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여행을 못 가서
욕구불만이 가득 쌓여있었는데
얼마전 10만원에 일본에 다녀왔다
내가 이래서 일본을 좋아하지
역시 현지가 좋구나 싶더라
오뎅야(おでん屋) 타이키(太輝)
신스나(新沙)에 있는 업장으로
생긴지 얼마 안 되었다는데
벌써 입소문이 퍼져서
손님이 드글드글하더라
오뎅 다시 내음이 그윽하게 퍼진다
다시통에는 무를 포함한 각종 재료들이
출격 대기 중이다
안주 메뉴판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 메뉴판이 따로 있더라
주류 메뉴판
역시 일본의 맛이다
무 안쪽까지 다시가 잘 배어서
가츠오부시의 풍미와 감칠맛이
끝까지 잘 이어진다
무가 부드럽게 물러지는 것은 당연하고
아츠아게와 고보텐
특이하게 여기는
직접 오뎅을 다 만들어 쓴다고 하더라
우리나라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일본 특유의 수제에서 비롯된 맛이 좋다
크로와상
우리가 아는 그 크로와상이 맞다
이걸 오뎅으로 낼 줄이야
괴식을 내다니 객기인가 싶었는데
오뎅 다시와 이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역시 현지 마스타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네
카모킨슈(加茂金秀) 쥰마이 시보리타테(しぼりたて) 나마(生)
요즘은 사계절 양조가 흔해져서
일년 내내 나마자케(生酒)가 나오지만
겨울의 신슈(新酒)가 주는 매력은 각별하다
운이 좋게 새 보틀이여서 컨디션 훌륭했다
호우카(豊香) 카라구치(辛口) 토쿠베츠쥰마이 시보리타테(しぼりたて) 무로카나마(無濾過生)
요즘 상한가를 거듭하는
나가노(長野)현의 지자케(地酒) 중 하나
호우카(豊香)가 요즘에는 가벼워지고
청사과 뉘앙스가 많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또 가슬한 배향과 풍만한 감칠맛이 좋네
바틀 차이인지 댓병이라 다른지
오픈하고 나서 달라졌는지 신기하다
제조일자가 1년전 물건이던데
탄산감도 살아있고 프레시해서 좋더라
역시 사케는 보관이 제일 중요하다
세이텐(盛典) 토쿠베츠쥰마이 아라바시리(あらばしり) 나마겐슈(生原酒)
아라바시리(あらばしり)라는데
작은 양조장의 물건이라서 그런지
거의 우스니고리(うすにごり)에 가깝더라
탄산감과 쌀맛이 좋고 보슬한 앙금이 더해져서
쌀로 만든 드라이한 칼피스 느낌이다
쌀맛 베이스라서 오뎅하고 궁합이 참 좋네
절반 정도 남은 술이었는데 컨디션 좋네
일본 사케바 중에도 관리 엉망인 곳이 많은데
여기는 마스타가 신경 많이 쓰더라
시치다(七田) 쥰마이긴죠
익숙한 양조장 술에는
아무래도 손이 안 가기 마련인데
추천을 하길래 오랫만에 마셔봤다
어라 이렇게 맛있었나?
예전에는 쌀맛이 주를 이루면서
도톰한 감칠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딱 사가(佐賀)현 지자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대도시 지향으로 많이 바뀌었네
기본형이 1회 열처리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신선한 과실감이 살아있고
감칠맛을 말끔하게 다듬어냈더라
다들 열심히 하고 있구나
마셔본 술이라고 다 안다고 자만하지 말고
틈틈이 복습도 해야겠구나 느꼈다
오뎅 몇가지 다 먹고 보니
만엔 정도 밖에 안 나왔더라고
보통 오뎅을 잘 하면 술이 부족하고
술이 괜찮으면 오뎅이 딸리는데
여기는 둘 다 훌륭하더라
조만간 또 티켓 끊어서 다녀와야겠다
눈치 챈 갤러도 있겠지만
신스나 = 신사
즉 우리나라에 있는 업장이다
직구나 리셀샵을 통해 구한 술을
집에서 간단히 마시는 것도 좋지
방해 받지 않고 술에 집중할 수 있고
일단 싸게 먹히니까 말이지
근데 사케는 기본적으로
식중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술이다
우리 사케는 식중주로 좋습니다 라고
대부분의 양조장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우리 사케는 안주 없이 술만 드세요 라는
양조장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
안주와 함께 했을 때
사케는 가진 것 이상을 보여준다
금손을 가진 갤러가 아닌 이상에야
결국은 전문가, 즉 업장의 손을 빌려야지
타이키는 요리도 훌륭하고
사케 리스트와 컨디션도 뛰어나니
한수 배운다고 생각하고 한번 가봐라
