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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는 극복이 안됨.오늘은 정상 근처도 못가보고 포기 북한산.txt

ㅇㅇ(58.140) 2017.04.30 21:03:49
조회 1449 추천 5 댓글 10

등산을 하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어제 50킬로 자전거를 탄데다가 주말이라 술을 적잖게 마셔버려서


일어나보니 알람 맞춰둔 시간보다 두시간이 훌쩍 지나 컨디션이 좋을수가 없는 상태.


애초에 불암산이나 다녀오려던 것이 마음이 바뀌어 우이동기점에서 우이암을 거쳐 오봉을 훑고오자는 기분으로


버스를 탑승.


근데 ㅅㅂ 우이암 매표소로 가는길이 사유지 논쟁으로 이상한 현수막에 쇠사슬을 쳐놓은지라 걍 무시하고 지나


가려다 소시민 다운 소심함으로 그만두기로 하고 행선지를 백운대로 급변경. 다시 길을 내려가 도선사 방향으로 틀었다.


택시를 타고가는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고 보행길 따라 좀 가다 보니 백운대 방향 깔딱고개로 가는길과 도선사 광장으로 가는길이 갈리는데.


5분간 고민했다. 컨디션이 정상도 아니고 백운대를 갈수있을까 의구심같은 핑계가 대가리를 지배하면서 어차피 석가탄신일이 가까운데


절에나 들리고 오늘은 고만 내려가자 싶어 도선사로 길을 틀었음.


전날마신 술도 술이지만 배낭대신 애들 책가방같은 일반 색을 짊어지고 오다 보니 견착도 제대로 안되고 쏠리고 배기고..


꼴랑 도선사 올라가는데도 두번은 토할뻔 함.  도선사에 가서 불전함에 지전 몇장 접어 넣고 당당하게 점심 공양을 얻어먹고 나오니


시간이 벌써 두시가 가까워지는 오후. 뒷길로 나와 용암문까지만 가보자 싶어 올라가는데 아놔 ㅅㅂ 존나 힘듬.


용암문이 있는 북한산성 능선까지 가는 1킬로도 안되는 등산로에서 여든다섯번은 족히 쉬었을거 같은 느낌으로


천신만고 비탈을 올라 용암문에 도달하니 아줌마 둘에 아재 한분이 끼어있는 일행들이 돌에 앉아있다가 괜히 말을 걸어온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더워서 흘린땀에 몸이 안좋아 흘린 식은땀가지 물에 빠진 생쥐꼴이니.


두런두런 말들을 주고 받다가 다시 내려가려는 날 말로 붙든다. "우리도 이시간에 올라가는데 여기 까지 와서 그냥 내려가면 아까운데."


이정표상 용암문에서 백운대 까진 1500미터. 머뭇머뭇 하다가 가는데 까지 가보겠다며 꽁무니에 붙음.


늘 느끼는거지만 신체능력중에 폭발력은 여자가 영원히 남자를 못따라오겠지만 지속하는 능력은 여자도 남자 못지 않게 능력을 발휘함을 느낌.


헥헥 거리며 겨우겨우 따라붙어 노적봉 언저리까지 왔는데 더이상은 내 속도로는 민폐지 싶어 아주매미들 먼저 올려보내고 쉬고있던 양키 두놈 사진도 찍어주고 좀 쉬었다가


백운대를 향해 올라가보기로 함.  


아 근데 한 삼백미터 올라갔나. 이제 모르도르산 처럼 쭉뻗은 백색의 백운대 정상에서 태극기가 나부끼는게 육안으로 관찰이 되는데 갑자기 강한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자


 고소공포로 인해 오는 현훈증상이 대가리를 때림. 머리가 핑 돌면서 곧 옆의 벼랑으로 신고있는 싸구려 등산화가 미끌리며 몸과 가방이 쏟길것 같은 위기의식.


이미 자세는 두발과 양손이 바닥에 붙어 굳어버리고. 다행히 오후도 세시가 지나가는 늦은 타이밍이라 뒤에서 보채는듯 쳐다보는 등산객은 없는 상황.


다시 5분여간을 엎드린채 고민하다가 어차피 시간도 늦었고 보이는 백운대도 엄청 높아보이는데  컨디션도 안좋으니 내려가기로 결심할수 밖에 없는..


다시 노적봉을 거쳐 용암문을 지나 도선사에 도달해 복잡한 차량문제로 엉켜 싸우고 있는 모습을 감상하며 잠시 휴식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이동 기점을 쏟기듯이 내려오고 나니 온 몸의 기맥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 든다.


다이어트 땜에 손대지 않던 크림빵에 아이스블랙커피를 무념무상으로 삼키고 나서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백운대를 올라가지 못한 나름의 이유를 나열해보자면


1. 전날 음주로 인한 컨디션 좆망


2. 같이 으쌰으쌰할만한 등산동료 부재


3.계획없는 급등반으로 후딱 다녀올만큼 북한산이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님.


4. 싸구려 새신발(가격 들으면 진짜 깜놀 할만큼 싸구려임.그냥 일반 저렴한 메이커 신발 이런거 아님) 


로 하는 세번째 등산인데 세번다 불만족. 게다가 어깨걸이 말곤 아무것도 결속이 안되는 일반 가방.


컨디션이 괜찮을땐 비닐봉다리만 들고 올라가도 아무런 문제도 안됐을것들이 꼭 문제가 될만할때가 되면 산사태 처럼 문제가 됨. 물론 핑계임


5. 제일 중요한 고소공포. 나이가 들어도 극복이 안되는게 생활습관하고 포비아라더만. 극복이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더 심해지는 느낌.



약간의 상심을 안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백운대를 검색해보니 많이 들어서 친숙한게 북한산이라 그렇지 꽤 위험하다는 의견이 좀 되는걸


보고 좀 위로를 받은게 오늘의 얼마안되는 소득중 하나.  아무문제 없이 어떤곳이든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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