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본 영화는 제외
별점은 따로 없지만 (불호/무난/호/극호/초극호)로 감상을 나눔
1. <더 킬러> (데이비드 핀처/2023)
무난
정말 좋아하는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의 작품인데다가 장르와 소재도 좋아서 봤는데 생각보다 밋밋하고 별 거 없어서 실망한 작품
당연히 완성도도 높고 흠 잡을 데 없지만 특별히 인상적인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없고 그냥 너무나 평범해서 굳이 볼 필요도 없을 정도
2. <플라워 킬링 문> (마틴 스코세이지/2023)
극호
서부개척시대 미국인들 사회에서 인디언들이 -물리적으로가 아닌- 제도적으로 차별받고 법적으로 살해당하는 과정을 상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 영화
런닝타임이 긺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었고, 또 단순하게 강자가 약자를 억압했다기보다 제도와 법을 교묘히 악용한 과정이 흥미로웠다
3. <괴인> (이정홍/2023)
불호
난 홍상수 영화가 싫다 이 영화는 홍상수 영화가 아니지만 그의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로 스타일이 똑같다
소시민들이 자질구레한 일들로 자질구레하게 엮여서 자질구레한 일을 겪다가 결국 아무런 결론도 결말도 없이 그냥 끝나는 영화
난 영알못이라 도대체 이런 작품에서 뭘 느끼고 어디서 어떤 종류의 만족감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4.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애스터/2023)
초극호
올해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듯
아리 애스터 영화는 <유전>이랑 <미드소마>만 봤는데 둘 다 그냥 평범히 좋았음 그런데 <보이즈어프레이드>는 주관적인 취향도 있겠지만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극도의 불안을 겪는 한 남자와 그의 불안이 초현실적으로 실현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똑같지는 않지만 나도 다른 방식으로 불안을 굉장히 자주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오히려 안정이 됐어
첫째로 나랑 아주 닮은 사람의 시점이라는 점에서 안심됐고 둘째로 그 불안들이 -다른 영화에선 일어날듯 하면서 안 일어나서 답답했는데- 전부 다 그대로 일어나니까 오히려 그 덕에 불안이 해소되고 카타르시스가 돼서 굉장히 후련했었음
다만 호불호가 극도로 갈릴 것 같은 영화긴 해
이렇게 설명할 수도 측정할 수도 없는 걸 표현함으로써 공감하게 하는 게 예술의 순기능 중 하나 아닐까라고 생각함
5. <블루 자이언트> (타치카와 유즈루/2023)
무난
재즈를 소재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한 줄 평을 하자면 '단순하지만 강렬했고, 강렬하지만 단순했다.'
줄거리도 특별할 것 없고 캐릭터도 나쁘게 말하면 뻔하지만, 애니메이션 특유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극도로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았던 작품
하지만 그래도 플롯은 단순해서 반대로 말하면 시각적 연출 말고는 그렇게 특별할 것 없었던 걸로 기억함
6. <서치> (아니시 샤간티/2018)
호
온전히 컴퓨터 상의 화면만을 녹화한 특이한 방식의 영화
주연이 한국계 미국인이기도 하고 -꼭 연출 방식이 아니더라도- 평범히 줄거리도 흥미로워서 재밌게 볼만했음
당연히 예술적으로 돋보인 건 없지만 장르 미디어로써 깔끔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신선한 작품
2도 나왔던데 그건 안 봤음
7. <판타스틱 Mr. 폭스> (웨스 앤더슨/2009)
극호
믿고 보는 웨스 앤더슨
특유의 깔끔하고 세련되며 인위적일 정도로 동화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걸 스톱모션 동물우화로 그려내니까 더욱 더 동화같고 어울리더라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동물 자연인듯 하면서도 인간 사회인듯 한 세계관이 웨스 앤더슨 특유의 이상과 현실이 미묘하게 뒤섞인 연출과 맞닿아서 더욱 좋았음
