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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인디 보드게임 제작기

미플(114.200) 2025.01.29 13:00:03
조회 16042 추천 76 댓글 58



안녕하세요 개발자 백인용입니다.


지난번에 올렸던 홍보글

[홍보]신작 인디 보드게임 '나인스란드' +버거이벤

의 제작기입니다



고향에 내려왔는데 컴퓨터가 없어서 일을 못하는 환경이 돼버렸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일기처럼 정리해봤습니다.


게임 좋아하는 아재가 이상한 짓 하면서 살아왔구나 하고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중학생 시절 ‘유희왕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유행하기 전부터 타카하시 카즈키님의 ‘유희왕’ 만화책을 접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절 게이머이자 보드게이머로 인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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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즐겨보던 ‘유희왕’ 만화책. 지금봐도 멋있다.)


 이후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장에 끄적이며 게임을 구상하고, 직접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리고, 지우개를 조각해서 말을 만들어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재밌는 추억이지만 막상 게임은 개똥겜이었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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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만든 게임. 볼펜으로 직접 손으로 그렸다. 이제보니 미쳤었네.)


 고등학교 때, ‘나인스란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떠올리게 되지만, 러프한 수준이었고,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PC게임 하느라 보드 게임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PC 게임을 재밌게, 정말 많이 했는데, 영향을 크게 준 게임만 꼽자면, ‘워크래프트3’, ‘삼국지 조조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입니다. 특히 삼국지 조조전 같은 SRPG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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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쟁쟁한 갓겜들. 이동범위 공격범위 등의 개념은 조조전을 보고 떠올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괜찮은 대학교를 붙었지만, 막상 수업은 잘 안듣고 뒤에서 러프하게 발상만 해놨던 보드게임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데 시간을 쏟습니다. 만들어진 프로토타입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대학교 선후배들을 꼬셔서 팀을 만들고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다들 처음에 같이 게임 만들자고 할 때는 심드렁 하다가도, 만든 프로토 타입 게임을 한두 판 플레이하면 금방 설득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참신함과 재미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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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때 만든 보드게임. 프로토타입. 처음에는 가림막을 사용하지 않고 자석이 달린 판을 직접 들어서 비공개 정보를 만들었다.)


 인디 게임의 개발비는 커피, 라면, 고기값이라고 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음료인 데자와를 박스로 사서 혈관에 카페인을 공급하면서 대학교 선후배들과 게임 개발을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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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들과 게임 만들던 시절 자취방 냉동실. 대용량으로 사면 고기가 야채보다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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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자와가 항상 구비되어 혈관에 카페인을 공급해주었다. 나름 열심히 개발했지만…)


 하지만, 목표로 하는 게임은 하스스톤 같은, 카드 뽑기 시스템이 들어간 라이브 서비스 PVP 게임이었고, 대학생 선후배로 구성된 아마추어 팀이 감당하기에는 프로젝트 규모가 너무 컸습니다.


 코딩도 문제였지만, 수많은 카드들의 일러스트를 다 채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림을 배우지 않았던 제가 직접 그림을 배워서 그리기도 했고, 중간에 군대에서도 카드에 쓸 일러스트를 그렸죠. 오랫만에 옛날 그림 보니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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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자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그린 카드 일러스트들.)


 그러고보니 군대는 테스트 플레이할 인원이 많아서 보드게임 개발하기 아주 좋은 장소입니다. 보드게임의 가장 큰 문제인 같이 할 사람 모으기가 진짜 쉽습니다. 작지만 제가 만든 보드게임으로 대회도 열었고요. 우승자에게는 상품도 수여했습니다.


 중간에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대학생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팀이 담당하기에는 너무 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정말 오랜 시간을 투자했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좌초되고 팀은 해산됩니다. 돌이켜보면 현실적으로 스팀용 싱글 게임으로 처음 방향을 잡았어야 했습니다. 그 때는 몰랐네요. 도와준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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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왜 몰랐을까.)                      (△ 대박난 스팀 싱글게임. 발라트로. 갓겜입니다.)


 모바일 게임화 프로젝트는 좌초되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든 게임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현실의 벽에 막혀 라이브 서비스 PVP 카드 게임이 안된다면, 오프라인 보드게임으로 방향을 바꾸어 출시해야겠다. 다시 결심합니다.

 원래도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출발했으니, 10년을 돌고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지요.



 이사하고 처음 횡했던 책장은 보드게임이 점점 늘어서 가득차게 되었고, 모바일용으로 계획한 게임의 밸런스, 효과 등을 보드게임용으로 다듬는 작업을 계속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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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과 보드게임은 가만히 두면 증식합니다.)

(지금은 조금 뒤쳐진 느낌은 있지만, 덱빌딩의 시초인 도미니언은 위대한 게임이죠. 듄 임페리움, 후루요니, 캐스캐디아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일 큰 문제였던 일러스트는 죄송하지만 AI의 힘을 빌려서 해결했습니다. 2명이서 수많은 카드의 일러스트를 다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많았고. 위에 그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그림 실력이 많이 안 늘어서ㅠㅠ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통일성있고, 자연스럽고 이쁜 그림으로 시간 많이 써서 뽑고, 어색한 부분은 리터치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AI 일러스트 안좋게 보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 무겁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잘 되서 성공한다면, 새로 만드는 카드들은 외주로 해결하거나, 아트담당 직원을 고용해서 해결하겠습니다. 2인 팀이 만드는 게임이니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카드 디자인도 여러번 바뀌었고, 디지털에 맞춰진 게임 룰도 오프라인에서 알아보기 편하게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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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발전사. 초창기에는 내부 테스트용으로 다른 게임 일러스트를 사용했습니다. 사랑해요. 판타지 마스터즈.)


 보드게임 컴포넌트는 평소에 3D 프린터에 관심이 많던 친구가 도움을 줘서. 집에서 직접 출력해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델링도 배우고, 출력도 하고, 시행착오도 격으면서 작업했습니다. 제가 직접 작업하기 때문에 비용도 크게 안들고 만들고 싶은 걸 바로바로 시험해본다는 장점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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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작업용 컴퓨터 왼쪽에는 오벨리스크의 거신병이, 오른쪽에는 메지로 맥퀸이 있습니다.

컴포넌트는 아래 자석이 붙어 있습니다.)


 길고 긴 시간이 흘러 나름 만족할만한 비주얼과 보드게임으로서 완성도가 갖춰졌다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제가 만든 보드게임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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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펀딩 페이지 만들면서 애프터 이팩트도 써본적 없었는데, 제로부터 공부했습니다. 요즘 유튜브에 좋은 영상 많더라고요.

 펀딩에 나온 영상도 인터넷과 책 찾아보면서 제가 한땀한땀 만든 겁니다.

 문외한이 처음 만든 영상 치고는 썩 괜찮다고 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ㅎㅎ



(△ 진짜 개고생이었습니다.ㅠㅠ 제가 돈만 많았으면 다 외주 줬을텐데요.)


 결국 게임 시스템, 아트 디자인, 3D 모델링 및 3D 프린터 출력, 영상 제작 등 모르는 내용 혼자 공부하면서 북치고 장구치고 똥꼬쇼 하고 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일기처럼 개발기를 써보았는데 재밌으셨을지요? 고향 내려가시는 길에, 올라오시는 길에 시간 때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한 부분 있으시다면 텀블벅 펀딩 링크타고 가시면 좀 더 자세한 내용 있습니다.


https://tumblbug.com/ninthland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설 연휴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출처: 부루마불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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