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런린이
겨울왕국 레이스 10km 참가함
런데이 50분 달리기 프로그램 진행중인데,
35분은 뛸만한데, 40분은 심장마비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관계로,
목표는 걷지 않기 + 부상 안당하기 + 1시간 4분 이내
추워진 후엔 뛰러나오지 않아서 40분 달리기 이후 12일 만에 뛰는거라 걱정이 앞섰음
그리고 대한육상연맹 주최 좋다더니, 홈페이지 안내도 업데이트 안되고, 전날 코스도 바꿔버리고 하니까
그냥 안갈까 생각도 들었음
그래서 잠이 잘 안와서 새로 산 게임을 켬
근데 게임이 너무 재밌는거임
그래서 밤새 하다가 4시쯤 누워서 2시간 자고 일어남
바나나도 챙겨먹고, 화장실에 갔지만 신호가 안와서 쎄함을 느낌
복장은 바막 2겹 + 패딩 + 츄리닝 긴바지 + 장갑
0도 였는데 생각보다 안추웠음
장갑은 데카트론 손모아 장갑 그거 샀음 후후
근데 손모아 덮개 안덮으니까 손 조금 시려움
오목교 역에 8시 35분쯤 도착
안양천 따라 걸어오다가 아주 살살 뛰어보면서 다리 상태 체크함
찬 바람 호흡해도 불편함도 없고, 다리도 가벼웠고, 오른쪽 발목은 그냥 원래 아픈가봄
0도가 야외 달리기하기에 되게 힘든 기온은 아니라는걸 느낌
8시 45분쯤 대회장 도착
짐 맡기는곳 줄이 없어서 바로 맡김
짐봉투도 그냥 비닐 봉지가 아니라 저거 뭐라하지 암튼 끈 달린 봉투라 끝나고 가져옴
A, B조 나눈거 보고 사람이 많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않아 보였음
난로가 설치되어 있길래 근처 가서 같이 몸 풀었음
진행해준 사람이 지니코치였다고 함 이름 들어봄
런갤 깃발이 안보여서 런갤러 많이 없겠구나 했는데
후기 보니까 그렇게 많이 숨어있었는지 몰랐음
개고수들
또 되게 앞에서 출발함
구청장님인가 누가 나오셔서 화이팅! 하시는데 무슨 말인지 안들려서 다들 웅성웅성함
암튼 출발함
이번에도 대회뽕이 심각했음
자민런 6km 때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들이 멀어지는 속도가 훨씬 빠름
끝까지 뛰고 복기해보니까
저기서 출발해서 10km 구간 동안 내가 제친 사람이 4명 정도임
그 중 2명은 걷는것도 아니고 아예 이탈하시길래 쳐다보니까
참가자가 아니라 그냥 운동 나오신 분들이었음
그만큼 다 나보다 훨-----씬 빨랐음
530이 국민 페이스라는게 구라가 아니었구나
이 잔인하게 솔직한 런갤러들
암튼 나도 모르게 뛰다보니 500 언더로 뛰고 있음
나 610-630으로 뛰어야 하는데
근데도 초마다 3-4명씩 앞질러감
여기서 이상했던건
너무 상쾌함
너무 상쾌하고 몸이 가벼웠지만 왠지 불안해서 속도를 늦춤
근데 그게 내 스퍼트 페이스인 530이었음
이래서 뽕을 하면 안되는거야
불법인 이유가 있음
사람이 망가진다구
그 상태로 10분 넘게 달리게 됨
여기서 내 운명은 결정됐나봄
2km 지점 전인가 그 유명한 상탈런 2인조가 추월함
등빨 미쳤음
감탄과 함께 내 한줌 테스토스테론이 빠져나감
그리고 곧 마리오도 지나감
옆에 있는거 확인하고 카메라 켰는데 이미 저기 가있음
슈퍼 마리오니까
이렇게 4명이서 달리면 꽉차는 주로였고,
어느 구간은 요거 반만 쓰는데 양방향이었지않나?
