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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방과 보시라이의 몰락, 시진핑 집권체제 독주의 시작.

FallOu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2.04 19:45:02
조회 20450 추천 89 댓글 80

예전, 시진핑의 국가주석 배경에 대하여 를 써보았는데, 이글을 위한 사전글이었습니다. 군갤에 썻던 정보글 중 몇 개가 올해 삭제된걸 알아서 백업차원으로 다시 올리며, 몇 가지 내용을 보강하고 수정하였습니다. 파주딱님의 이해를 구합니다.


보시라이의 아버지 보이보도 중공 10대원수 예젠잉 정도는 아니지만 미래를 보는 시야와 몸에 배인 준비성은 있었던 듯 합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문혁이 있었습니다. 문혁 당시 개혁적인 성향이 젊은 주자로 끝발 날리던 보이보에게도 문혁과 홍위병이 달려들었습니다. 뭐라 변호할 여유도 없이 몽둥이로 줄창 두들겨 맞은겁니다. 홍위병은 몽둥이찜질을 맞고 바닥에 뒹구는 보이보 앞으로 중학생이었던 보시라이를 데려가 육친 보이보를 공개비판하라고 협박합니다. 어린 보시라이는 이 순간 겁을 먹거나 오열했을까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보시라이는 주저없이 홍위병 앞에서 육친 보이보를 비판하고, 마찬가지로 두들겨 팼는데, 쓰러진 보이보를 마치 레반도프스키의 인스텝 싸커킥으로 걷어차 이때 보이보는 갈비뼈가 부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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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와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아들한테 걷어차여 갈비뼈가 부러지는 그 순간 보이보는 아마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썅, 이래서 미래를 보고 보험을 들어야 하는구나. 생명연장은 요쿠르트만 먹어서 되는게 아니였어', 중공원수 보이보도 보통사람은 아니었기에 이 사건 이후 보이보는 보시라이를 천하의 패륜아라고 비난하지않고 되려 크게 칭찬합니다. "너는 육친불인(育親不認) 이니 반드시 크게 될 사람이다." 아비도 몰라보는 천하의 개썅넘이니 이제 시작되는 야만의 시대에서 최적화를 장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야만의 시대를 이를 악물고 넘어온 언더독 태자당 집안의 부자가 다시 중앙 정치판으로 메이저 타이틀을 달고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번 올린 장쩌민 7개성 연판장 사건에서 보이보의 활약으로 장쩌민과 상해방을 구해낸 공로 덕이었습니다. 보이보와 보시라이가 태자당이면서 철천지 원수 상해방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유가 여기있던거죠.


여튼 이렇게 장쩌민과 아버지 보이보의 후광을 입은 보시라이는 먼저 다롄시(대련시) 서기(시장)으로 부임합니다. 보시라이의 도시계획은 다롄시를 북방의 홍콩으로 만드는 것 이었는데, 도시 내에 난립한 제조업을 통합해서 시외로 이전시켰고, 도시 미화 사업과, 주거 개선사업을 장려해서 랴오닝성 (요동성) 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 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아마 관광이나 사업차 출장등으로 다롄시를 방문한 사람들이 상업과 거주지역만 있는 도시를 보고, 어떻게 이런 도시가 랴오닝성 최고의 경제지구인지 의아해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거주지역과, 상업지역, 공업지역을 계획도시화 하여 나눈 것 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보시라이가 게임 심시티2000에 매우 심취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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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를 예로 들면 계획신도시사업은 주거, 행정, 상업지구를 시작부터 세심하게 분리해서 출발해야 나중에 손이 덜 갑니다.

