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싶었는데 비바람소리가 너무 거세서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숙소주변에 빛이 없으니 밤에 기똥찬 별사진 건질 생각에 슴가가 부풀어올랐었는데 새벽에 잠깐 일어나 창문을 열기..도 전에 형왔다 문좀열어봐라는 빗소리에 기겁하고 포기했다.
그리고 믿어지지 않겠지만 아래 사진은 아침 7시30분에 찍은거다.
일출이 8시 25분이라고 써있길래 웃기고있네 했는데 믿음과 정직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거짓말 안하니까 의심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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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도 그치면 아침에 산책이라도 다녀올 생각으로 힘 빡주고 대기타고 있었는데 흩날리는 비는 실로 어마무시했다.
우리의 어줍잖은 상식대로라면 비는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지만 양념 1도 안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켜요!!! 비켜!!! 하면서 지나간다.
이건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할 방법이 읍네..
한참을 창밖을 쳐다보다 이날씨에 객기부리고 산책하다 어디서 변사체로 발견되기 딱일 것 같아 빠르게 포기하고 와이프한테 영상통화 걸어서 옆으로 내리는 비를 보여줬다.
그리고 날씨도 춥고(이건 사실임) 밥도 맛없고(이것도 사실임) 집생각도 나고(이건 조금 사실임) 그냥 집에 있을걸 괜히온거같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도 한번 했다.
근데 어제 증류소는 어땠냐는 질문에 방심하고 신나서 아부리털었더니 엄청 재밌었겠는데? 라는 말듣고 정신이 번쩍들었다.
오늘은 증류소 투어는 없이 트래킹하면서 풍경사진 찍고다닐 예정이었는데, 아침날씨로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예보에 따르면 다행히 낮부터 비가 그친다고 한다.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내가 있는 숙소는 읍내(?)에서 많이 떨어져있고, 가장 가까운 수퍼마켓은 차로 30분거리에 있는 브로딕에 있는 코옵(Co-op)인지라 미리 물이랑 샐러드야채 등등 사둘 겸, 그리고 비가 그치면 바로 목적지로 향할 수 있도록 짐을 챙겨서 미리 나가있기로 하였다.
동선은 숙소에서 출발해서 해변가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쭈욱 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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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한번에 차에 싣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먼저 다른 짐 다 넣어놓고, 마지막에 트래킹화만 따로 챙겨서 나가기로 하고 비옷을 입고 차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계획대로 차에 짐을 다 싣고, 으추워으추워 하면서 그대로 비옷을 뒷자석에 던지고, 추위와 비바람에 정신이 반쯤 나가서 그대로 출발을 하고 말았다......
어제 증류소로 올라오는 길에 몇군데 사진찍으면 예쁠 것 같은 곳들을 봐두었기에 그때까지도 트래킹화 놓고온거 기억못하고 머가리에 사진찍을 장소만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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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 도중에 늠름한 백마 발견
양떼들이랑 같이 풀어놓고 있었는데 이날씨에 안추울라나..
그리고 한 15분정도를 달려 바닷가에 거위가족이 단란하게 산책하고 있었기에 넘모 귀여워서 아직 비바람이 거셌지만 비를 등지고 사진찍으면 괜찮을 것 같아 무리해서 차를 세우고 비옷 디비쓰고 흐흐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닷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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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아빠로 추정되는 친구가 어? 뭍으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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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어?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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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뭐꼬 그냥 걷는게 아니라 나쳐다보면서 스트레이트로 오는거 같은데?
라는 불길한 예감은 귀신같이 맞아떨어졌다.
순간 섬뜩해서 뒷걸음질 치면서 한 20미터 후퇴했는데 이새1끼들 이제 가족단위로 집요하게 쫓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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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웃찾사에서 '코봉아~ 코봉아~ 뒤져라!' 하는거처럼 개같은 포스로 성큼성큼 다가와서 개무서웠다.
순간 짱돌던져서 인간의 용맹함을 뽐내볼까 했는데 철없던 중학생때 뉴질랜드에서 오리한테 돌던졌다가 동네주민이 학교에 제보해서 바로 가디언 소환하고 동물학대로 반성문 썼던 PTSD 떠올라서 안했는데 위붕이 말들어보니까 안그러길 잘했더라.
