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T라고 불리는 선수들에겐 본인을 상징하는 명장면이 몇 개 씩 존재하기 마련이다. 리오넬 메시에겐 중계진의 '암까라 메시'라는 단어로 유명한 헤타페전 드리블 골이 있고, 마이클 조던에겐 '더샷'이라고 불리는 1989년 플레이오프에서의 골이 있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12일 본인을 상징할 명장면 목록 상단 어딘가에 하나의 장면을 추가했다.
이상혁의 슈퍼 플레이가 터진 것은 3세트다. 당시 T1은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정글과 바텀에서 손해를 보면서 출발했고, 이어지는 난타전에서도 손해가 누적되면서 수세에 몰렸다. 바론을 가져가면서 기세를 살린 순간도 있었지만, 다음 바론이 등장한 시점 '오너' 문현준과 '제우스' 최우제가 차례로 잡히고 바론까지 내주면서 분위기가 넘어갔다. 바람 드래곤 영혼을 챙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바론 버프를 가지고 진격하는 징동에게 승기는 넘어간 상태였다.
아지르를 플레이하던 이상혁은 상대가 미드로 압박해온 상황에서 'e-q' 연계를 통해 상대에게 돌진한 뒤, '점멸-황제의 진영' 콤보로 '룰러' 박재혁의 바루스를 아군에게 토스했다. '점멸'이 빠진 채로 토스당한 바루스를 스킬 연계로 잡아낸 T1은 한타에서 대승한 뒤 그대로 진격해 넥서스를 파괴했다.
해당 플레이가 대단했던 이유는 이상혁 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담대함으로 상대의 집중 마크를 완벽히 뚫어냈기 때문이다. 보통의 '슈퍼 토스'는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위치에서 등장하면서 궁극기를 명중시킨다. 그러나 이상혁이 보여준 장면에선 이미 아지르의 위치에 와드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가 이상혁의 진입을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심지어 상대 애쉬가 아지르를 지속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스킬을 날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바루스가 '점멸' 역시 가지고 있던 상황이라는 것 역시 난이도를 올리는 원인이다. 만약 바루스가 점멸로 아지르의 스킬을 피해낸다면, 진입한 아지르만 녹아버려 한타의 구도가 완전히 불리해질 수 있었다. 자칫하면 그대로 세트 패를 내주게 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지르는 과감하게 먼저 '점멸'을 활용하고, 완벽한 각도로 '황제의 진영'을 설치해 '점멸'을 사용하더라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결국 해당 플레이는 단순히 세트의 승리 뿐 아니라 징동 게이밍의 '골든 로드'를 막는 가장 큰 클러치 플레이 중 하나가 됐다. 실제로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적장 '옴므' 역시 가장 큰 아쉬움으로 3세트 역전패를 꼽았다. 3세트가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셈이다.
롤드컵 들어 물오른 폼을 과시하고 있는 이상혁은 이 플레이 외에도 경기 내내 본인이 왜 역사상 최고의 미드라이너인지를 증명해냈다. 1세트 상대 정글의 갱킹을 흘린 뒤 상대 정글을 견제해 쫓아낸 플레이나, 아군이 물린 상황에서 빠르게 '순간이동'을 활용해 교전에서 변수를 만든 플레이 역시 화려하진 않아도 경기 내용을 바꾼 플레이였다. 부상 이후 폼을 걱정했던 이상혁은 어느새 다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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