보시라이는 의외로 도시 현대화에 센스가 있었고, 해외 자본, 특히 한국, 대만, 일본의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 적극 유치하여 (보시라이식 개혁개방이 속도를 내기 시작할 당시 중국의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 중 하나였고 직접 한국에 방문하여 투자설명회를 겸한 활동을 했을 정도로 한국의 자본과 기술유치에 적극적이었습니다.) 다롄시 하나가 랴오닝성 전체 경제력의 절반을 차지하게 만들 정도로 성장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이 성과로 아예 랴오닝 성장에 부임하여 한 끝발 날리기 시작했는데, 이 남자는 어떻게 하면 지역 인민에게 환심과 지지를 얻는지 본능적으로 알았기에 랴오닝 성장으로 부임할 당시 다롄 시민의 보시라이 다롄 서기에 대한 지지율이 90%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튼 랴오닝 성장에 부임할 당시까지만해도 중앙정부의 말을 잘 듣는, 그리고 중공원로 핏줄이면서 장쩌민과 상해방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새로운 시대의 대세 정도였는데 이렇게 대놓고 독주하는 차세대 정치인은 늘 주변에서 강한 견제가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지난 번, 문혁 이후 중국 과두정치집단은 '혼자 독주하는 자'를 가만 두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보시라이는 잘 나가던 랴오닝 성장에서 베이징의 중앙위원회로 불려가 상무부장직을 떠맡으면서 실질적 부와 권력을 구축하는데 실패합니다. '중앙위원회면 권력핵심그룹이니 더 좋은거 아닌가?' 아닙니다. 중국 정치판에서는 크게 되려면 중앙 정부에서 멀어질수록, 감시망 밖에 있을수록 유리하니까요. 보시라이가 목표로 했던 랴오닝 성위서기는 보시라이가 중앙위원회로 불려간 직후 리커창이 꿰찼고, 이때 시진핑은 저장성(절강성) 성위서기를 맡으면서 보시라이와 정치적 파워게이지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보시라이가 랴오닝 성장에 이어 랴오닝 성위서기까지 맡았다면 장쩌민과 후진타오 모두에게 지명된 차기 국가주석은 시진핑이 아닌 보시라이였을 수도 있었겠죠.

이후 뒤늦게 충칭직할시 시장으로 부임하면서 보시라이는 현실적 감각을 가진 차세대 개혁정치인에서 느닺없이 극좌로 돌변합니다. 랴오닝에서 잘 나갈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리커창과 시진핑이 각각 성장서기를 맡은 이후 역시나 승승장구 하면서 정치국 상무위원과 부주석까지 논스톱으로 질주해나가는 것을 보고 무척 불안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뭔가 강려크한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해 패션 마오주의자로 돌변한 보시라이는 특이하게도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해나가는 개발 정책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공기업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이런 공기업은 시 외곽 농촌 개발에 전념했는데 보시라이 재임시절 충칭시의 외곽 농지 대부분이 재개발되어 주거지역이 대거 들어섭니다. 현재 충칭시의 신도시인프라 대부분은 보시라이의 재개발 정책 때 추가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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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의 농촌지역 재개발로 주택공급이 원활해져서 토지가격상승을 장기 억제할 수 있었고, 신도시의 주택수요자를 농촌 농민과, 도시 농민공들로 정하면서 도시성장에 충분한 고정 노동력의 공급과 주택 실수요자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타지역의 농민공이더라도 충칭직할시에서 5년간 실거주를 하면 충칭직할시 시민으로 호구를 발급해주어 신도시 주택을 구매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해준 이시기의 정책으로 충칭직할시는 부동산 침체가 가속화되어 회복이 불가능해진 지금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 토지개발시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현대적 도시개발에 대한 센스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요? 고속성장하는 국가 개발정책에서 항상 소외됐던 농촌 무산계급과 농민공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적이었겠지만 일단 시작해보니까 무척 긍정적인 경제성장 신호를 발견하기도 했기 때문이죠. 개발산업으로 엄천난 돈이 돌고, 호구에 잡히지도 않던 떠돌이 농민공들이 새로운 충칭직할시 시민이 되면서 시외곽 농촌정비사업은 초대박을 치며 성공합니다. 이 호구정책정비사업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다른 성에서도 입맛에 맞게 변경한 다양한 호구정비 사업을 벌입니다. 출산억제정책과 박살나버린 공교육 시스템으로 노동가능 인구가 점차 줄고 있다는 불안한 신호가 다양한 형태로 잡히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노동인구가 모자란다고 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 이상으로 국가성장에 젊은세대를 장기간 갈아넣은 역효과로 2035년이 되면 중국도 20~30대 노동인구의 국외 수입을 준비 또는 시작해야 하는 국가로 바뀐다는 중국국가통계국의 통계보고서가 작성되기 시작하는게 이 시기입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박살난 공교육으로 인해 노동가능인구의 많게는 80%가량이 고교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어 단순노동 외의 신동력 산업에 대한 준비가 어렵다는 국외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다른 지역에서 노동인구를 끌어오는 성과, 타 성으로 노동인구를 빼앗기는 성간의 인구확보 경쟁구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 엮인 성끼리 결탁하여 부를 독점하게 되면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해진다는 결론도 나오게 됩니다.


