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화랑 메카로 재부상=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청담동은 강북의 인사동, 사간(삼청)동과 함께 ‘제3의 화랑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미술시장 불황의 골이 10년이상 계속된 데다, 명품업체의 간판매장(플래그십 스토어) 진출로 청담동 일대 집세가 오르자 화랑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그림을 팔아선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그러나 2,3년 전부터 미술시장이 활기를 되찾자 청담 신사 서초 양재 등 강남 일대에 화랑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新)로데오거리로 불리는 청담동 노른자위에 대형화랑이 속속 생겨나며 시선을 끌고 있다. ‘고액 임대료’로 정평이 난 청담사거리의 최신건물 네이처포엠 2~3층에는 독일화랑 마이클 슐츠 갤러리 서울점이 둥지를 튼 데 이어 미화랑, 갤러리2(Two)가 새로 오픈했다. 또 1층에는 명품패션 겐조, 아이그너를 수입하는 웨어펀인터내셔널(회장 권기찬)이 오는 9월초 오페라갤러리를 오픈하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이다. 웨어펀이 선보일 오페라갤러리는 일종의 ‘부티크’갤러리로 피카소, 달리, 샤갈 등 작고작가의 회화및 조각을 선보이는 화랑.

패션계에서 ‘열성 미술애호가’로 손꼽히는 권기찬회장은 “오페라갤러리는 파리 마드리드 홍콩 등에서 성업 중인 글로벌 화랑으로, 명품으로 분류된 작품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기존화랑과 확실한 차별점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페라갤러리는 여유자금을 보유한 자산가를 집중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갤러리 건너편, 구찌매장 옆에는 고급 예술가구와 도자기, 금속공예품을 선보이는 서미앤투스가 오픈했다.

또한 최근들어 아트컨설팅 사업을 강화한 갤러리현대도 강남 부유층을 공략하기 위해 청담동지점 개설을 준비 중이며, 뉴욕 첼시의 ‘2×13 갤러리’도 청담동에 ‘2×13 서울’을 냈다.

한편 강남에는 올들어 새로 신설될 미술경매사 6~7곳 중 3곳이 둥지를 틀 예정이다. 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등이 공동출자해 출범한 한국미술투자는 올연말 ‘아시아경매’(가칭)를 청담동에서 오픈할 계획이며, 가구수입업체 엠포리아가 설립할 D옥션도 강남(논현동)에서 영업을 개시한다. 현재 경복궁 앞에 있는 K옥션도 7월 중 서울 청담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부산 해운대, 고급 문화중심지로= 서울 메이저화랑과 경매사들의 부산및 대구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또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조현화랑과 코리아아트갤러리도 해운대 달맞이길에 대형 화랑을 신축하고 세몰이에 나섰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가나아트갤러리(대표 이옥경)는 다음달 5일 부산 해운대 노보텔앰배서더 호텔에 160평 규모의 부산점을 오픈하고 사석원전을 연다. 가나의 관계사인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이미 지난해 4월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 부산사무소를 열고 부산지역 시장조사를 끝낸 바 있어 ‘부산 미술시장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음’이 확인된 셈.

또 부산지역 1급화랑으로 꼽히는 조현화랑은 최근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새 화랑을 신축하고 김종학 회화전을 열고 있다. 또 코리아아트 역시 달맞이고개에 지상 5층(연건평 800평)규모의 코리아아트센터를 개관했다.

가나아트 부산점 허지영 매니저는 “해운대는 부산및 경남을 대표하는 신흥화랑가로 떠오르고 있다”며 “향후 컬렉터층이 늘어나 부산 미술시장의 파이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갤러리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화랑의 진출로 영세화랑과 지역작가는 오히려 코너에 몰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