연출도 시각적 영상미도 캐릭터도 줄거리도 다 좋았던 작품
8.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나타샤 메르쿨로바&알렉세이 츄포브/2021)
극호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서술형이라 코미디 영화인줄 알았는데 굉장히 무겁고 진중한 사회비판 역사영화였다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때 죄 없는 사람도 죄를 만들어서 구속하고 처벌했던 비밀경찰이 자신의 죄를 용서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내용
뻔하다면 뻔하고 고전적인 줄거리지만 배우의 연기력과 연출과 영상미가 굉장히 뛰어나서 매우 몰입해서 봤었음
그리고 고전은 언제나 옳기도 하고
9. <사랑은 낙엽을 타고> (아키 카우리스마키/2023)
극호
여러모로 <6번 칸>이 생각났던 웰메이드 로맨스 장르
결코 완벽하거나 화려하거나 빛나는 사랑도 아니고 젊고 부유한 중산층의 러브 스토리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현실적이고 진실되게 다가오는 날 것의 이야기
다 늙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의 사랑임에도 너무나 풋풋해서 어쩔 줄 몰랐다
10.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2023)
호
자극적인 소재에 잘 깔려진 판, 예상대로 가긴 했지만 사실 그 예상대로 가기만 해도 충분히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재라서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게 즐겼다
매우 한국적인만큼 뻔한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명 제외하고는- 어느 인물도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아니게 잘 균형 잡아 그렸고 후반부 전까지는 신선함이 계속 유지됐고 잘 활용됐음
분위기 좋고 세계관을 한 눈에 담아주는 비주얼과 시각적 연출은 말 할 것도 없이 훌륭했고
11. <한 남자> (이시카와 케이/2022)
무난
사고로 죽은 남편이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니고 그에 관한 정보도 거짓 신상이라는 걸 알아낸 아내와 그 사건에 엮인 변호사의 이야기
주로 재일교포라는 정치적 소재도 사용하지만 그게 메인 소재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영화 특유의 소외된 집단에 대한 진보적 시각의 일환일 뿐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섞기만 했으면 좋았겠지만 정치적 소재나 진보적 관점이 가미되어서 살짝 아쉬웠던 작품
12. <웡카> (폴 킹/2023)
불호
매우 기대했지만 매우 실망했던 작품
어렸을 때 <윌리 웡카>를 보고 (양 쪽 버전 모두) 느꼈던 그 감동과 충격과 설렘을 기대하고 봤는데, 단순하게 스케일이 너무 작고 벼룩 간 만해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영화 보는 내내 '그래서 그 초콜릿 공장은 언제 나오는거야?' 생각했는데 그냥 가내수공업만 하다 끝나더라
뭐 제목이 초콜릿 공장이 아니긴 한데... 초콜릿 공장 아니면 왜 보냐고 애초에 화려하고 꿈과 이상이 가득한 마법 보려고 보는 건데 이게 뭐냐고
13. <틱, 틱... 붐!> (린 마누엘 미란다/2021)
극호
기대 안 하고 봤는데 굉장히 좋았던 작품
90년대 뮤지컬 극작가 '조너선 라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고, 제목은 그의 대표작 뮤지컬에서 따옴
뮤지컬 영화인만큼 처음부터 넘버가 나오는데 모두들 좋으니 영화를 안 보더라도 꼭 들어봤으면 함
90년대에 30살이 되는 무명 예술가로써의 불안과, 뉴욕의 예술가면서 동성애자 친구를 여럿 둔 만큼 진보적인 인물로써의 가치관을 아주 깊게 녹여냈음
정치적 가치관이 안 맞더라도 그 세대와 예술가로써의 고뇌를 잘 담아냈으니 볼만함
...남 일로 느껴지지가 않는구나 근데 라슨은 성공했잖아...