이건 실제로 개혁개방 이후 광둥(광동)과 푸젠성(복건성)에 몰린 대만 자본과 결탁하여 부의 외부 유출을 막았던 개방 초기 때 상황에서 복기가 가능한데, 중국의 개혁개방부터 현재까지의 경제발전을 복기해보면 대만의 대자본이 본토 거점 투자처로 푸젠성을 먼저 덮쳤습니다. 덕분에 푸젠성 일대에는 제조업, 수출업, 건축업의 일대 광풍이 가장 먼저 몰아닥쳤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홍콩과, 인접한 광둥의 경제 발전은 푸젠을 제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이루어집니다. 푸젠, 광둥 출신으로만 구성된 지역 위원회는 타 지역에 그 어떤 성장이나 부의 재투자 기회를 넘겨주지 않았고, 아주 아주 폐쇄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젠과 광둥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푸젠에서 공산품을 생산하면, 광둥에서 이를 수출했습니다. 정치인, 기업인, 군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층에서 혼인을 바탕으로 한 혈맹이 구성되고, 순식간에 폐쇄적이고 복잡한 가계도가 그려졌습니다.


이렇게 푸젠과 광둥의 일자리는 타 성과 구의 사람들에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덩샤오핑은 생전에 유언으로 '지방 정부에 대한 당 중앙 정부의 권위를 항상 공고히 하라'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중앙위원회에서 푸젠과 광둥에 대규모 세무조사단을 파견하여 지역 당 위원과 군사위 성장들을 뿔뿔이 흩어버리며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횡령과 배임을 통제하려고 애썼으나 중앙위원회의 이런 정책이 시행되면 외국 자본은 어느 날 미련없이 떠나버렸습니다. 그러자 푸젠과 광둥의 공장들이 줄도산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다 같이 가난했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개혁개방의 단맛을 봐버린 사람들에겐 경제가 둔화되자 잃어버렸던 남부중국인의 기질이 다시 드러납니다. 이번 공산당 당중앙 위원회는 새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사설이 겁도 없이 지역 신문에 실리는등 여론이 통제가 안되니 정치권이 이에 항복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합니다. 사실상 지방정부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권아 약해졌다는 신호를 감지하면서 두 성의 관료들은 인접한 지역을 푸젠 광둥의 경제식민지로 재편하기 시작합니다. 강시(강서), (안후위)안위, 저장(절강), 하이난(해남) 기타 성들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으려 푸젠, 광둥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푸젠과 광둥에서 일하고, 임금을 받고, 그곳에서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이 이 두 곳을 중심으로 고여버리게 됩니다. 물론 일부는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송금되기도 했지만 일자리와 풍요를 찾아 온 사람들은 누구나 기회와 능력이 되면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아예 불러들이려고 애쓰게 되죠.


인근 지방정부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은 노동력이 빠져나가는 것이고, 노동력이 빠져나가는 것은 생산의 주체와 조세원이 없어진다는 것이죠. 인근 지방정부는 부족한 세수와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의 광산과 토지등의 개발권을 푸젠, 광둥의 사업가들에게 넘기고 조금씩 식민지화가 되어 갑니다. 바로 이때부터 장강 이남의 남부연안 지역은 푸젠과 광둥을 중심으로 하는 폐쇄적인 집단이 되기 시작합니다.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중앙위원회에서 남부연안을 위한 정책에 힘을 싣는 신(新)연안파가 결성되었고 이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년 보시라이가 그렸던 큰 그림은 단순히 국가주석이 아니라 부유한 지역들을 거점으로하는 앞으로도 중국을 쥐락펴락하는 새로운 연합의 결성이었을거라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부임한 충칭에서, 이번엔 충칭 도시민들의 인기를 얻을 방법을 설계하는데 인민의 인기도 얻고, 그 과정에서 돈도 생기고, 권력도 강화하는 꿩먹고, 알먹고, 둥지로 불까지 쬐는 쉬운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다른 부패한 권력자들을 조지는 것이죠.


보시라이는 다롄시 서기 시절 공안국장이었던 왕리쥔(왕립군 王立军 이름 봐라... ㄷㄷㄷ)을 충칭직할시 서기로 부임하면서 다시 공안국장 자리에 앉혔는데 이 왕리쥔을 필두로 하는 시 공안 특무대를 꾸렸습니다. 기업인, 관료, 범죄단체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보시라이와 왕리쥔의 특무대 목표는 이들이었습니다. 곧, 예전부터 지역관리와 밀착했던 기업인, 관료, 유흥업주들이 날벼락을 맞습니다 "얼마면 돼? 얼마나 더 주면 되는건데?!" 라는 울부짖음에 보시라이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습니다. 상납금 그거 받는 것 보다 얘들을 조져서 아예 통째로 빼앗는게 훨씬 돈이 되고, 대중선전도 되기 때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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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몸으로 뛰던 시절의 심상치 않은 포스의 왕리쥔, 몽골계 한족으로 성격이 매우 급했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연합뉴스>

