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관계자들 사이서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에서 '황제'라고 불리던 임요환(현 T1 스트리머)이 군대에 가면 한국 e스포츠는 망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 그런 말이 나온 이유는 임요환은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한국 e스포츠를 이끄는 선수이자 아이콘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공군 에이스가 생기면서 임요환은 선수 생활을 이어갔는데 지금 되돌아봐도 당시 임요환의 군 입대는 팬 뿐만 아니라 한국 e스포츠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2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e스포츠 최고의 스타인 T1 '페이커' 이상혁이 없는 한 달을 경험했다. 지난 달 2일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 이후 손 부상으로 이탈한 이상혁은 한 달 간 휴식과 함께 치료를 병행했다. 당시 6승 2패로 LCK 서머 스플릿 3위를 달리고 있던 T1은 '페이커'가 빠지자 1승 7패를 기록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T1의 부진과 함께 LCK의 시청자 수도 절반 가까이 빠졌다.
e스포츠 리그 시청자 수를 집계하는 e스포츠차트에 따르면 70만 후반(기준 트위치, 유튜브 공식 방송)을 기록하던 T1의 시청자 수는 '페이커'가 빠진 이후 40만 초반까지 떨어졌다. 2라운드 중반 경기는 30만 대로 내려갔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페이커'가 돌아오자 시청자 수는 원래대로 돌아갔다.
'페이커' 이상혁이 데뷔 10주년을 넘어가면서 관계자들은 '페이커'가 은퇴한 뒤 LCK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닌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하던 당시 '페이커' 이상혁은 팀의 주축이었고, T1을 이끌고 있는 에이스이자 정신적인 지주였기 때문이다. 먼 훗날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페이커'가 없는 LCK를 일찍 경험했다. '페이커'가 은퇴한 다음 LCK가 삐걱거릴 수 있겠다라는 것도 알게 됐다.
LCK 이정훈 사무총장은 최근 데일리게임과의 창간 15주년 인터뷰서 "LCK는 앞으로 10년은 건재할 것이며 부자가 경기장에서 같이 게임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페이커'가 없는 한 달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경험했고 '페이커'가 없는 LCK를 준비해야할 시기가 일찍 다가왔다는 것도 알게 됐다. 라이엇 게임즈 LoL e스포츠는 '페이커' 이상혁이 복귀하자 SNS에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이라며 손을 치켜 세웠다. 우리는 '왕의 귀환'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페이커'가 없는 LCK를 준비해아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 숙제를 해결해야하는 건 라이엇 게임즈와 LCK 유한회사이지만 현재 기자석을 쓰고 있는 기자도 마찬가지일 거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해설을 맡은 엄재경 만화가는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해서 '황제' 임요환, '폭풍저그' 홍진호, '악마토스' 박용욱 등 별명을 지었는데 이건 현재까지도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별명이 됐다. LCK서도 이런 걸 도입해 '페이커'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주목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니라면 리브 샌드박스(부산)가 처음으로 시도했고 현재 중국 LPL이 채택한 지역 연고제를 도입해 선수 개인이 아닌 팀이 주목받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페이커'가 없는 LCK는 어떨까.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것이다. '페이커'가 없더라도 LCK가 오랜 시간 동안 팬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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