14. <선셋 대로> (빌리 와일더/1950)
극호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찾아보다가 보게 된 작품
인데 고전 중에서 길이 남는 명작이더라 고전 명작이 흔히 그렇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정도로 재밌었다
인물이나 배경같은 깔려진 판도 좋았지만 세세한 대사나 연기나 디테일이 특히 매혹적이었던 작품
15. <말없는 소녀> (콤 베어리드/2022)
극호
그림으로 그린 듯한 전원 생활 이야기
마음을 닫은 소녀가 늙은 부부의 목장에 살게되면서 서로 친해지고 가까이 다가가는, 고전적이면서도 따뜻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
이런 장르는 예상되는 느낌을 선사해주기만 해도 성공인데 그걸 완벽히 해낸, 가슴 뭉클해지는 작품이었다
16. <태그> (제프 톰식/2018)
무난
예전에 미국 학생들이 인생영화 뽑은 게시물에서 있길래 호기심에 봤던 영화
초등학생 때 부터 하던 술래잡기를 성인이 되어서도 한다는 내용인데
그냥 평범하고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 영화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감동적이(려고 하)고 그냥 킬링타임용
17.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이와이 슌지/2001)
불호
그냥 유명해서 본 영화 중 하나
예상대로 제대로 이해 되지도 않고 굳이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본 감성 영화
결말은 커녕 줄거리도 기억 안 나
18.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롭 라이너/1989)
극호
보기 전에는 로맨스 영화의 교과서, 달달함의 고농축액이라고 알고 봤는데
의외로 로맨스 비중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더라 도중까지는 계속 스쳐지나갔다가 연락 끊겼다가 반복하고
중반부쯤부터 본격적으로 러브 스토리가 시작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마음 깊숙이에 들어와있는 느낌
이거 볼 때 감성적이어서 그런지 난 평생 사랑을 하지 못 할 거란 사실을 새삼 깨닫고 매우매우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19. <소일렌트 그린> (리처드 플라이셔/1973)
극호
반전이 유명한 작품이지만 워낙 오래전 영화다보니 진상은 다 알고 봤음
그래서 줄거리 자체는 그렇게 놀라울 것 없었지만, 디스토피아 사회를 매우 실감나게 묘사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작중에서 주인공이 부잣집에서 물과 비누를 만끽하는 장면이나 맨 마지막에 지인이 안식에 이르는 장면은...
20. <총알 탄 사나이 트릴로지> (데이빗 주커/1988, 1991, 1994)
초극호
고전 코미디 영화 감성 좋아해서 시험삼아 봤는데 대당첨이었다
옜날 감성이니만큼 좀 유치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웃겼음
개별 유머의 질은 크게 높지 않았으나 거의 1분 간격으로 웃길정도로 양이 많았고 3편이 되어도 덜하기는 커녕 더 웃기더라
21. <시네마 천국> (주세페 토르나토레/1988)
호
이것도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찾다가 보게된 영화
워낙 유명해서 예전부터 알고있었지만 너무 지루해보여서 손이 잘 안 갔었는데 막상 보니 몰입해서 끝까지 봤음
줄거리가 흥미롭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 시골마을 특유의 감성과 영화관을 중심으로 그려나가는 한 영화광의 삶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더라
영화가 인생이라면 분명 이런 느낌이겠지
22. <슈퍼 히어로> (크레이그 메이진/2008)
호
<총알 탄 사나이>의 레슬리 닐슨을 찾아보다가 보게 된 영화
어렸을 때 살짝 본 적은 있는데 제목이 기억 안 나서 못 봤다가 이렇게 다시 보게 되네
<총알 탄 사나이>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뻘하게 웃겼던 킬링타임용 코미디 영화
23. <너와 나> (조현철/2023)
초극호
세월호 참사 바로 전날, 세월호에 타게될 단원고 여학생과 타지 않을 여학생의 로맨스 영화
소재만 보면 완전 진보좌파PC영화일 것 같지만 의외로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세월호는 그 전날을 배경으로 한 터라 참사는 당연히 언급도 안 되고 오직 관객들만 알고 있으며
여학생들의 사랑이야기도 대놓고 나오기보다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 알듯말듯한 그 순간이라서 얼핏보면 아주 찐한 우정으로도 보임
풋풋한 여성 동성애 장르 영화로 봐도 매우 만족스럽고, 단순히 여고딩의 일상을 담아낸 우정물로 봐도 좋으며,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움에 울컥하는 용도로 봐도 부족하지 않음
