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디지털도 있고 필름도 있다.
룰에 어긋나니까 추첨에서 제외해도 괜찮음. 레알.
열심히 사진 가르침을 받고 사진을 공부하던 시절에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과제를 받았고,
나는 클래식이라는 단어와 가장 어울리는 건 가장 고전적 방식의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에 찾기도 어려운 정보들과 여기저기 도움을 좀 받아서 건판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들어봤는데,
클래식을 주제로 하랬지 누가 원시인이 되어오랬냐며 무척이나 욕을 먹었었다.
욕먹을만했다.
그는 늘 얘기하길, 사진에 대한 기술적 스킬은 어느 정도 선상에 올라서면 다 고만고만할 수밖에 없고,
그때부터 진짜들은 상상력과 기발함의 싸움이라고 거듭 강조했으니까.
The Little Prince
슬픈 사연이 있는 사진이다.
새 학년.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성인이 된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제품의 지면광고를 맡았는데,
당시에 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주제의 시퀀스물 작업으로 포폴을 만들고 있었고,
때마침 어린 왕자가 어른이 되어 상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라는 시놉이 클라이언트의 니즈와 맞는 듯해서 작업을 했다.
처음엔 다들 마음에 들어 했지만, '우리 제품이 크게 강조되진 않은 느낌이네요.'라는 높으신 분 한마디에 전면 재작업이 들어갔고,
불행 중 다행으로 B컷조차 되지 못한 이 사진은 내 개인 포트폴리오에 들어갔다.
21grams
당시 친하게 지냈던 사진가들과 정기적으로 하나의 주제로 재미 삼아 작업을 해보는 놀이를 했다.
서로서로 부족한 점이나 아쉬운 부분 크리틱도 해주면서 말이지.
21그램.
영혼의 무게.
담쟁이덩굴
사랑했던 이와 이별을 한 뒤에,
그 사람이 나에게 했었던 '당신은 마치 거대한 벽 같아.'라는 말이 몇 년이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작업해 보았다.
저 말에 모티브를 얻어 처절한 담쟁이덩굴의 느낌을 주고 싶었으나,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정석적인 공식으로 찍은 1트 사진을 리뷰해 보니,
그냥 벽에 그려진 손톱자국에 맞춰 이유 없이 붙어있는 재미없는 느낌에다, 정적이고 밋밋하기 그지없었기에,
스탭에게 모델의 등에 덩굴을 그려달라고 했고, 모델에게 벽을 타고 올라가고 싶지만 계속 미끄러진다는 느낌의 무빙을 요청하고,
그 모션을 그대로 담기 위해 핸드헬드와 저속셔터로 모델의 움직임을 따라 카메라를 두 포인트 이동시키며 담았다.
Candle Girl
계획을 짜서 작업한 것이 아닌, 즉흥적인 스냅사진이다.
굉장히 예쁜 촛대와 촛불이 있었고, 그냥 넘어가기 아쉬웠다.
당시에 난 어두운 것도, 밝은 것도, 사진이 흔들리는 것도 두렵지 않았었다.
Sun am 6:30
꽃은 시들어 쓰레기통에 던져져도 꽃이다.
그림자 인형 놀이를 아는지.
골판지와 약간의 상상력만 있으면 재미난 놀이를 할 수 있다.
as ever
No matter how much time goes by, you don't get old at all in my memory.
예전에 헤어진 사람과 다시 연락하게 됐을 때, 참 많은 실망감을 얻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그 사람은 현실에선 죽었구나 하고.
그래서 작업했다.
제목과 글귀는 예쁘지만, 실상은 시궁창인 그런.
Preparing For Cry
우는 모습을 감추기 위한 준비.
미련
지나간 사랑이건, 아니면 그 어떤 것이건,
그 미련으로 스스로를 상처입히다 포기하는 모습을 담았다.
기억의 문
이별 후에, 뭔가 나 혼자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분명 기억의 문을 열고 나가 현재를 살고 있는 것 같은데.
Sun am 6:30
로케이션으로 작업을 했을 때,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쓰지도 않을 뷰카메라를 가져갔다.
가져간 게 아쉬워 몰래 한 장 순식간에 작업했다,
일하면서 개인 작업하는 거 클라이언트들은 매우 싫어하니, 착한 필붕이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Conceal
When she cried, he smiled.
Sun am 6:30
'천사가 인간을 사랑할 때'라는 테마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들을
'변주곡'이라는 제목으로 시퀀스 작업을 하려고 했었다.
위 사진은 그 시퀀스의 시작 장이자 마지막 장이었고, 중간을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채워 넣으려고 했지.
하지만 거대하고 리얼한 천사 날개 제작 견적이 2천만 원 가까이 되었고,
개인 작업으로 들일 액수를 초월했기에, 나중에 하자. 하고 미뤄두고 아직도 못하고 있다.
날개를 그래픽 처리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힘들지 않을까.
여담
필갤에 자가 스캔을 때리는 친구들을 보면, 먼지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더라고.
근데 난 이상하게 먼지 낀 필름의 느낌이 좋았고, 일부러 먼지를 만들어 넣을 때도 있어서
난 진짜 옛날사람이구나 싶다.
아무튼 지금은 하지 않는 그런 사진들이고, 지금은 일상과 기록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데,
엊그제 올린 1년만에 현상받은 사진들도 그렇고, 이마저도 요즘은 잘되지 않는 엉망인 사진들만 똥 싸듯 뿜어내는 느낌이라,
새로 환기한다는 마음으로 올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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