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지리산을 갔습니다.

따지고 보면 석달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마치 삼년은 된듯한 느낌이었어요.

산청에 있는 친구가 중국으로 당분간

파견갈거 같다고만 하지 않았으면

아마 가지 못했을텐데...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도 밤12시 백무동행

심야버스를 타러 동서울로 향했습니다.

생각보다 버스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함양과 인월, 마천에서 내리고

한 십여명만이 백무동에서 내렸습니다.

비는 함양 들어오면서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마천 즈음에서부터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죠.

일기예보에 80밀리가 오네 200밀리가 오네하는 얘기를 들었지만

새벽 네시즈음까지만해도  봄비다운 비가 내리는지라 망설임 없이

장터목으로 향했습니다.

위로 오를수록 비의 양이 많아집니다.

몇몇 나이드신 분들은 오르기를 포기하기도 하더군요.

참샘에 이르자 비는 더욱 거세져 카메라 꺼내기조차 힘들어집니다.

비는 이렇게 거세게 오는데 샘은 말라있었어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속도를 내기 힘들어 다섯시간 남짓만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방송에서는 다섯시삼십분부터 호우주의보 발령으로

모든 구간이 통제 되었다고 합니다.

아침먹고 점심먹고 하산을 하려다

점점 거세지는 비바람에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하산할 사람들은 일찌감치 내려갔고

몸상태가 안 좋은 한분은 한참을 누워쉬다

일행과 같이 백무동 방향으로 하산을 합니다.

전 친구와 만나는것이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는데다

 장터목에서 해야했던 숙제를 하느라 그냥 남았습니다.

쐬주 하나 안 챙겨갔으면 긴 하루를 어찌 보냈을지...

다음날 새벽이 되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고

동쪽 방향으로 햇빛이 환해집니다.

그 넓은 장터목대피소 큰방에서 혼자 대자로 뻗어잤으니 몸도 개운합니다.

아침을 끓이는 동안 주변구경에 빠져보았어요.

남아있기를 잘 했습니다.

그럭저럭 아침을 먹고 제석봉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친구를 만나려면 산청으로 가야하니 중산리로 하산을 해야지요.

제석봉은 언제와도 신비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잠도 자고 해지는것도 보고
그러고싶지만

그럴수있는건 아니니...

지리산 여러번왔어도 이런 풍경들은 처음입니다.

어제 남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천왕봉이 코 앞입니다.

오랜만이네요.

+이제 천왕봉에 다와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