개인적으로는 아주아주아주 굉장히 재밌게 봤다
24.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2022)
무난
귀머거리 여성 아마추어 복서와 그녀가 훈련하는 복싱 체육관이 문을 닫는 이야기
사실 결말이 기억이 안 난다... 영화의 완성도는 매우 높고 감성이나 분위기가 일관적이어서 나름 심취했는데 줄거리가 별로 기억에 안 남았음... 일본 감성 물씬 났던 것만 기억남
25. <몬티파이튼의 성배> (테리 길리엄&테리 존스/1975)
호
어렸을 때 여러번 봤지만 처음에 웃겼다가 도중부터 급 지루해져서 보다 말았곤 했는데 이참에 끝까지 다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미 인터넷 짤로 다 풀려있어서 크게 새롭게 웃겼던 장면은 별로 없었지만 역시 고전은 고전
26. <스위스 아미 맨> (다니엘 콴/2016)
초극호
해리포터 시체에서 나오는 방귀를 추진력 삼아 무인도에서 탈출하는 영화
코믹한 설정이지만 코미디보다는 인간 사회에 대해 깊게 고찰한 꽤 진중한 영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신을 본따 인간을 만들었다면 항문도 신성하거나 아니면 신도 항문이 있거나'라는 내용이 생각나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우리는 사회인으로써 부끄러운 걸 숨기지만, 그게 우리를 부정하게 되지는 않을까?
27.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2023)
무난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영화지만 중간에 장르가 바뀐 게 많이 아쉬웠다
초중반까지 쌓은 빌드가 있고 그에 따라 예상하거나 기대되는 그런 게 있는데, 전혀 다른 장르로 전개되니까 음...
아니 이유는 알겠고 그런 놀라움이나 반전이 핵심이라는 건 알겠는데 뭔가 도중에 영화가 바뀐 거 같아서 좀 그랬음
28. <굿바이 레닌> (볼프강 베커/2003)
호
열렬한 공산주의자인 어머니가 의식을 잃은 기간 동안 동독과 서독이 통일됐고,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머니가 돌아가실까봐 철저히 비밀로 하고 여전히 분단된 것처럼 꾸미는 아들의 이야기
그 시대를 재밌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동독과 서독을 제대로 비교한다는 점에서 역사영화로도 좋았고, 가족 영화로도 만족스럽게 봄
29. <타인의 삶>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2006)
호
동독의 비밀첩보기관 슈타지가 동독 예술가 부부를 감시하다가 그들의 예술작업과 삶에 경도되어 역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지키게 되는 줄거리
이것도 나름 뻔한 줄거리라면 뻔하지만 비인간적인 면모의 주인공이 점차 인간적인 면을 갖게 되고 동정심과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흡입력 있었음
30. <스팅> (조지 로이힐/1973)
극호
<오션스 일레븐>으로 대표되는 하이스트 장르(혹은 케이퍼 무비)의 원조이자 교과서격인 작품
이후의 영화들이 얼마나 이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으면 지금 봐도 여전히 세련되고 자연스럽냐 나쁘게 말하면 이 영화 이후로 비약적인 발전이나 변화는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
그만큼 트릭도 기술도 계획도 인물 구성도 모두 매력적이고 지금도 먹히는 작품임
31. <로봇 드림> (파블로 베르헤르/2023)
초극호
대사 하나 없지만 정말 감정이 벅차오르는 감성적인 이야기
개와 로봇의 우정이지만 그 어떤 인간의 이야기보다 깊이 스며들었음
애니메이션도 굉장히 부드럽고 작화 퀄리티 높았고
32. <가여운 것들> (요르고스 란티모스/2023)
불호
개쓰레기페미니즘프로파간다폐기물...이라고 하고 싶지만
솔직히 영화의 완성도나 시각적 영상미는 정말로 훌륭함 도중까지는 아주 깊이 빠져들었음
하지만 결국 전형적이고 골 빈 여성우월주의 남성혐오 페미니즘 정치적 사상물임은 부정할 수가 없음
개인이나 집단의 주관적인 욕망을 구현해낸 포르노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건 요즘 시대에 보기엔 역겹고 혐오스러운 건 마찬가지
33. <챌린저스> (루카 구아다니노/2024)
극호
유일한 오점은 영화의 핵심 플롯이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맹렬히 갈구하는 관계에 기반한다는 건데 그 여자인 젠데이아가 너무 못생겨서 나는 도저히 몰입이 안 됐다는 거임
그것만 제외하면 완벽했음
어렸을 때부터 친했지만 정반대인 두 테니스 선수의 미묘한 신경전과 라이벌 구도를 아주 정석적으로 그려냈는데,
설명 그런 거 다 때려치고 순수하게 느끼고 둘의 열정에 압도당하는 그런 영화
34. <스폰지밥 극장판> (스티븐 힐렌버그/2004)
호
스폰지밥의 첫 극장판
재밌었다
35. <남쪽> (빅토르 에리세/1983)
무난
그냥 명성만 듣고 본 영화 중 하나
영알못이 예술 영화 보면 줄거리가 기억 안 난다
걍 아무것도 기억 안 남... 영화 보기 전에 나무위키에서 봤던 대호평밖에 기억 안 남...