그래도 병목을 못느꼈음 신기하게도
물론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보다 빨라서 병목을 못느낄 수 밖에 없긴함
제기라루ㅜ
3km를 가니까 뽕이 빠지기 시작하고
4km를 가니까 정상화됨
어쩌면 1시간 이내로 들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되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체력이 예상보다 많이 빠졌음을 느꼈음
어느새 심박도 190을 찍고 있음
5km면 턴하겠지? 라고 단순히 생각했다가 턴 안해서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함
안양천 다리 하나 간격이 멀게 느껴지고,
1시간 언더는 애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듬
6km 턴+급수 지점에서 간식 먹을 생각에 텐션이 올랐음
그러나 물 밖에 없는걸 확인하고 대한육상연맹에 대한 분노가 차오름
상상 속에선 작은 초코바 있을줄 알았단 말이야
그 턴할때 속도 줄였다 나가는 순간 힘이 진짜 쫙 빠짐
7km부터는 초능력을 각성함
주로의 아주 미세한 경사를 감지할 수 있게됨
눈으로 보기엔 평지임
하지만 날 알아
이거 아주아주아주 완만하지만 날 죽이기에 충분한 오르막길이라는걸
반대편에서 B조 올라프가 뛰어오는걸 봤는데
속에서 녹아내리고 있는거 보고 같이 눈물을 흘림
8km에선 헛것을 봄
어? 결승선인가? 하고 속도 올렸다가 아닌거 보고 완전히 퍼짐
대충 적어도 610 이하로 유지해줘야 1시간 언더 될까말까 할텐데 페이스 방어가 안됨
마음이 꺾여가고, 다리도 아프기 시작하고, 30초에 한번씩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듬
풀충전 안했던 에어팟도 죽음 내 영혼과 함께
9km부터는 거의 죽어서 들어옴
낙타울음소리 들어봄? 꾸어어어어
날숨 때마다 낙타가 됨
후반에 나 제껴간 여성분들 흠칫했을거임
일부러 한건 아님 그냥 내 내면의 소리랄까
여기서부터는 오목교랑 신정교가 보이기도 하고
당장 1시간 전에 대회장까지 가볍게 뛰어온 거리니까 다왔다! 됐다!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줫됐다라는 생각만 들었음
3분 스퍼트? 못함
1분 스퍼트? 못함
100m 스퍼트? 못함
한 20m 앞두고서야 여자 러너분이 가볍게 지나치시는거 보고 그분 따라서 들어옴
들어와서 누울자리를 찾는데 여의치 않았음
물 받고, 짐 찾고, 간식 받고, 따뜻한 옥수수차 받고
줄 한 번 서지않고 다 처리한 다음에 구석탱이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패배감이 컸음
분명히 목표는 다 이룬거 같은데도
1시간 4분 이내로 들어왔고
다리가 많이 아프긴 했지만 부상은 아닌거 같고
진짜 이것만큼은 지키자하면서 중간에 걷지 않은거 물 마시면서도
뽕 때문에 중간에 1시간 이내를 기대하게 돼서 그런거 같음
7km 지나면서 아 안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부터 속도 올릴까? 이따 올릴까? 유지만 할까? 잠깐 걸을까?
이런식으로 단계적으로 뭔가 포기하는 생각이 많이 들다보니
성취감보다 패배감이 큰 이상한 상황이 됨
후반 3km는 진짜 뒤질것 같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사실 알고 있었거든
뒤지지는 않는다는거
박명수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잖아
선생님의 격언을 계속 떠올렸지만
결국 포기한것만 같아 무도 키즈로서 죄송하고 많이 씁쓸했음
슬픔에 젖어 간식을 꺼내보니 소보루네
나 소보루 안좋아하거든
큰 실망하면서 한입 먹어보니 땅콩 크림 들어있음
맛있네
음료수는 색만 대충 보고 오렌지 주스구나 대한육상연맹 일 잘하네 하면서 마심
아이 커피잖아 나 커피 안마시는데
근데 맛있네
금새 행복해졌음
기분 좋아져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함
내가 좋아하는 우람한 안나랑도 찍음
러브 이즈 오픈 도어라구 후후
우디님도 흔쾌히 같이 찍어주심
다 끝나고 몸도 식으니까 춥고, 다리가 많이 아파옴
오른쪽은 고질적인 발목
왼쪽은 아킬레스건
이거 아킬레우스가 죽을만하네
엄청 아픔
굳이 독화살 안맞아도, 그냥 뛰다 아파서도 죽겠는데?
그리고 아 이건 며칠뒤 분명히 빠진다 싶을 정도로 양쪽 검지 발톱이 둘 다 아팠음
지금 보니까 멍들어있음
왜 그런지는 모르겠음
아무튼 이제 가야겠다하고 걸어오는데 핸드폰이 사라졌음을 깨달음
다시 대회장으로 쩔뚝쩔뚝 걸어와서 자원봉사자 분께 핸드폰 빌려서 전화해봄
안받음
아 조졌네
근데 빵먹은 곳 가보니까 핸드폰 그대로 있었음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다시 기분좋게 쩔뚝쩔뚝 걸어서 전철역으로 돌아옴
자연스럽게 에스컬레이터를 찾다가 역방향 잘못들어가기도 하고
계단도 이렇게 내려감
여기서 또 패배감을 느낌
저분들은 풀마라톤 뛰신거고, 나는 10km잖아
그치만 올해 3월에 처음 10km를 뛰어봤던 벚꽃마라톤을 떠올리면
진짜 많이 건강해졌다고 생각이 들긴함
그때는 진짜 못걸어다녔으니까
앉아도, 서도, 누워도 아팠음 2-3주동안
암튼 길고 길었던 인생 2번째 10km 후기는 여기까지임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말했듯 굉장히 쾌적한 대회였음
이제 다음 달리기는 내년 영상 기온 회복한 후일까?
언젠가 나도 1km 주기로는 기억도 안날만큼 편하게 달리는 날이 오겠지?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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