매일마다 신문에서는 보시라이의 특무대가 어느 부패한 기업인과 관료들을 때려잡았는지가 대서특필됩니다. 어느 유흥업주는 감찰대의 총에 맞아 죽었고 당 위원들에게 여자를 대주던 포주는 체포되어 고객리스트를 넘겨주기도 합니다. 왕리쥔이 신나게 이들을 두들겨 부술수록, 보시라이의 재산과 인기는 비례해서 불어납니다. 당연히 비리나 범죄와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도 죄를 만들어 엮어가며 두들겨 부술 수 있게 됩니다. 대의명분과 공안특무대는 보시라이의 적들을 철저히 밟아 나갔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재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중국의 단저우시 전 시장이었던 장 치(张琦)가 2019년 부패수사로 가택압수수색을 당했을 때 장 치 자택 지하 금고에서만 나온 금괴가 '톤' 단위였음을 생각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가능한 규모의 돈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돈을 잘 세탁하려면 무척 전문적인 솜씨가 필요했는데 법적인 문제는 베이징 법대 출신의 아내인 구카이라이 (谷開來 : 이혼 후 재혼한 부인)가 설립한 로펌에서 다뤘고, 돈의 흐름과 세탁은 닐 헤이우드 라는 영국의 전문 금융세탁 브로커를 고용했습니다. 아내와 닐 헤이우드가 돈을 해외로 빼돌려주는 사이, 탐관오리와 부패한 기업가를 쓸어버리는 21세기 판관 포청천. 보시라이는 충칭 지역을 중심으로 신화적인 인물로 변모해가고 있었습니다. 충칭직할시에서 더 이상 때려잡을 부패인사들이 없어지자 보시라이와 왕리쥔의 다음 타겟은 파륜궁이 되었습니다. 타도할 목표가 사라지면 특무대는 즉시 해산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병처럼 부려지는 특무대의 유지를 위해서도 뭔가 계속 타도하고 핍박할 대상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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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치의 자택 지하실 금고에서만 발견된 금괴의 양<사진 출처 : 데일리메일>

이렇게 보시라이와 왕리쥔의 공안 특무대의 활동 수위는 나날이 늘어갔습니다. 어지간하면 지방정부의 자치활동에는 직접적 개입에 나서지 않는 베이징의 중앙정치계에서도 보시라이와 왕리쥔에게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는짓이 지나치게 도를 넘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보다 더 불안한 것은 사실상 보시라이의 사병집단이 되는 왕리쥔의 특무대가 계속 불어나는 것이 무척이나 거슬렸기 때문입니다. 보시라이의 해외 재산을 조사하겠다는 통보로 짧지만 확실한 경고신호를 보냅니다. '적당히 해라' 아마, 보시라이가 이쯤에서 눈치껏 브레이크를 걸었으면 장쩌민이 약속한 상임위원이 되고 언젠가는 국가주석직에 도전할 수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좆까'를 시전해버려요. 대놓고 언론을 불러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고 화끈하게 어필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창홍타흑" 입니다. 직역하자면 새로운 홍위병을 일으켜 흑도(깡패,부패한 기업인과 탐관오리)무리를 친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상임위원회와 태자당, 공청단에게는 벼락 맞는 느낌의 발언이었을 겁니다. 홍위병이라니? 가뜩이나 대중을 선동질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모양새도 마음에 안드는데, 대놓고 사병으로 부리는 특무대를 홍위병으로 칭하고 점점 불리고 있으니 숙청 대상이 되는건 당연했고, 보시라이는 태자당인 출신임에도 장쩌민 휘하 차세대 3대장 중 한 명이 되었으니 숙청 이유는 차고 넘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보시라이의 발언과 행동에 대한 다양한 무산계급의 기대와 사랑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당징 충칭직할시의 농민공 호구발급 정책과 도시정착장려정책이 성공적인 재개발사업의 모범이 되면서 조금의 선동질이 더해지면 전 중국의 무산계급이 들고 일어날 정도의 수준이었으니 상임위원회와 후진타오, 시진핑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어떻게 조져야 모양새가 좋게 나올까?" 겠죠?


무엇보다 보시라이가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대비도 없이 이런 간땡이 부은 짓을 했을까? 그렇지 않았죠. 그만큼 믿는 뺵이 있었기 때문에 행동을 그렇게 했겠지요. 역시나 그 뒤에는 장쩌민과 범장파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번 장쩌민은 국가주석 재임 초기에 힘도 없고, 지지기반도 없어서, 범장파를 만들어가면서까지 정계 틈새를 비집었던 일화를 소개했었습니다. 겨우 15년의 재임기간이었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후진타오의 17차 상임위원회에선 9인 정치국 상임위원회에 다섯명이나 되는 범장파 인사들에게 자리를 줄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저우융캉(저영강 周永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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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법위 서기였던 저우융캉은 상하이방과 범장파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였습니다.<사진출처 : 조선일보>


저우융캉은 중국 공안부 부장을 거치고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와 정치국상임위원을 동시에 역임하였는데 이게 얼마나 끝발날리는 위엄이었냐면 한국으로 치면 법무장관+검찰청장+치안총감 타이틀을 동시에 가졌던 셈으로 직위에서 오는 막강한 빠와는 물론이거니와, 감찰을 통한 감시정보력과, 수사, 기소, 판결까지 논스톱으로 해버릴 수 있는 누구든 단 칼에 베어낼 칼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중국에선 정치인이던, 관료던, 기업가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죠.

