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 부산시내를 벗어나 녹산산업단지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컨테이너 트럭들이 눈에 들어온다.

차를 타고 10여 분을 더 달려 부산 서쪽 끝자락인 강서구 성북동 부산항 신항에 도착하자 대형 컨테이너선이 부두에 접안해 바쁘게 물량들을 쏟아내고 있다.

신항 입구 오른쪽에 있는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 부두에 들어서자 컨테이너들이 세로로 5겹으로 쌓여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단 높이로 쌓여 있던 컨테이너들이 물량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5단까지 쌓여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PNC 관계자는 "컨테이너를 쌓을 수 있는 장치율이 지난해 50%에서 올해 들어 70%까지 치솟으면서 최근에 장치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끝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정도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항에서 40분 정도 시내 쪽으로 차를 몰고 도착한 부산항 북항.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 차량들이 오가던 이곳에 모래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럭들은 부두 인근 바다를 메우는 작업에 한창이다.

100년 역사의 부산항이 변하고 있다.

1876년 개항해 135년 동안 부산항이라고 불리던 북항의 기능이 신항으로 옮겨가면서 신항의 물동량이 북항을 넘어설 기세다. 배가 들어와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역할을 하는 부산항의 무게중심이 북항에서 신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대신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북항은 부두 기능을 줄이고 바다를 메워 재개발하면서 오페라하우스와 크루즈터미널 등이 위치하는 시민들의 친수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열리고 있는 신항은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6년 개장 첫해 신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부산항 전체의 2%인 23만7000개(6ｍ짜리 컨테이너 기준)에 머물렀다. 2008년에 성장폭이 커져 부산항 내 물동량 비율이 11.7%를 넘어섰고, 2009년에는 22.5%에 이르렀다.

지난해 신항은 모두 548만5000개를 처리하며 38.6%의 비율을 기록하는 등 신항 물동량은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산항 전체 물동량(787만1000여 개) 중 신항 물동량이 369만3000여 개로 46.9％를 기록했다. 북항은 417만7000여 개로 비중이 53.1％로 떨어졌다. 지난달 처리한 물동량(추정치)을 보면 북항 75만여 개, 신항 69만6000여 개로 신항 비중이 48.1%까지 올랐다. BPA 관계자는 "조만간 신항의 물동량이 북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항에서는 현재 컨테이너 선석 17개와 다목적 선석 1개 등 모두 18개 선석이 운영되고 있다. 연말에 남컨테이너부두 2-3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4개 선석이 추가돼 모두 22개 선석으로 늘어난다. 서컨테이너부두인 2-5단계 공사도 연말에 착공되는 등 계속 확장되고 있다.

반면 북항은 부두로서 기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북항은 2006년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 중 98%를 차지하다가 지금은 5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재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북항 재개발 사업은 최근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GS건설 컨소시엄은 북항재개발 지역 152만㎡ 가운데 공공시설 용지를 제외한 복합도심 9만9000㎡와 정보기술(IT)ㆍ영상ㆍ전시지구 6만㎡, 민간제안지구 1만6000㎡를 개발할 예정이다.

총 8조51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북항 재개발 사업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이 끝나면 북항은 항만으로서 기능이 거의 없고, 신항이 부산항 전체 중 70% 이상 컨테이너 물량을 처리할 예정이다.

노기태 BPA 사장은 "북항 재개발은 국내 최초 항만 재개발 사업으로 부산이 해양관광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