아 아이가 성장하는 연출 하나는 기억 난다 나무로 둘러쌓인 길을 걸으며 멀어져가는 장면이 장성하여 돌아오는 장면으로 겹쳐지던 연출은 인상적이었음
36. <메이 디셈버> (토드 헤인즈/2023)
무난
유부녀 여교사가 제자인 남학생과 불륜하고 그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아 미국 전역에서 논란이 됐던 사건...을 영화로 만들게 되어 그 유부녀 여교사를 연기하는 여배우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애초에 논란 있는 로맨스를 시작으로 한 관계가 더욱 더 은밀하고 감정적이게 되는 과정을 그려냈음 시종일관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이 일품
37.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2023)
호
유명 여작가가 자신의 남편의 살인범으로 몰리는 이야기
외진 곳에 사는 데다가 시각장애인 아들과 개가 있을 뿐이라 따로 목격자도 없고 사이도 안 좋은데다가 불화가 의심될 여지도 많아서 용의자로 의심받는 이야기
재판 영화 좋아하는데 그로써도 좋았고 미스터리로 한 인간의 위치가 흔들리는 전개와 연출도 좋았음
다만 결말이 깔끔하지 않은 건 장르적으로 아쉬웠는데 애초에 재판 장르가 메인이 아니니 그건 어쩔 수 없겠지
38.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2014)
호
명성대로 한 소년의 인생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 보는 영화
인생이 굴곡지고 드라마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하다거나 특출난 건 아니라서 사실 기억에 남을만한 줄거리는 아니다 결말도 잔잔하고 그래서 지금은 기억이 거의 안 나서 요약본 봐서 기억 되살림
하지만 볼 때는 좋았던 영화. 날 것의 감성과 분위기에 잔잔히 젖어들어가는 종류의 영화
39. <보니 앤 클라이드> (아서 펜/1967)
무난
이름만 들었던 범죄자 커플의 이야기
커플도 영화도 유명하다곤 하지만 막상 보니 별로 감흥은 없더라
그 시대상을 잘 몰라서 그런가, 어째서 보니와 클라이드가 그렇게 지지를 받을 수 있었는지 딱히 선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매력적인 인물로 느껴지지도 않는데 기득권층을 공격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웅 대접을 받는 게 전혀 이해가 안 가서 영화도 별로 깊이 다가오지 않았음
(심지어 기득권층을 노린 것도 아니었고 영화상으로도 그냥 오합지졸 양아치 무리들로 나왔고...)
