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뜨거웠던 지난여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순위 경쟁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리고 광동 프릭스는 그 순위 경쟁 끝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광동은 지난해 서머 스플릿 당시 1라운드까지 중위권에 자리 잡았으나, 이후 2라운드에서 무너진 바 있다. 이번 여름 역시 1라운드의 좋은 흐름을 2라운드까지 이어가지 못하면서 2년 연속 비슷한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좌절만 있던 1년은 아니었다. 스프링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광동에서 뛴 '두두' 이동주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2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이렇듯 기쁨과 좌절이 공존했던 2024년. 이동주는 한 해를 돌아보며 기쁨의 순간을 즐겁게 되짚었고, 좌절의 순간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그 끝에서 이동주는 2024년을 배운 것이 있는 한 해였다고 정리했다.
▶1R: 5승 4패→2R: 2승 7패…"서머 시즌, 다양한 승리 플랜 짜지 못했다" 지난해 이동주를 제외하고는 신인급 멤버로 로스터를 꾸렸던 광동은 올해 시즌 시작 전 베테랑 정글러 '커즈' 문우찬을 영입하면서 변화를 줬다. 그리고 스프링 시즌 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오르며 저력을 보였다. 이후 맞은 서머에는 바텀 라인에 '리퍼' 최기명을 새롭게 수혈하는 과감한 수를 뒀고, 개막전부터 강팀인 kt 롤스터를 제압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광동은 5승 4패의 성적으로 서머 1라운드를 4위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라운드 첫 경기 OK저축은행 브리온전을 시작으로 4연패를 기록하며 흔들렸고 2라운드서 2승 7패의 성적을 남겼다. 결국 7승 11패로 7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를 떠올린 이동주의 눈빛에는 여전히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러면서 그는 "가면 갈수록 다양한 승리 플랜을 짜지 못했던 게 가장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광동은 2023년 여름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서머 1라운드는 중위권에서 마쳤지만, 2라운드서 전패하며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인 것. 이동주는 "데자뷔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사실 그에 따른 부담은 서머뿐만 아니라 스프링 때도 받긴 했다. 그런데 스프링 때는 극복했으니까 그 경험을 토대로 서머도 똑같이 극복하면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마음은 그렇게 먹었지만 뜻대로 결과가 안 나와서 많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그에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묻자, 2라운드 BNK 피어엑스전을 꼽았다. BNK는 광동과 반대로 1라운드서 부진했지만, 2라운드서 반등했고 결국 광동을 끌어내리고 플레이오프로 향했다. 그리고 8월 10일 열린 두 팀의 맞대결은 결정적이었다. 이동주는 "첫 세트는 저희가 잘 이겼던 것 같은데, 2, 3세트 중간중간에 아쉬운 실수들이 나왔다"며 "PO에 올려놓을 수 있던 경긴데, 그러지 못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팀원들이 보내 준 신뢰, "부담보다는 자신감의 계기" 올해 광동은 이동주, 문우찬 두 베테랑과 함께 최기명, '태윤' 김태윤, '불' 송선규, '불독' 이태영, '안딜' 문관빈, '퀀텀' 손정환 등의 신인급 선수들로 시즌을 치렀다. 그런 만큼 이동주는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 역시 강하게 느낀 1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서머 2라운드에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역시 감추지 않았다.
"책임감을 엄청 많이 느꼈다. 초기에는 다 같이 부족한 부분 채워주면서 괜찮은 느낌을 받았는데, 후반부에 그런 느낌이 무너졌다. 그러면서 제가 게임 내에서 원래 해주던 부분을 못 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어떤 경기에서는 패배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게 굉장히 아쉽다."
이렇듯 스스로를 자책한 그이지만, 이동주는 문우찬과 함께 광동의 확실한 승리 플랜 역할을 해줬다. 이에 감독을 비롯한 팀원들은 인터뷰 등을 통해 이동주에 대한 무한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동주는 "그런 부분은 부담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게 해줬다. 팀원들이나 감독, 코치님들이 인터뷰에서 신뢰를 보내줬는데, 그런 게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점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태영, 손정환 등 동생들의 열정을 보며 동기부여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 준 문우찬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고 털어놨다. 이동주는 "(문)우찬이 형과 처음 게임해본 입장에서 게임 자체의 목적이 뚜렷해지고 편안해진다고 느꼈다. 이대로 진행되면 승리로 직결될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콜이나 플레이적인 부분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얻어가는 게 많은 한 해…내년에는 롤드컵 무대 서고파" 다양한 일을 겪은 이동주의 2024 시즌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가장 열망했던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얻은 것이 많은 해였다는 것이 이동주의 설명이다. 그는 "서머 시즌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얻어가는 게 많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서 굉장히 힘이 많이 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다"고 2024년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해가 지날 때마다 이야기하는 건데 게임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 확실히 느낀 게 많고 본 것도 많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서 "게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좁게 보고 있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자신에 대해 객관화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배운 걸 바탕으로 내년에는 조금 더 잘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해를 정리하며 새로운 한 해를 바라본 이동주. 그의 목표는 역시나 롤드컵이다. T1의 우승으로 끝난 지난 롤드컵을 지켜본 이동주는 "매번 볼 때마다 큰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굉장히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존경심도 들고 '내가 저 무대에서 뛰면 어떤 느낌일까'도 생각한다. 매번 이 시기가 되면 경기를 안 뛰니까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거나, 저 무대에 올라가서 많은 관중 속에서 게임하고 싶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2025년 롤드컵을 이야기했다.
"내년에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물론 좋지만, 꼭 롤드컵 무대에서 게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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