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도 아니고 예민은 더더욱 아닌, 감각이 세밀하게 분리되어 올라올 때면 나는 또 이곳에 와 있다. 내 발은 여전히 머리와 같은 높이에 놓여있지만, 검은 화면에 익숙한 우울을 가진 글자들을 읽고 있으면, 여전히 나의 글은 이방인이겠지만, 고향에 온 듯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한창 습작을 마구잡이로 써내려갔을때엔, 우울증갤러리에 상주해 있었다. 감각의 예민함을 우울로 착각하고, 그들과 나의 감정을 동일시하여 그들의 감정을 모방했었다. 어떤 아이는 피분수가 뿜어져나오는 고어영상을 즐겨보면서도, 무서움이나 공포는 커녕, 즐거움조차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냥 무감각하게 찾게된다고 했다. 그게 우울이라고 했다. 또 어떤 아이는 .......쓰기 귀찮다 머릿속의 내용이 정리가 안되네 어차피 메모장이잖아 여기 그치........ 나는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내가 우울이라 착각한 그 감성을 누구에게든 인정받고 싶었다. 그들을 모방했다. 느껴지지도 않는 감정을 억지로 울어가며 환상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어설픈 인형에겐 관심이 없었다. 흔히 지나갔던 그저 그런. 그때의 내 감성은 우울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 옅어질대로 옅어진 지금에 와서는 그게 뭐였는지 알기 힘들지만. 확실히 우울은 아니었다. 오프라인, 현실에서 이곳의 누군가를 만난적이 있다. 스물 한살부터 스물 둘까지의 서울생할을 보낸 신림. 자취방 바로 앞 맥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