여튼, 보시라이는 장쩌민과 범장파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차세대 주자였고, 5인의 위원은 보시라이를 적극 밀어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저우융캉은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본인의 후임으로 차기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보시라이를 내정할 정도로 보시라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습니다. 이런 저우융캉이 눈 시퍼렇게 뜨고 뒤에 버티고 있는데 어느 누가 나서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눈치만 보고 있었죠.
그 때, 전세를 역전할 사건이 하나 터지는데, 영국인 살인사건입니다. 이 영국인은 보시라이의 재산을 관리하던 영국 금융 브로커 닐 헤이우드입니다. 이 영국인은 보시라이 부부가 힘들게 사람들 조지면서 모은 재산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합의되지 않은 세탁 수수료를 과다하게 빼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보시라이가 고로시 해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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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헤이우드 (Neil Heywood) 보시라이의 두 번째 부인 구카이라이와 연인관계였습니다. <사진 출처 : 뉴욕 타임스>


처음 뭣도 모르고 영국 외,교부의 항의를 받은 충칭직할시 공안국장인 왕리쥔이 사건을 조사하다가 용의자가 보시라이라는 것을 알고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립니다. 왕리쥔이 선견지명이 있었으면 보시라이와 손을 잡을 때 부터 이럴 때를 대비해 기저귀를 차고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정도의 선견지명은 왕리쥔에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것을 알게된 보시라이는 왕리쥔에게 사건을 덮을 것을 명했지만, 공안국장이면서 충칭직할시 부서기를 겸임한 왕리쥔이야말로 지금까지 보시라이의 모든 행위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사람이었습니다. 그 이중인격자가 하는 짓을 봐온 왕리쥔이 보시라이를 믿을리가 만무했고, 사건을 덮으면 완전 은폐를 위해 다음엔 자기가 죽을 것이 뻔했으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왕리쥔은 사건에 관련된 모든 정황을 공개하고 정치범 행세를 하며 칭다오의 미국 영사관으로 빤스런합니다. 간덩이가 부을대로 부어버린 보시라이는 사병화된 충칭직할시 공안 특무대를 무려 수십대의 장갑차에 태워서 행정구역도 완전히 다른 칭다오에 파견하여 미 영사관을 포위해버립니다. 영사관이 포위된 상황에서 보시라이는 '야~ 24시간 줄게 안내놓으면 미 영사관이고 뭐고 확 쳐들어가버릴거양~' 을 통보했고 왕리쥔과 미 영사 사이에서 숨가쁜 협상이 벌어집니다. 어디 비리비리한 부정축재자가 아닌 어쩌면 차기 국가주석 후보가 될지도 모르는 자의 비리를 들고 있는 왕리쥔 망명을 허가했다간 미-중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보시라이가 제시한 하루라는 짧은 시간은 제약이 되었습니다.


칭다오의 미 영사관이 충칭직할시 공안 특무대에게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미 영사와 접촉한 당시 국가 부주석 시진핑이 왕리쥔 쟁탈전에 합류하면서 왕리쥔과 영사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왕리쥔은 보시라이가 아닌 베이징으로 호송됩니다. 모든 자료를 미 영사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영사가 베이징으로의 직접 호송을 보장한 것 입니다. 그런데, 베이징에 도착한 왕리쥔은 차기 국가주석이 확실한 국가부주석 시진핑이 아닌 이제 곧 퇴임하게 될 현 국가주석 후진타오와 먼저 면담(협상)을 합니다. 아마 후진타오로서도 시진핑이나 보시라이나 앞으로 잘해보자고 밀어준건데 계속 선을 넘자 태자당 자체를 어쩌면 우리가 오판한게 아닐까 라는 강한 위험신호를 감지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시진핑에게 왕리쥔을 바로 넘기기엔 태자당 자체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때 후진타오가 좀 더 액션을 취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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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빴던 왕리쥔 쟁탈전의 타임라인<사진출처 : 서울신문>

