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롯데마트 서울소재 모 점에 9시 반에 갔습니다.

저는 아줌마들 틈바구니에 껴서 줄을 서겠구나 싶었는데

아줌마들보다 오히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더 많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나이도 많이 먹은 양반들이 뭔놈의 식탐이 그렇게 많나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동네 롯데마트 근처 걸어서 10분?거리에

길이름 토끼마을이라고 (실제 이름은 말 안하겠습니다.. 이쪽 구 사람들은 다 암)

서울에 몇군데 안남은 달동네가 있는데

아마도 그쪽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손녀들 치킨 한번 먹여볼려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듯이 천원짜리 다섯장을 손에 꼭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순간 어린시절 달동네 바로 옆에 있는 51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엄마한테 큰소리로 왜 쟤네들은 아파트에서 안살고 꾸진 집에서 살아? 라고 길거리에서 물었었던

철없는 제 어린시절이 생각나면서 그 추운 날씨에 제 얼굴이 다 후끈거렸습니다.

솔직히 저도 지하철 타면서 노인네들한테 진짜 안좋은 감정 많이 쌓여있고

그렇게 남 생각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입에도 안 대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사가지고 온 치킨을

세상에 둘도 없는 음식인마냥 행복하게 뜯고있을 토끼마을 판잣촌 애들을 생각하니

인간의 최소한의 양심에 찔렸는지 차마 계속 서 있을수가 없더군요.

저 때문에 300번을 받았을 토끼마을 노인네가 301번째 손님으로 밀려날 상상이 들어서

결국 그냥 집으로 돌아와버렸습니다.

언젠가는 통큰치킨 붐도 사그라들어서 좀 여유있게 먹을 날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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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고 나니 통큰치킨 판매 중단한다는 뉴스가 나오네요 ㅡㅡ;

오늘 내가 잘한짓인지 병신짓을 한건지 ㅡㅡ; 솔직히 지금 개후회하고 있지만

만약 제가 악착같이 줄을 서서 치킨을 받아먹었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거 같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