얘네들 집지키기 1티어라 마당에 풀어놓고 침입자 오면 푸드득 날아올라서 꿱꿱 하면서 개같이 쪼아 댄다더만..
차에타서 놀란가슴 진정시키고 다시 갈길가는데 거위색 나 가는거 끝까지 노려보고있더라 스벌럼들 치킨마렵네
조금 더 내려가다, 작은 항구에 배를 묶어놓을 용도로 세워진 양을 보며 거위쉑한테 놀란 내 슴가를 안정시키며 힐링했다. 귀엽지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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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무사히 코옵으로 가서 당분간 마실 물과 제로콜라, 그리고 샐러드를 사서 차 뒷자석에 짱박고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아란섬은 나름 규모도 있고,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많다보니 합리적인 가격대에 맛있는 식사를 즐길만 곳들이 군데군데 있다.
나는 브로딕에서 아래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Old Pier Cafe 라는 곳을 택했고, 워낙 안에서 먹기 힘들다는 리뷰가 많아서 오픈시간 11시에 맞춰서 3빠로 입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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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날씨가 너무 추웠기에, 일단 오늘의 thㅜ프와 thㅗthㅔ지 롤을 시켰다.
코울슬로도 줄까? 하길래 아무생각없이 예쓰플리즈 했더니만 주긴 주는데 파운드도 더받는다. 선의처럼 물어본다고 해서 덥썩 받지말아라 냉정한 자본주의사회에 공짜는 없다.
소규모 까페라 오퍼레이션이 느렸고, 그러다보니 내 음식이 나올 즈음에는 계산대에 거짓말 안치고 한 20명 줄서있었다.
더욱이 일요일이라 가족단위의 손님이 많았는데, 1빠랑 2빠는 테이크아웃이라 나 혼자 음식나와서 먹고있는데 사람들 다 내가 먹는거 쳐다본다..
나같아도 먼저 먹고있는사람 뭐시켰는지 쳐다보는지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지만 점마점마 저거 질질 흘리는거 함본나 소리 안나오도록 엄청 신경쓰면서 꼭꼭 씹어먹었다.
음식은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특히 수프가 얼어붙은 몸을 녹여줘서 시키길 잘했다.
식사를 하고 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서, 근처 부둣가 산책을 하는데 거위쉑 또 발견.. 그래도 임마는 혼자라 그런지 다가오지는 않고 지 할일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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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하이킹 갈 수 있겠다며 고인돌이랑 공룡발자국 보러갈 생각에 들떠서 차 뒷문을 열었더만 스벌 신발이 읍네..
그제서야 아침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고, 편도 40분 거리인지라 왔다갔다 뭐하면 1시간30분, 그리고 어두워지는 시간 생각하면 신발가지러 돌아가는건 비효율적이라 포기하고 운동화로 갈만한 하이킹코스로 급히 계획을 변경했다.
학생때 여자친구가 너랑 우산은 꼭 필요할때만 없다고 투덜투덜 옘병떨었었는데 그때 그시절 추억이 떠올라서 살포시 웃음짓기는 개뿔 나는 유부남이고 시간없으니 바로 렛츠고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가는길에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적 있는 Honesty Box, 그러니까 일종의 무인샵인데 여기서 현지에서 나는 신선한 고기와 야채, 달걀 등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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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서 럭키! 를 외치고 가게 앞에 차를 대고 내리는데 가게 뒤편에 있는 큰 집에서 갑자기 개가 한 열마리정도 미친듯이 짖으면서 뛰어나온다.
진짜 개놀라서 바로 차에타서 문닫고 심지어 도어락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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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는 지역에서 저렇게 생긴 개들 10마리가 차를 둘러싸고 짖는다고 생각해봐라.
나를 거수자로 생각해서 물어뜯으러 온건지, 아니면 맛있는 한끼 식사라고 생각해서 물어뜯으러 온건지 모르긴 몰라도 둘 중 하나같아서 개식겁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이형님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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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게임 존나 재밌게 봤는데 스코틀랜드가 배경인거 아는 붕이들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라니스터가문이 라가불린에서 모티브 따온거고 아무튼 그렇다.
그리고 위에 성님은 개를 존나 키우고 그 개들은 인간 불알따개여 그러니까 한마디로 존나무서운거지
맛있는 달걀과 야채는 마트에서 사먹도록 하자.