자신의 모든 부정축재와 부패를 알고 있는 살아있는 증거인 왕리쥔이 넘어가자 보시라이는 궁지에 몰립니다. 이 위기를 타개할 (무마할) 히든카드를 준비하는데 나의 부정부패를 증언할 살아있는 증거를 뺐겼다면, 저쪽의 부정부패를 증언할 살아있는 증거를 확보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오죠. 그래서 저우융캉의 협력을 받아, 정치적으로는 후진타오+시진핑+원자바오 부정축재설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이를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 부정축재설의 중심에 있던 다롄스더(대련실덕 大連實德)의 쉬밍 (서명 徐明) 회장을 납치하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고로, 쉰들러 리스트의 오스카 쉰들러가 그의 아버지께 받은 가르침에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길은 목사와 유능한 회계사가 필요하다 했는데 여기에 하나를 더 하자면 정치인한테 돈을 뿌리는 것이고, 그것도 한 쪽에게만 뿌리는게 아니라 골고루 가리지 않고 뿌려주는 것이겠죠. 쉬밍 회장은 정말 돈을 골고루 잘 뿌렸던 것이고, 고위 정치인과 복잡한 상납 커넥션의 중심에 있었는데 당시 저장성 성장을 역임했던 시진핑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쉬밍을 확보해서 증언을 받아내고, 과거 회계 기록을 확보하려는 것이 보시라이의 마지막 히든카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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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롄시 서기 재임시절의 보시라이와 쉬밍, 원래 상당히 후덕한 풍채의 인물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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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재판일에는 이렇게 말라버렸습니다.

이 흥미진진한 사건의 타임라인과 클라이막스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노련한 저우융캉의 검찰단이 한 발 빠르게 움직여 쉬밍회장을 구금합니다. 역으로 궁지에 몰린 후진타오-시진핑-원자바오는 쉬밍회장을 조사해야 하니 내놓으라고 요청했지만 저우융캉은 단칼에 거절합니다. 점점 감당 가능한 수위 이상으로 압박이 거세져오는걸 우려한 저우융캉이 쉬밍회장을 추적이 불가능한 모처로 다시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정보를 염탐한 원자바오가 사병을 움직여 쉬밍을 빼돌려서는 베이징으로 압송하는데 성공합니다.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의 히든카드가 털려버리면서 저우융캉은 매우 신경질적으로 공안국을 총 동원하여 국가안전국의 왕리쥔의 조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왕리쥔이라는 살아있는 증거가 너무나 강력했기에 후진타오의 공세를 견디지 못 하자 이번에는 야밤에 공안국을 총 동원하여 중국 국가주석의 집무실이 위치한 베이징 중난하이(중남해 中南海)를 포위하고 후진타오와 딜을 칩니다. 바로 이 중난하이 포위에 공안국 무경만 투입된게 아니라 무경이 보유한 장갑차까지 투입됐는데 장갑차는 금속판으로 차체를 씌워 버스로 위장한채 시내로 진입했고, 도로를 질주하는 위장장갑차량과 위장차체 사이로 보이는 무한궤도가 베이징 시민들에 의해 촬영되기까지 합니다. 현재 어디서도 사진을 찾을 수가 없는데 이게 바로 2012년 디씨 기갑갤에서 '야, 기갤럼들아 외신에서 뭔가 이상한거 보도한다!'라고 당시 휴대폰 촬영 영상과 사진이 올라오며 실시간 중계가 됐었던 '버스위장궤도장갑차 베이징 진입사건'의 전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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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中南海 하면 국가주석집무실 보다는 담배가 더 익숙할거라 생각합니다.제가 중국에 머물 때 태웠던 중난하이. 3미리가 있고 5미리가 있는데 한국 담배랑 맛이 꽤 흡사해서 교민들도 많이 태웠습니다. 뜡화(中華) 같은 고급담배는 너무 비싸고 맛도 개인적으로 별로...

