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너에게 쓰는 편지..모바일에서 작성

혼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29 12:25:12
조회 28 추천 0 댓글 1

안녕, 아리마 코세이.
방금 전까지 함께 있던 사람에게 편지를 쓰려니 기분이 이상해.

너는, 참 나쁜 녀석이야.
굼벵이, 느림보, 얼간이.

내가 처음 네 연주를 봤던 건 5살 때.
그때 다녔던 피아노 교실 발표회였어.
머뭇머뭇 어색하게 등장한 그 아이는 엉덩이로 의자를 쳐 웃음을 유도하고는,
너무나도 큰 피아노에 마주 앉아, 첫 음을 연주한 순간,
나의 동경이 되었어.
피아노 소리는 24색 팔레트처럼 컬러풀했고, 멜로디는 춤을 추고.
옆자리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깜짝 놀랐지.
그런데도, 넌 피아노를 멈추지 않았어.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다니 넌 정말 나쁜 녀석이야.
굼벵이, 느림보, 얼간이.

같은 중학교란 걸 알았을 땐 춤이라도 출 듯 기뻤어.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까.
매점에 빵 사러 가자고 말해볼까.
하지만 결국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이있어.
왜냐하면, 다들, 너무 사이가 좋아 보였거든.
내가 끼어들 자리가 없었어···.

어릴 때 수술을 해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녔고,
중 1때 쓰러지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보니,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어.
학교에는 거의 가지 못했지.
내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어.

어느 날 밤, 병원의 대합실에서, 아빠와 엄마가 울고 있는 걸 보고,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어.

그때였어.
난···, 달리기 시작했어.

천국에까지 후회를 갖고 가지 않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했어.
무서웠던 콘택트 렌즈, 체중에 신경쓰느라 못 먹던 케이크도 통째로.
거만하게 지도하는 악보도 나답게 연주했지.
그리고,
딱 하나, 거짓말을 했어.

미야조노 카오리가, 와타리 료타를, 좋아한다는 거짓말을 했어.

그 거짓말은, 내 앞에 아리마 코세이,
널 데려와 줬어.

와타리에게 미안하다고 전해 줘.
뭐, 그래도 와타리라면 나 같은 건 금방 잊지 않을까?
역시 난, 일편단심인 사람이 좋아. 친구로는 재밌지만.
그리고 츠바키에게도 사과의 말 전해 줘.
난 어차피 스쳐 지나가 사라질 사람이라···,
괜한 화근을 남기고 싶지 않아 츠바키에겐 부탁하지 못했어.
아니, 사실, 「아리마를 소개해 줘」라고 솔직하게 부탁했어도,
아마 츠바키는 좋은 답을 주지 않았을 거야.
왜냐하면 츠바키는 널 무척이나 좋아하니까.
모두들 다 알고 있어.
모르는 건 너와 츠바키 뿐.

나의 뻔한 거짓말이 데려 온 너는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어.
생각보다 어둡고 ,비굴하고, 고집 세고, 집요한, 도촬범.
생각보다 목소리가 낮고, 생각보다 남자답고,
생각대로 상냥한 사람이었어.

다리에서 뛰어내렸던 강은 차갑고 기분 좋았어.
전철과 경주하면서 정말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어.
음악실을 엿보던 둥그런 달은 마치 만쥬 같아서 먹음직스러워 보였어.

둘이 자전거를 타고 가며 불렀던 반짝반짝 작은 별은 음정이 안 맞았어.
아무래도 성악 쪽으로는 절망적인 것 같아.
밤의 학교에는 분명히 뭔가 있어.
눈은 벚꽃잎을 닮았더라.
명색이 연주가인데도 무대 밖에서의 것으로 마음이 차오르는 게 왠지 우스워.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라니, 참 우습지? (그렇지 않아.)
넌 어때?
난 누군가의 마음에 제대로 살았을까?
난 네 마음에 살았을까? (흙 묻은 발로 쳐들어 왔어.)
조금이라도, 날 떠올려줄까···. (내가 잊으면··· 유령이 되어 나타날 거면서···.)

