다. 시위대의 중심은 이미 100여 미터를 이동해 경찰과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촛불을 들고 있는 네티즌들은 주로 후위에 있었지만, 아마 몇몇 분들은 다른 사람들에 부대껴서 본의 아니게 앞줄까지 끌려가서 몸싸움에 동참(?)당했을 것이다. 신발을 잃어버렸다는 분의 증언(사실 옆에서 하는 말을 들은 것뿐이지만)에 의하면 몸이 붕 떠서 발이 땅에 닿지 않더란다. 흔들리는 깃발들. 거의가 운동권의 깃발들이었고, 제일 눈에 띈 것은 역시 “민주노동당”이라고 새겨진 민주노동당 당기였다. 그런 와중에서 기호 4번 권영길후보 라고 씌어진 어깨띠를 두른 분들이 이리 저리 눈에 띄었고… 8시 40분께에 유세차에 있던 분이 정리를 선언했다. 네티즌들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지만 중핵을 이루었던 운동권분들은 민중가요를 부르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계속 현장에 남아 있었다. 촛불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분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하지만 그 쓰레기들은 누가 치울까…) 어쨌든 더 이상 남아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나도 시위현장에서 철수 했다. 여러 가지로 씁쓸한 모임이었다. 초반의 30분 정도는, 정말 순수했다고 생각한다. 권영길 후보측의 차량을 이용한 것은 충분히 이해 할 수가 있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메이저급 후보들이라는 이회창씨, 노무현씨 등등은 이 건에 대해 입을 다물다 시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일하게 소리를 내는 분들은 소수파라는 권영길 후보나 사회당의 김영규 후보정도. 하지만, 그 의도가 어찌되었든, 시위후반에는 이미 네티즌들의 평화로운 모임이라는 애당초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고 말았다. 운동권분들, 그 열정과 사명감은 이해한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분들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그나마 소외당하는 힘없는 이웃들의 소리를 우리가 전해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 하지만, 시위의 방식은 뭔가 핀트가 어긋나 있다.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문민정권이라는 김영삼정부, 그리고 사상처음의 정권교체였던 김대중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학생운동이나, 진보진영의 방향은 바뀌었어야 옳다. 몇 년전 한총련의 폭력사태에 같은 운동권 내부에서도 좋지 않은 소리가 오갔다고 들었다. 바뀌어가는 시대에 맞게 설득력 있는 시위가 되어야 일반인들도 그들의 노선을 이해하고, 따라가 줄 것이다. 여전히 시위하는 곳에 쇠파이프가 따라다니고, 감정을 자극하는 원색적인 구호가 따라다닌다면, 그들은 영원히 소수로 남을 것이다. 몇몇 대학의 학생회장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들이 당선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변화는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말이다. 불타오르는 비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 높여 고함지르는 그들의 방식도 이제는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불타오르던 투쟁의 깃발은 옛날과는 달리 이젠 더 이상 “정의”가 될 수 없다. 이번 시위에서 일반인을 방패삼아 미 대사관 쪽으로 진출해보고자 했다면, 그들은 진정 “폭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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