이런 세계관 최강자간의 파워 게임에선 먼저 눈을 깔아버리는 쪽이 지는 법, 이번에는 원자바오가 중난하이 경호를 책임진 8341부대를 동원하여 공안국의 무경들을 막아섭니다. (이 8341부대는 마오쩌둥의 경호를 위해 장야오츠(張藝治) 주도로 창설된 부대인 중앙경위단(中央警衛團)입니다. 마오쩌둥 사망 이후엔 상해 4인방의 경호를 담당했고 모와 예젠잉이 상해4인방을 숙청하던 그 날엔 장야오츠 후임으로 마오쩌둥의 충신이며 중앙고문위원회 고문이었던 왕동흔이 사령관으로 있었습니다.) 공안국 장갑차 VS 중화인민해방군 장갑차+보병전투차... 얘들은 파워게임도 스케일이 다릅니다. 한국으로 치면 부패 기업가한테 돈 받은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검찰을 동원해서 빼돌리고, 마찬가지로 돈 받아먹은 국정원장이 다시 빼돌리고, 마찬가지로 돈 받아먹었던 치안총감이 졸라 빡쳐서 전투경찰을 동원해서 청와대를 포위하자, 마찬가지로 돈 받아먹은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수기사를 동원해서 경찰과 대치하는 시츄에이션으로 볼 수 있죠. 몇 사람의 말에 검찰, 공안, 군대가 움직이고, 대치하고... 어지간한 정치 스릴러물 드라마는 명함도 못 내밀 스케일입니다. 저는 중국이 전랑같은 영화를 만들기 보다는 그냥 중국근현대정치를 다큐 시리즈물로 만들어서 OTT에 서비스하면 진짜 대박을 칠거라고 생각합니다. MBC 드라마 제5공화국도 아직까지 중국과 일본에는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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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경위단, 통칭 8341부대

국가주석의 대내외행사 밀착경호를 담당하는 곳도 8341부대입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군대를 동원한 후진타오+시진핑+원자바오가 훨씬 파워에서 우위에 서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은 공안국가이고, 공안의 빠와는 환경에 따라서 군대랑 다이다이 뜰 정도로 막강합니다. 한국의 전투경찰보다는 유럽의 국가헌병대와 매치되는 무경은 규모면에서도 꿀릴게 없고 상황에 따라선 파워게임에서도 밀리지 않죠. 원자바오가 성급하게 급한 불 끄려고 맞불을 놨다가, 더 큰 불을 내버린걸 직감한 후진타오가 부랴부랴 뒷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장쩌민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합니다. 공안국+군대가 대치하면서 제2의 천안문 혈해사건 발생을 우려한 장쩌민이 결국 나서서 중재를 하자 완강한 저우융캉이라도 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쉬밍회장은 시진핑이 베이징에 구금하여 계속 조사하는 것으로 하고, 저우융캉의 베이징 포위사건은 부정축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을 너무 잘해보려는 의욕과다로 일어난 공안국-중앙정법국-군사위원회의 알력싸움 정도로 포장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아... 쉬밍 회장만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참...상도덕도 없는지 뒷돈을 받아 먹었으면 상납자를 보호해줘야지 토사구팽으로 써먹었습니다. 한국에서 경제인 연합이 매일 한국에서 기업인하기 힘들다고 힘들다고 하는데, 이 아저씨들 중국가서 기업가로 살아보면... 그렇게 보시라이는 그해 3월 전인대가 열리자 당서기직에서 면직됩니다. 조건은 중앙위원회 위원 자리만 보전하는 것으로 사실상 거세된 정치인에 불과하게 된 것이죠. 그냥 여기서 포기하면 그동안 빼돌린 자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았겠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국가주석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닫자 보시라이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아버지 보이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청두군구의 윈난성에 주둔하던 14집단군과 접촉합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지금 알 수 없지만 사건 이후 국가안전국의 조사와 6개월간의 재판과정에선 보시라이와 저우융캉의 쿠데타 혐의가 제기되었었습니다. 보시라이가 14집단군을, 저우융캉이 공안국과 무경을, 저우융캉의 심복이었던 베이징군구의 38집단군 사령관 왕시쉰이 각각 협력하여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것이었죠. 이것이 사실인지는 먼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해 3월에 38집단군 사령관 왕시쉰이 해임되고 후임으로 후진타오의 사람인 쉬린핑이 사령관이 됩니다. 그리고 밤이 찾아오자 38집단군은 저우융캉의 공안국이 그랬던 것 처럼 야밤에 장갑차에 보병을 실어다 시내로 진입시켜 이번엔 저우융캉이 있는 중앙정법위를 포위했습니다. 목표는 저우융캉의 압송이었는데 베이징 공안국이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쌍방이 공포탄까지 발사했지만 결국 저우융캉은 그날 체포외어 국가안전국으로 압송됩니다.


