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서 산 2천원 고무망치를 손에 쥐고 집을 나섰다

저 멀리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커플이 보였다

징역 5년!

망치의 궤적이 찬 공기를 세 번 갈랐고 하나가 쓰러졌다

다른 하나는 비명을 질렀고 귀가 따가웠다

형량 추가! 징역 6년!

망치의 궤적이 더운 공기를 가르며 맹렬하게 돌진했다

저 멀리 한 무리의 청년들이 경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가능성으로 빛나보였다

징역 3년이닷!

예기치 않은 망치의 습격에 한 명은 고꾸라졌다

어떤 이는 쓰러진 친구를 살피고 어떤 이는 이내 달려들었다

감히 저항하다니! 법정 모독이다! 형량 추가!

지엄한 판결이 겨울 밤을 수놓았다

붉은 은하수가 하늘을 적셨다

검빨 조합으로 차려입은 청년에게 걸맞는 판결이었을까

고무망치의 판결은 그 뒤에도 행복한 주말 저녁을 휩쓸었다

판사 앞에 경찰들이 나타났다

판사는 그들에게 법정의 존엄을 모독한 이들을 어서 구속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판사를 향한 무수한 총구!

아아! 국가의 녹을 먹는 자들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파직이다! 징역 2년 6개월!

그래도 그동안 국가기관에 봉사한 것을 참작하여 판사는 자비로운 망치를 내려쳤다

총구는 작은 화염을 뿜었다

그런데 판사는 총을 맞지 않았다

그는 사실 방 안에 있었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주말 저녁도 아니었고 판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에 들린 망치를 보았다

그것은 고무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을 보았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사형이다.

판사는 마지막 판결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