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구렁텅이 - 만화 갤러리

절망의 구렁텅이앱에서 작성

미도리군

2024.09.27 22:52:30

조회 65 추천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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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빨간 머리 앤을 참 좋아했다 앤의 상상력과 풍부한 표현력이 부러웠다 기쁠 때 마구 기뻐할 줄 알고 화날 때 불 같이 화낼 줄 알고 슬플 때 있는 그대로 슬퍼할 줄 아는 앤 셜리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책을 읽으면서 그 캐릭터가 정말 살아숨쉬는 실제 인물처럼 느껴졌다 1권에서 앤이 자기 마음껏 이름 붙인 표현이 두 가지 기억나는데 하나는 벚꽃이 만발한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연인의 오솔길이라 부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심하여 마음이 바닥을 칠 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고 표현한 것이다 앤 셜리는 극과 극 같은 두 표현을 모두 이름 붙일 수 있는 아이다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언제나 대로변이 아니라 숲의 오솔길을 찾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도망쳤고 나 스스로에게조차 마음껏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준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시간은 느긋한 친구가 되거나 부리나케 등 뒤를 쫓는 괴물이 된다 녀석을 친구로 만들려면 내가 나아가야 한다 난 이 길을 가고 있으니 너도 함께 가자 요 근래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기분으로 지냈지만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절망과 함께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늘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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