이후, 다자간의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흘러간 정황을 볼 때, 일단 저우융캉은 정법위원회 서기직을 측근인 멍젠주 (맹건주 孟建柱)에게 승계 하는 것과, 베이징 공안국 등, 공안부 요직에 계속 측근을 잔류시키거나, 승계시켰던 것을 볼 때 쉬밍 쟁탈전은 이때 확실하게 일단락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보시라이 관련 스캔들을 마무리 하는 것을 보장 받는 조건으로 정법위원회 서기직에서 평화롭게 '퇴임'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죠. 또한, 계속 꼿꼿한 자세로 '샹너무색히들아, 나는 죄가 없어. 돈 받아 쳐먹은건 니들이지' 모드를 고수하던 보시라이가 쉬밍회장 사건 이후 갑자기 죄를 시인하고, 저자세로 돌변한 것으로도 추정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사건이 여기서 끝난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보시라이 관련 인사들이 정리되고, 저우융캉이 퇴임하며, 상해방의 영수 장쩌민이 오늘 내일 하는 것이 확실해지자 숨죽이고 있던 시진핑, 원자바오, 리커창 검은 3연성의 숙청 바람이 작정하고 상해방을 쓸기 시작합니다. 우선, 저우융캉이 서기로 있던 쓰촨성에 대규모 숙청작업이 진행되었는데, 리춘청(이춘성 李春城) 쓰촨성 부서기가 쌍개(雙開 : 공산당 당적 박탈 및 공직면직) 처리 및 구금되면서 정치 사망 선고를 받았고, 차례로 궈융샹(곽영상 郭永祥) 전 쓰촨성 부성장, 리충시(이숭희 李崇禧) 전 쓰촨성 정협주석 등이 연달아 아작났습니다. 쓰촨성은 저우융캉이 이곳을 기반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페트로 차이나(PETRO CHINA :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 즉, 국영석유기업) 간부를 역임한 정치적, 재정적 근거지였습니다. 검은 3연성은 보시라이 사건 이후, 정적의 가지를 잘라나가는게 아니라 아예 몸통을 후려쳐버린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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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굳은 얼굴의 저우융캉<사진출처 : 중앙일보>

이들은 얼마나 저우융캉이 괘씸했었는지 쓰촨성 쑥대밭 과정에서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저 빈 周彬)에 대한 숙청도 진행했는데, 보통 개혁개방 이후의 정치풍조는 아무리 저새끼가 미워도 자식은 건들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약간은 있었습니다. 태자당과 보이보의 전례가 교훈이 되어서 너무 지나치게 짓밟으면 나중에 어떤 보복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원인이었는데, 따라서 영국에서 플레이보이로 악명높은 보시라이 아들은 심하게 건들지 않았었죠. 근데 저우융캉에 대한 처분은 달랐습니다. 아예 가문을 아작낼 목적으로 저우빈을 베이징으로 구금, 압송 한 것 뿐만 아니라 저우빈의 변 사람들도 철저하게 조져나갑니다. 저우빈의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면서 부를 축적하며, 정치깡패 우두머리로 급부상한 쓰촨성 암흑가 대부 류한(류 한 劉漢) 살인, 살인교사, 총기위반 기타등등등등등의 죄목으로 체포되었고, 저우융캉 가문의 재정관리자였던 쓰촨성 기업가 우빙(우 병 吳兵)도 베이징으로 압송됩니다. 이렇게 반년간 쓰촨성에서만 저우융캉과 관련되어 체포, 구금된 정치, 군사, 공안, 기업 인사만 1만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쓰촨성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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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의 해외자산으로 왕 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던 구아구아<사진출처 :뉴스1>

지원린(기문림 冀文林) 하이난성 부성장은 체포 및 구금, 수도인 베이징에선, 베이징 국가안전국장과 베이징시 정법위원회 부비서직을 겸임했던 량커(양 극 梁克)가 횡령 및 배임 + 저우융캉 비리 커넥션 혐의로 면직 및 구금되었고, 리화린(이화림 李華林) 페트로 차이나 부사장은 구금, 페트로 차이나 국제당위원회 비서인 선딩청(심정성 瀋定成)은 아예 실종됩니다. 이로서 저우융캉과 저우빈 부자는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중형 선고를 받지 않았더라도 정치, 경제적으로 이미 식물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는건 공권을 이용해 중앙 정부에게 총부리를 들이 밀었던 쉬밍 쟁탈전이 얼마나 과두정치집단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정법위원회 서기로 재임하면서 공안권을 쥐락 펴락 했던 저우융캉에게, 발바닥을 열심히 핥으며 부정축재비리를 돕고, 눈 감았던 정법국과 공안국이 이제는 검사를 풀어서 저우융캉과 관련인들을 철저하게 물어 뜯어버렸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권력기관은 결국 과연 누구편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죠. (늘 스스로의 편이겠지요.)

여튼, 저우융캉 숙청 사건으로 상해방은 치명적 타격을 받습니다. 거목이었던 저우융캉이 단칼에 쓰러지고, 그 과정에서 주변 인사들이 초토화 되면서 95년 연판장 사건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합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과 함께 오랜 역사를 달려온 상해방은 이제 사형선고 를 기다리는 사형수의 심정으로 보시라이 사건의 후폭풍 저우융캉 숙청사건 결말과 태자당+공청단파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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