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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버리 했던 민주지산 산행기.

tttrrre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3.14 23:56:08
조회 733 추천 0 댓글 4

고생했던 소백산 등산이 끝나고 한달간을 등산을 안했다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번엔 민주지산이란 곳으로 눈길이 갔다.
때는 3월 16일... 이제 봄이지만 산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있다고 했다.
아이젠 챙겨서 떠났다.
민주지산은 보통 물한계곡에서 출발해서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 찍고서 다시 물한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타는 모양인데
나는 민주지산을 먼저 오른 후에 거꾸로 석기봉-삼도봉 쪽으로 해서 내려오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르다가 그만 코스를 잘못 택했다.
민주지산 부터 오르기로 했으므로 당연히 도중에 민주지산쪽 지름길이란 곳으로 들어갔는데 일단 여기까지는 잘 했다.
그런데 그 길로 죽 올라가다보면 도중에 삼거리가 다시 하나 나온다.
그런데 어지간한 산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데 여기는 국립공원,도립공원도 아니고 그냥 아무데도 아닌 산 같다. 면립공원인가? ㅋㅋㅋ
그래서 거기에 이정표가 아무 것도 없는거다.
나중에 보니까 너덜너덜 프랭카드 같은 지도가 하나 붙어 있는게 고작이고
기둥 박아 놓은 이정표 같은 것은 없다. 내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이정표 없다!
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다소 평탄하게 가는 것으로 보이는 길이고, 똑바르게 가면 가파르게 올라간다.
나는 당연히 직진하여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고 그리로 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이것 때문에 이날 스케줄이 좆된 것이다.
알고보니 그쪽은 각호봉과 민주지산 사이를 잇는 능선 쪽으로 오르는 길이었던 것이다.
경사도 심하고 밧줄 붙잡고 올라가고 꽤나 험했다.
길도 희미해서 어디가 길인지... 잘못하면 길 잃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더 괴로왔던 것은 도중에 녹지 않은 눈 때문에 아이젠을 신었는데
완전 진흙벌에 질척질척... 바위도 많고, 지저분하게 녹은 눈에....
하여튼 민주지산 되게 지저분하네 투덜대면서 올랐다.
각호봉과 민주지산을 잇는 능선에 도착... 민주지산 쪽으로 향하다가 국내 유일의 무인 대피소라는 곳도 구경할 수 있었다.
거기를 지나서 좀 가다가 한적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하나 남은 전투식량이 아까워서 그냥 가져와서 먹었는데 저번 소백산과는 달리 이번에는 물 제대로 부어서 먹었다.
하지만 여전히 맛은 조까탔다.
이걸로 전투식량은 끝이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사진 찍고... 석기봉, 삼도봉이란 쪽을 보니까....
와 엄청 저 멀리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번에 소백산에서 시큰 거렸던 왼쪽 무릎 뒷편 같은 자리가 또 시큰거리고
몸은 완전히 지친 상태....
석기봉 쪽으로 가다가는 무슨 일이 날지 모르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산이란 것을 무슨 런닝머신으로 알고, 정상에 오르면 그걸로 등산의 목적이 달성되는 단순한 놈이 아니던가.
그래서 무리하지 말고 하산을 결정했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석기봉 쪽으로 몇발짝 가니까 웬걸 물한계곡 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고민하다가 그리로 내려가는데....
와... 이 길은 내가 지금까지 등산하면서 봤던 길 중에 제일 멋졌다.
온통 눈밭인데 아까 올라올 때의 그 바위 투성이에 가파르고 눈이 녹아서 진흙 투성이의 길하고는 완전히 딴판이다.
온통 녹지 않은 눈밭이어서 체인젠 신고 걸으니 그렇게 포근하고 편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까 올라올 때는 진흙뻘에 바위 밟느라 아이젠 망가지는 듯 하여 신경이 쓰였는데...
그리고 길이 무슨 눈 덮인 시골 오솔길 같다.
주변에 다른 사람도 없다.
그냥 혼자 사색하면서 산책하듯이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아까 올라올 때의 험하고 진흙탕이던 길과 비교하면 여긴 완전 천국....
그래서 난 이 길을 천국의 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색을 하면서 천국의 길을 걸어 내려오다 보니 웬걸? 아까 올라오다가 그 이정표 없었다는 삼거리에서 딱 만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아까 올라올 때 그 삼거리를 기준으로 해서 직진을 하면 조까튼 길, 좌회전을 하면 천국의 길이었던 것이다.
만일 내가 올라갈 때 천국의 길로 올라갔으면 지치지 않았고 석기봉, 삼도봉 까지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조까튼 길로 올라간 탓에 지치고 무릎 아파서 시시하게 내려온 것이다.
이런 중요한 갈림길에 이정표도 없다니... 개객끼들....

다음에 다시 민주지산 가면 그 삼거리에서 실수 안하고 꼭 좌회전해서 천국의 길로 올라가서 풀코스 뛰고 올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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