40. <하이웨이 맨> (존 리 행콕/2019)
무난
바로 위 보니 앤 클라이드 사건을 소재로 하되 그들을 잡은 나이 든 경찰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영화
늙은 경찰이 듀오로 (물론 다른 공권력과 함께) 수사하여 범죄자를 잡는다는 형식을 특별할 것 없이 전형적으로 풀어냈기에 그렇게 만족스럽거나 특출나지는 않았음
그래도 위의 작품보다는 더 최근 작품이고 시점도 공감할만 해서 좀 더 보기 편했음
41. <오리엔트 특급 살인> (시드니 루멧/1974)
호
두 버전이 있는데 최신작(2017)보단 이전 작품이 추리물로써도 영화로써도 더 낫다고 들어서 이걸로 봤음
고전 영화 특유의 난잡함(?)이 조금 있긴 했고 작품 특성상 사람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식별하고 기억하는 데에 좀 애먹긴 했지만, 그래도 완성도가 높고 깔끔하게 진행된 덕에 고전 영화임에도 매끄럽게 볼 수 있었음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푸아로의 전매특허, '푸아로 피날레'는 매우 만족스러웠고
42. <에일리언: 로물루스> (페데 알바레즈/2024)
극호
<에일리언 시리즈>에 충실해서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평과 오히려 그 탓에 기존의 시리즈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자가복제에 불과해졌다는 상반되지만 일관적인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은 작품 개인적으로도 동의함
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했던 점은 이 영화가 굉장히 '게임적'이었다는 거임
주인공이 능동적인 것이야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흔히 보이는 색깔이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도구의 용도나 기믹의 활용이 마치 게임의 그것처럼 실현되었음
이것만으로는 나쁘다 좋다 할 수는 없지만 다만 게임적인 영화와 영화적인 게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되어준 작품
별개로 나는 매우매우 만족스럽게 봤다
4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2023)
호
감상 전에 들었던 평 그대로 주제의식이나 일어나는 일을 감 잡을 수가 없었던 영화
기본적인 인과나 인물의 관계는 어렵지 않게 이해 되지만 전체적 전개나 핵심 메시지는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뭐 굳이 따지면 여느 교훈적인 영화와 마찬가지로 청년에게 덕담해주는 작품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역시 찜찜하다
그래도 역시 지브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지브리다운 작화를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건 만족스러웠음
44. <존 오브 인터레스트> (조나단 글레이저/2023)
극호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그대로 영화화 시켜놓은 듯한 작품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아우슈비츠 바로 옆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나치 가족의 이야기
나는 미장센이니 예술적 시퀀스니 그런 건 잘 모르고, 작품이 얼마나 미묘하고 예민한 주제를 얼마나 창의적이고 복잡하게 풀어냈느냐에 가치를 두는 편이라, 굉장히 뻔한 선악구도와 주제의식을 가진 이 영화는 별로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음
그 놈의 나치 소재는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 것이며 어차피 누가 나쁘고 뭐가 문제인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하지만 역시 그걸 풀어내는, 강박적일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된 연출과 비주얼은 특기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뻔한 주제지만 그걸 묘사하는 능력만으로 훌륭했던 작품
45.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마구치 류스케/2024)
무난
사실 본지 좀 오래 되기도 했고 결말이 좀 추상적(?)이었던 터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후반부 전까지는, 제목대로 악하지 않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는 소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 주 줄거리
다만 두 가지 키워드가 공존하고 상호작용하는데, 하나는 애초에 악은 없지만 인간사회에서 악이 구현된다는 것과, 또 하나는 그러한 악의 구현은 인간사회가 아닌 자연법칙의 필연적인 인과에 의한다는 것
결말 자체가 추상적이고 합리적 이해에서 벗어났기에 여러 해석이 가능하고 설령 정답이 있더라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나는 잘 모르겠고 그저 단순히 선악구도를 0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넘어 자연의 필연적인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법칙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봄