하이킹하러 가는 길에 라그증류소가 있었기에, 휴무일이지만 바깥에서 사진이나 찍을 요량으로 갔다.
오는길에 보니 아란증류소는 대문 열려있었는데 여기는 인적이 드문곳이라 그런지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아쉽지만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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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갈길 가던 중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눈이 즐거웠던 광경 중 하나를 마주치게 되었다.
길 한가운데 서있는 아조시가 갑자기 차를 멈추라는 제스쳐를 하고, 반대쪽에 있는 아주마이한테 손짓을 하는데 처음에는 화보촬영인가 싶었는데 그러기엔 복장도 장소도 너무 쌩뚱맞아서 뭐지? 하고 30초정도 기다리는데 갑자기 양떼들이 3:3 헌터 너만오면 고! 에서 3해처리 올저글링 나오듯 미친듯이 쏟아져나온다.
2번째사진 잘보면 짱구굴려서 안걸어가고 차에 타고있는쉑도 있고 탈주한쉑들은 개들이랑 같이 체포조 출동하는거 보는데 개꿀잼이더라ㅋㅋ
폰 동영상 캡쳐라 화질구지 이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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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 킹스케이브 라고 하는 한때 왕이 도피했다는 썰이 있는 해변가 동굴 하이킹 코스에 도착했고, 물이랑 초콜릿, 배고프면 바로 라면 끼리묵을 준비도 해서 출발했다.
천천히 돌면 왕복 2시간~2시간 반정도 걸리는데, 상대적으로 완만하긴 해도 폭우가 내린 직후라 지면이 진흙탕이라 여기서 운동화 시망했다..
갓길에 뿌리째 뽑힌 나무도 종종 보면서 저번주 스톰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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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분정도 숲길을 가다보니 뻥 뚫린 해안가가 보였다. 아주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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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반대편에는 풍력발전기가 보였는데, 그러고보니 본토에서 아란섬 들어오는 길에도 건너건너 보이는 섬들마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있었다.
여기 바람 보니까 마 공짜 전기 달달하겄드만
아무튼 바닷가보니까 이상하게 급 소변마려워서 노상방뇨 실시여부를 놓고 고민하는데 이거 싸다가 앞에서든 뒤에서든 사람오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어서 주춤주춤하다 그래도 여기는 너무 개방된거 같고 아직 참을만해서 으슥한곳 나오면 그때 축배를 들자고 참았는데 뻥안치고 20초 후 맞은편에서 오는 커플발견ㄷㄷ
만약 거기서 지퍼를 내리고 나으 소중한 초코송이를 꺼냈었다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윽고 킹스케이브에 도착하였고, 몇개의 큰 동굴로 이어진 곳들을 보고, 다시 그곳을 지나쳐 주차장으로 복귀하였다.
5번째사진 벽에 문자는 진짜 고대에 새긴건지 아니면 철없는 관광객이 와서 곤잘레스 나탈리에 우리사랑 영원히 이딴거 새긴건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몰라 찍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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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을 끝내고 숙소로 다시 복귀하는데, 해변가를 자세히 보니 으아니 물개? 물범? 들이 모여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차 돌려서 갓길에 파킹하고 카메라 들고 첨벙첨벙 가다가 가시나무에 바지 걸려서 개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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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면 바로 싱크로나이즈 해서 안잡힐만한 거리에서 딱 저렇게 대가리만 내놓고 왔다갔다 놀면서 약올리더라 시밸럼들..
아일라에서 봤던 애들도 그렇지만 5~10마리 정도의 떼로 움직이는데 자연산(?)은 처음보는거라 그저 신기하더라
주변 풍경도 너무 예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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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는길에 다시 아침에 만났던 말과 양께 저녁인사 드리고 숙소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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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아직 체력이 남아돌아서 다시 로크란자 성까지 보고, 그렇게 숙소에서 고기구워먹고 개꿀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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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이날 내 동선은 위붕이들한테는 별 참고가 안될 것 같기도 하네.
내가 술을 미친듯이 마시는 성격도 아니고 이제 아조시인지라 더더욱 조신하게 마시는지라 이날은 자체 노알콜데이로 건강한 하루를 보냈다.
근데 6시 지나면 어두워지고, 어두워진 다음에 딱히 할게 없어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겠더라.
그래서 인구가 많은가?
이제 내일은 켐벨타운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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