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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나게 태어난 사람이 행하는 자기관리 따위의 노력은 하등 무의미하다는 걸 요즘 뼈저리게 깨닫는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도, 이것저것 써가며 열심히 피부관리를 해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스타일을 참고하여 예쁜 옷을 사입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 만날 사람이 없다. 노력의 결과를 보여줄 사람이 없다.
이러한 방면의 노력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노력을 축소하면 '노력도 안 해놓고 왜 외로워하냐'며 꼽주는 머저리들이 있다.
어이가 없다. 만날 사람이 없는데 머리는 왜 만져야 하지? 왜 헬스장 갈 때 렌즈를 껴야 하지? 집 앞 편의점에 갈 때 코트나 정장을 입는 사람을 당신들은 본 적이 있나?
못난이들이라고 꼭 자기관리에 힘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쪽에 힘 써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측면에 노력을 가하는 것 뿐이다.
외모를 가꾸는 게 비효율적이니,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다른 분야의 노력을 택한 것뿐이다.
아, 진짜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나태한 못난이들도 있다. 최악이다.
그렇다면 20대들에게 못난이는 어떤 인식인가? 어딜 가도 수요가 끊이질 않는 20대 여자의 눈에는 급 떨어지는 평범한 벌레 1, 평범한 20대 남자의 눈엔 경쟁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는 루저 1로 인식될 뿐이다.
못난 사람이 노력으로 빚어낸 무언가는 못난이의 '못난 점'에 의해 철저히 가려진다. 적어도 20대 초중반의 연애시장에서 이 말은 진리이자 팩트일 것이다.
서로가 줄자를 들이밀지 않는, 다시 말해 서로가 서로의 관능적인 매력에 이끌려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기는 늦어도 20대 초반까지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성별을 떠나 매력이 없는 사람은 20대 초반의 연애시장에서 항상 '언더독'의 위치를 전전하게 된다. 수요가 없기 때문에 항상 열심히 뛰어다녀야 한다.
성욕이 사그라들고 도파민보다 안정감이 더 요구되는 시기에 접어들게 된다면 외모는 별로일지언정 성격이나 사회적 스펙이 괜찮은 언더독들의 반란이 시작될지도 모르나, 아무런 장점이 없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지도 미지수다. 나는 안정감을 안겨줄 수 있는 고스펙 전문직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자기관리를 놓지 않은 이유는 하찮은 미련, 실낱같은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그래도 아직은 친구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와 같은 이유다. 하지만 틀렸다는 걸 난 이미 잘 알고 있다. 희망을 놓지 않는 시한부 환자와 같다. 미련하다.
사실 내가 막 그 놈의 자기관리를 엄청 열심히 한 것도 아니긴 하다.
피부과에 가서 몇백을 바른 것도 아니고, "찐따의 변신?! 찐따에서 훈남되는 헤어스타일 컨설팅" 같은 걸 받아본 적도 없다. 근데 의미가 있나? 받아봤자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나태한 패배자의 정신승리라고 맘껏 비웃어라. 나는 옳고 너네는 틀렸다.
2025. 1. 23.
이 글을 쓴지 벌써 한달 하고도 반이나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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