10만원에 일본 다녀온 기분이더라
- [시음기]요시다구라(吉田蔵)u 나마(生)
주딱의 애정을 듬뿍받고 있는
요시다구라(吉田蔵)와 테도리가와(手取川)
다들 알겠지만 이시카와(石川)현
요시다슈조텐(吉田酒造店)의 술들이다
그 중에서도 요시다구라는
현재 토지(杜氏) 겸 쿠라모토(蔵元)
요시다 야스유키(吉田泰之)씨가 런칭한 브랜드로
모던 야마하이(山廃)를 지향한다고 한다
모던 야마하이의 특징으로는
첫째 신선한 산미와 상쾌한 감칠맛
둘째 발효 유래의 미발포감(미탄산감)
셋째 음용성이 좋은 저도수의 무로카겐슈(無濾過原酒)
이렇게 세가지를 내세우고 있다더라
야마하이 제법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되
발효 중의 온도 관리와 가수 조절로
위와 같은 특징을 갖는다고 하네
젊은 양조가답게
여러가지 획기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그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라인업을 낸다
기본이 되는 술은 두가지로
1회 열처리 버전이 연중 제품이고
겨울에만 잠깐 나마(生) 버전이 풀린다
요즘 사이트에도 자주 올라오더라
요시다구라(吉田蔵)u 이시카와몬(石川門) 나마(生)
서양배, 돌배 같은 가슬한 향미와
산뜻한 청사과 같은 가벼운 쥬시함이 나고
말끔한 감칠맛과 담백한 쌀맛이 중심을 이룬다
이들이 드라이함과 얇지만 단단한 구조감 안에
잘 뭉쳐져서 자리하기에 슬림하게 길게 이어진다
고운 미탄산과 상큼한 신맛이 꾸준히 자리하는데
둘 모두 은은하게 자기 색깔을 내는 정도에 머문다
꼭꼭 눌러서 만든 누름 초밥처럼
분명한 드라이함과 탄탄한 구조감,
그것에 뭉쳐진 도톰한 맛이 특징이다
요시다구라(吉田蔵)u 햐쿠만고쿠노시로(百万石ノ白) 나마(生)
제철 딸기의 새콤달콤한 쥬시함과 더불어
봉긋하게 부푼 가벼운 감칠맛과 보슬한 쌀맛이
나기에 초반부터 풍성하게 가볍게 머금어진다
산뜻한 신맛은 맛 모음 전체에 잘 배어들어
이질감 없이 하나로 전해지면서 생생함을 준다
드라이함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중에
맛이 일찍 가벼워지면서 깔끔히 사라진다
가볍게 쥐어낸 주먹밥처럼
포근하게 부푼 맛 모음과 쥬시함이
초반에 분명히 나는 대신 일찍 사라진다
뉴에이지 또는 뉴웨이브로 분류되는
요즘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물건이면서
그렇다고 다른 뉴에이지들과 완전히 같지 않다
클래식의 요소가 기본을 이루되 이를 분해하고
뉴에이지 방식으로 재조립한 느낌에 가깝다
향과 풍미는 물론 맛
요소들이 은은하게 자리하고
드라이함과 탄탄한 구조감 안에 맛들을 담아낸다
후반에 맛이 풀어지면서 가볍게 나나
말갛게 나는 것이 아니라
밀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중에
물맛과 바탕이 드러나 또다른 재미를 주더라
야마하이의 신맛이 있으나
아라마사(新政)의 아류들처럼 과하지 않고
맛에 잘 섞여들어간 것도 특징이다
아라마사 좋아하는 사람은 아쉽다고 느낄 것이고
별로인 사람은 오히려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주조미의 종류에 따라서
맛의 전개 방식, 두께감과 농도가 다르기에
둘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시카와몬은 보다 클래식하게 풀어내서
맛의 밀도감과 집중도가 좋다면
햐쿠만고쿠노시로는 초반에 쥬시함과 감칠맛이
풍성하게 나고 뒷맛이 가볍기에
보다 직관적으로 맛있다고 느껴지더라
내 취향은 첫번째에 가깝지만
두번째를 맛있다고 느낄 갤러들이 많을 듯 하다
구하기 어렵고 맛있는 술도 있지만
오늘의 요시다구라, 테도리가와처럼
구하기도 쉽고 맛있는 술도 많이 있다
P사케 구하느라 너무 고생하지 말고
다른 술들도 다양하게 마셔봐도 좋을 듯 하다
그럼 즐거운 사케 생활 누리길 바란다
- [시음기]테도리가와(手取川) 가라구치(辛口) 쥰마이
나름 사케에 대한 취향이 확고해서
다른 사람 추천을 잘 받지 않는 편인데
주딱이 추천한 술은 늦게라도 마셔보려고 한다
현지에서 다양한 사케들을 접해서 그런지
경험의 폭이 넓다는 느낌이 들더라
내가 미쳐 마셔볼 여력이 없던 양조장이나
숨겨진 술들을 소개해주니 언제나 고맙다
지금까지 나에게 테도리가와(手取川)는
이시카와(石川)에서는 이인자 이미지였다
사대천왕의 손이 닿은 기쿠히메(菊姫),
텡구마이(天狗舞)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온순한 테도리가와는 후순위로 밀리더라
