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도 알겠지만

내가 목적을 가지고 정모를 나간건 알겠지?

그때 입고 나간 꼬라지를 말하자면

까만색 블랙야크 기능성 긴팔티에,  K2 까만색 바지에,

까만색 블랙야크 배낭에, 까만색 스틱에,

너네가 조또 디자인 구리다는 퍼플색(purple, 우리나라 말이 생각이 안난다.)

노스페이스 모자를 쓰고 갔어.

사람들이 은근히 비웃으면서 보더라 ㅎ

내 딴에는 존나 기능성으로 안꿇릴라고 맞춰 갔는데,

색감이 없다 보니 온통 시커먼스에다가

비싸보이기만 하는 옷을 걸친 바보스러운 모습이었지.

거긴 분위기를 보니까 모임 자체가 연애질 하는 성격이 좀 강해 보이더라고.

뒷풀이할때 스탭이 자기들은 연애질을 장려한다는 소리까지 했으니 뭐 카페 성격이야 뻔하지.

그런데 나온 애들이 무슨 기능성이니 챙길리가 있나.

스틱을 들고 온넘도 스탭 몇놈 뿐이고, 장비는 커녕 등산복을 갖춘 사람도 드문드문

완전 야유회 복장들이더라고.

그리고 글케 입고와도 충분하다는 것을 산을 오르면서 느낌. ㅎㅎㅎ 난 개오바였지.

스틱 하나에 십만원 하는 것을 착용하고 있는 내 모습을 어케봣을 지 짐작이 감.

산도 서울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말그대로 동네 뒷산.  노인네들로 발디딜틈도 없는 곳,   북한산에 비하면

산이라고 하기엔 차라리 공원이라고 불릴만한 곳이더군. 물론 단체 정모다 보니 코스를 그렇게 정한거겠지만.

산을 오르면서 눈여겨 본 여자애가 있었어. 얼굴이 희고 귀엽게 생긴 이쁜애였지.

어케 해보고 싶어서 접근해서 몇마디 건네 봄. 자기 한테 관심을 보여주니까 기분이 좀 좋았는지

나한테 몇마디 자꾸 걸더라고.

그리고 산을 내려와 뒷풀이 하는 자리가 왔어.

스탭들 소개 하고 술잔이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니까 무슨 커플 선언 따위를 하는 거야.

딱 보니 스탭들은 끼리끼리 커플들이고,

고백타임 따위를 가지며 커플 선언도 몇 명인가 터졌지.

나는 거기서 절실히 느낀게 나는 참 내성적이고 말빨이 더디 다는 것.

내 옆에 말많은 놈이 혼자 떠드는 걸 말 없이 웃고만 있을 뿐, 말도 몇번 못하면서 담 번엔 걍 혼자 북한산이나 가야겠다 소심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지.

그러다 내 착각인지 모르지만, 산을 오르며 눈 여겨 보던 애가 내 맞은 편에 앉은 거야.

내가 있으니까 와준 건지 어떤 건지..( 근데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니까, 날 의식해준것도 같음.. 집에 가면서 나 한테 자기 간다고 말하고 갔으니.. ㅡㅡ 한번 대쉬해 볼걸..)

하지만 난 대쉬를 못했어. 거기 스탭 중 한 넘이랑 같은 동네에 산다는데, 산도 같이 오르고, 내 생각엔 그 스탭이란 놈하고 뭔가 있을 것만 같은

소심한 생각이 든거지.. 걔는 박힌 돌이고, 나는 굴러온 돌인데, 첫날 부터 어케 들이대겠냐 ㅡㅡ;

거기 까진 좋았는데 문제가..

내가 아는 여자라도 여럿 만들자는 생각에 옆 자리에 앉은 별 존재감도 없는 여자한테 연락처 같은 걸 따는데,

그걸 주위에서 술 취한 넘들이 발광을 하면서 커플 맺기를 시도한거지.

거기에 떠밀려서 난 키스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다음날 데이트하고 걔가 4차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후, 걍 절망 모드..

무슨 놈에 여자가 술은 조또 안 마시고 이상하게 허리 겨안고 다리 만지는 스킨십은 허용 하면서

말하는건 또 이상하게 가드가 높음 ㅡㅡ;;

원나잇을 시도를 못하겠음 ㅡㅡ;;

그건 그렇다 치고 솔직히 그 짓이야 돈주고 하면 되니까 상관없는데,

간만에 만난 맘에 드는 그녀를 대시한번 못해보고 놓치고, 애꿏은 산악회 모임 하나 못가게 되버렸음 그게 맘에 걸림.

제기랄 ㅠㅠㅠ

내게 있었던 일이야.

여기와서 글싸고 너네들이랑 얘기하면서 내가 얼마나 어리버리한 놈인지 깨달음 ㅡㅡ;;

너네들 말이 맞아... 난 호갱이야 호갱... 인생 자체가 호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