46. <데드풀과 울버린> (숀 레비/2024)
무난
그냥... 그냥 팝콘 무비
너무 팝콘 무비라서 걍 바삭하지만 알맹이는 없는 영화였던 걸로 기억함
데드풀의 입담과 개그는 여전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 밖에는 없었음
이게 무슨 SNL 프로그램도 아니고 영화로써의 임팩트나 핵심 플롯이 데드풀의 캐릭터성에 밀려나버림
47. <드림 시나리오> (크리스토페르 보르글리/2023)
무난
평가... 아주 좋더라 하지만 난 그저 그랬음
굳이 따지면 별로였다 난 교묘하고 어렵더라도 확실한 걸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도중까지는 설정이 흥미로웠지만 결국 알맹이도 결론도 없고 그냥 한 남자가 밑도끝도 없이 불가해한 불행에 덮쳐졌다가 어쩌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해결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 인간이 사회에서 불합리하게 공공의 적이나 혐오스런 존재로 취급받는 사회 현상에 대한 심도 높은 고찰을 하려한 것이겠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다
48. <인사이드 아웃 2> (켈시 맨/2024)
극호
전작과의 비교도 있고 호불호도 좀 있던 작품이지만 나는 매우매우 극호였다
전작에 비해 신선함은 덜했지만 아이뿐 아닌 어른도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기도 했고, <보이즈 어프레이드>와 같인 이유지만 내가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편이라 불안이라는 캐릭터에게 매우 공감하고 이입했기 때문
전개에 있어선 살짝 무리수가 있기는 했지만 기본 플롯이나 인물들 모두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말했듯 소재 자체가 남의 일이 아니어서 매우 몰입해서 봤던 작품
49. <특급 비밀> (제리 주커/1984)
무난
발 킬머 주연의 고전 코미디 영화
영화를 알게된 것 자체는 디시에서 우연히 접한 움짤인데 정상적인 경로로는 보기가 어려워서 아카이브 사이트에서 영상을 다운받고 한글 자막을 따로 구해서 감상했다
고전 코미디 영화인만큼 살짝 <총알 탄 사나이>정도 수준을 기대했지만 역시나 그 정도는 아니었고, 소소하게 웃긴 장면이 적잖이 나오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시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 한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웃긴 부분도 꽤 있으니 관심 있으면 봐볼만 함
50. <맨 프롬 엉클> (가이 리치/2015)
호
불운하게 묻힌 작품으로 유명한 영화
미국과 소련의 두 스파이가 협동하게 된다는, 그 당시에도 진부한 설정인데다가 다른 다크호스들과 경쟁하게 되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 했던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기본적인 완성도와 가이 리치 특유의 세련된 연출은 여전한 작품
인물들도 전개도 전형적이지만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었고 적당히 성공적이었다 평작과 수작의 중간 정도
51. <룩백> (오시야마 키요타카/2024)
극호
전형적인 만화가 지망생 청춘물
스스로가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와 그녀를 존경하지만 아득히 우월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만나, 서로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믿어주고 그렇게 유대감을 쌓고 함께 꿈을 향해 다가가는, 실패할 수가 없지만 막상 제대로 그려내기는 어려운 장르
비록 후반부에 전개를 비현실적을로(?) 뒤튼 게 개인적으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주제를 위해서였으니 그것도 나름 최선이었겠지
그래도 난 안정적이고 일반적이지만 정석적인 전개를 바랬어
그럼에도 두 예술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인정과 존경은... 한 편으론 너무나 빛나면서 또 한 편으론 씁쓸하더구나
아 물론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환상적인 작화는 말 할 것도 없고
52.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F. 게리 그레이/2015)
무난
위에서 언급한 <맨 프롬 엉클>이 마주친 다크호스가 바로 이 영화
아이스 큐브, 닥터 드레 등의 초유명 래퍼들이 힙합에 입문하고 그들의 크루를 결성하고 메이저 레이블에 입성한 후 그들끼리 문제를 겪고 해산 등의 결말을 겪게 되는 이야기
크게는 두 가지 소재, 상술한 래퍼들의 성장물과 그들의 뿌리인 컴턴 지역의 흑인 문화가 공존하는 작품
개인적으로 외국힙합 좋아하긴 하지만 그들과 살짝 시간대와 공간이 다른 투팍과 비기 스몰즈를 좋아하기에 크게 팬으로써의 흥미는 느끼지 못 했음 후드 지역의 특유의 문화도 듣기만 했기에 큰 공감은 없었고
그래도 전기물로써 적나라하게 묘사한 점이나 주제의식을 충실하고 일관적으로 담아낸 점에선 분명 완성도 높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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