주딱의 최애 양조장 중 하나라서 그런지
갤에 그간 여러가지 술들이 소개되었다
차기 쿠라모토가 토지로 들어와서
기존에 계시던 고령의 토지와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다양한 술을 빚나 보더라
주딱의 후기를 바탕으로 추론해보면
원래부터 기본기가 탄탄하던 양조장에
새로운 피가 들어와서 포텐셜이 확 올랐나보다
기쿠히메, 텡구마이의 경우 영향력이 여전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조금 뒤쳐지는 느낌이라면
테도리가와는 유행의 선두로 치고나가는 듯 하다
물론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이지
셋의 우열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요시다슈조텐(吉田酒造店)이 빚는 술은
테도리가와, 요시다구라(吉田蔵)로 나뉜다
테도리가와는 기존의 토지가
요시다구라는 젊은 토지가 주도한다
요시다구라가 모던 야마하이를 바탕으로
뉴에이지를 지향하는 것은 맞지만
테도리가와라고 클래식하기만 하지 않다
라벨에 따라 클래식, 모던, 뉴에이지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섭렵하고 있다더라
오늘 소개할 술은
가라구치(辛口) 쥰마이 시리즈
계절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고
겨울과 봄은 나마자케(生酒)
여름과 가을은 나마즈메(生詰)로 나온다
테도리가와(手取川) 가라구치(辛口) 쥰마이 나츠(夏)
깨끗하고 상쾌한 이미지로
맑은 물, 소다, 서양배, 시트러스,
청명한 알콜 내음이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얇고 맑은 물맛이 베이스를 이루고
맑은 개운함이 바탕으로 올라 경쾌함을 낸다
산뜻한 신맛으로 시작해서
라무네 풍미와 상쾌함이 오르고
쌀가루의 보슬함이 아스라히 머금어진다
사과의 풍미와 말끔하고 투명한 감칠맛이
가벼운 톤을 유지하면서 적당한 두께로 이어지다가
서양배의 풍미가 은은하게 머금어진 이후에
개운한 알콜이 살짝 드러나면서 깔끔히 사라진다
여름이라는 이미지와 무척 잘 어울린다
바탕의 상쾌함과 라무네 또는 소다의 풍미가
한여름에 캔디바를 먹는 느낌을 주더라
테도리가와(手取川) 가라구치(辛口) 쥰마이 아키(秋)
산뜻하면서 부드럽고 풍만한 이미지로
사과, 설익은 열대 과일, 서양배, 살구 속살,
맑고 도톰한 다시, 말끔한 쌀내가 이어진다
사과의 풍미와 산뜻한 신맛이 어우러진
맑은 감칠맛이 초반부터 풍만하게 부푼 상태로
들어와서 넉넉히 채워내기에 바로 충만감을 준다
다시마로 내린 다시 또는 육수 같은
뭉근하고 매끈한 감칠맛이 이어지고
쌀가루 아이스크림 같은 풍미와 부드러움이
더해지면서 도톰한 두께감을 실어준다
크리미함이 남음에도 가벼움을 유지하다가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분명 가을 느낌인데
산뜻하고 가벼워서 세련된 인상으로 전해진다
클래식 기반이기라도 뉴에이지 색깔이
잘 버무러져 있어서 갤러들도 좋아할 듯 하다
나츠(夏)와 아키(秋)의 비교
재미있는 부분은
주조미(야마다니시키 / 고햐쿠만고쿠),
정미보합(50 / 60), 도수(15%),
열처리 횟수(1회)까지 같은데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술을
겨울에는 니고리 또는 나마
봄에는 우스니고리
여름에는 나마즈메
가을에는 히야오로시
버전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인 양조장의 계절 시리즈인데
테도리가와는 양조 자체를 달리 한 느낌이다
여름 버전은
가수를 해서 도수를 낮추거나
양조 알콜을 더해서 경쾌함을 살리는데
테도리가와는 그런 잔기술 없이
술 자체를 산뜻하게 가볍게 빚어냈다
가을 버전은
히야오로시 특유의 숙성감
구수한 곡물의 풍미가 없더라
맛은 풍만하고 부드러운 것을 보면
아마 숙성을 하되 저온에서 한 듯 하다
비싸고 맛있는 사케도 좋지만
싸고 맛있는 사케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시기만 맞으면 손에 넣기도 쉬우니 말이지
겨울 버전이 주판점에 풀리기 시작했으니
보이면 속는 셈치고 한번 마셔봐라
테도리가와가 이 정도라고? 싶을꺼다
그럼 다들 즐거운 사케 생활되길 바란다
주딱은 앞으로도 좋은 술 열심히 추천해주고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