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신도시의 첫 주자로 지난 2005년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 속에 분양된 판교신도시. 그러나 쾌적과 ‘로또 신도시’라는 별명과 달리 최악의 ‘어글리(Ugly) 신도시’로 건설되고 있다.

수십 m의 옹벽으로 앞뒤가 꽉 막힌 ‘반지하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으며, 일일 수십만대가 다니는 고속도로변에 고개를 내민 ‘매연과 소음 아파트’, 인근 남서울골프장에서 골프공이 날아드는 ‘공포(?)의 단지’ 등 급조된 후진형 신도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로또나 친환경을 믿고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물론,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원성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십 m 옹벽에 묻힌 반지하 아파트=판교신도시 가운데 가장 한심한 단지는 애초 쾌적단지로 소문이 났던 서판교 쪽의 A5블록 공공임대 아파트. 서울~용인 간 민자고속도로와 57번 외곽 국도의 연결지점에 들어서 있는 이 아파트는 땅속에 반쯤 묻힌 채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다. 무려 17m 높이의 옹벽이 아파트 베란다 앞 2~3m에 들어선 것.

때문에 이 아파트는 사방이 꽁꽁 막힌 ‘반지하 아파트’가 됐다. 쾌적한 완충 녹지가 조성된 분양 당시의 모델하우스 그림과는 전혀 딴판이 된 것이다.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 속에 이미 건설된 4층까지를 지하에 묻고 지상층을 다시 건설할지, 아니면 옹벽을 뒤로 물릴지를 놓고 6개월째 주공과 성남시, 입주 예정자들이 마찰을 빚고 있으나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매연과 소음 범벅의 어글리 아파트=일일 수십만대가 다니는 고속도로와 바짝 붙어 건설되는 아파트도 부지기수다. A2와 A3블록이 대표적인 사례. 한성건설 아파트 3개동과 주택공사 1개동의 상층 앞쪽에는 시속 110㎞로 자동차가 고속 질주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바짝 붙어 있다. A1-1블록 건영아파트는 A5블록에서 출발하는 17m 높이의 고가도로 상판과 채 20m도 떨어지지 않았다. 향후 고속도로 소음으로 밤잠을 설쳐야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공사 인부들조차 어떻게 이런 계획이 나왔는지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날아드는 골프공에 시달리는 공포단지=시속 수백 ㎞로 날아가는 골프공에 시달려야 하는 단지도 곳곳에 눈에 띈다. 바로 남서울골프장과 인근 골프연습장에 연접해 아파트를 짓다 보니 골프공이 집 안으로 날아들 수밖에 없는 상황. 57번 고속국도와 남서울골프연습장에 둘러싸인 A4-1블록 푸르지오아파트 공사 현장은 이미 그물망을 쳐 놓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단지 정문 위로 도로가 지나가고, 베란다에서의 조망은 골프연습장의 그물이 전부인 최악의 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후진국형 신도시 건설의 반복되고 있는 것은 기반시설보다 우선 주택부터 건설하고 보자는 무계획하고 성급한 개발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개발 주체들의 무감각이 불러온 결과이기도 하다. “설계도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잘못 해석했다. 해석상 오해였다”고 해명한 주공 관계자나 “고속도로가 판교 중앙을 관통함으로써 처음부터 생활권의 단절이 불가피했다”고 말한 성남시 관계자의 말이 더욱 서글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