리셋 따위 싫어. (그딴 거 안 해···.)
잊지 마. (응···.)
약속한 거다? (응···.)
역시 너라서 다행이야.
닿을까? 닿으면 좋겠다.

아리마 코세이.

네가 좋아.
좋아.
좋아.

까눌레, 다 먹지 못해서 미안해.
많이 때려서 미안해.
어리광만 부려서 미안해.
많이 많이, 미안해.

고마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1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도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07 - -
1729061 저 장애인은 울갤에 목숨 걸었음 증거로는 잠을 못 잠 ㅇㅇ(175.223) 21.09.29 15 0
1729060 왜나에대한기준만이렇게엄격한건데 집단린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3 0
1729058 저 장애인은 언급도 안 했는데 또 또 또 혼자 뜨끔해서 [1] ㅇㅇ(175.223) 21.09.29 22 0
1729057 니때문에빡쳐서잠안오는거다유영씹련아좆도모르면서나불대지마아구창찢어버리기전에 [1] 우ㅅㅔ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32 0
1729055 우라통 터진다가 뭔말임? [10] 한남대표(211.230) 21.09.29 32 0
1729054 고능아가말하는그짓이머임??? [2] ㅇv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39 0
1729052 저 장애인은 흙 아니랄까봐 자기가 싼티나는 ㅆㅎㅌㅊ ㅇㅇ(175.223) 21.09.29 21 0
1729051 이거팔고 기분 좋앗엇는데 [2] 고화질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02 1
1729050 유영아닥쳐 [1] 우ㅅㅔ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41 4
1729049 어디서 씨발련이 레전드인척을해 [1] 갓나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6 0
1729046 야아아앙 얘들아아아아앙 [2] 저찾지마세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8 0
1729044 개 병신드라 키배 뜰 시간에 공부를 하고 할 일을 해라 [2] 연우(221.146) 21.09.29 22 0
1729040 저 장애인은 흙수저 한녀에 열등감덩어리인데 노력도 안 함 [1] ㅇㅇ(175.223) 21.09.29 23 0
1729039 예전 귝규vs아샌 피의혈투 보고난이후로 [2] 집단린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5 0
1729038 한남아 [3] 저찾지마세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7 0
1729037 에휴 이세끼들이 내심정을알까 존나 속상하네 [3] 고화질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66 0
1729036 고양이모래왔다 [4] 멘헤라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5 0
1729035 오렌지존나마싯다 ㄷㄷ [1] 사;(112.170) 21.09.29 15 0
1729034 싸우는게 젤루좋아 짜릿해즐거워 [3] 존버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9 1
1729032 우울증갤 러리는 우 울할줄 알았 는데 의외로디 씨였노 [4] ㅇㅇ(223.62) 21.09.29 25 0
1729031 저 장애인은 잔다고 해놓고 또 질질 짤듯 ㅇㅇ(175.223) 21.09.29 11 0
1729028 흑흑 아무나 쿠키런좀 사주세요 흑흑 저찾지마세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2 0
1729027 유동이 뭐라하믄 것도 누균지 몰겠음~~~~~~ [2] 연우(221.146) 21.09.29 20 0
1729025 그만 싸워주면 안될까 . . . 정전이라 할게 갤질밖에 [2] wΔ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7 0
1729024 누구랑 누가 싸우는거임 근데 [3] 헬더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31 0
1729023 유영아 갤질할 시간은 있고 나 쿠키런 사줄 시간은 없냐? 저찾지마세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7 0
1729022 구니까 고능아가 하이스트 남친임m? [5] 앙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70 0
1729021 남은피자먹는다만다먹는다만단 [4] 집단린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7 0
1729019 눈 안좋고 항정신성 약물 복용하고 있어도 용접 배울 수 있냐 [4] 속상한기태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7 0
1729017 저 장애인은 컨셉인줄 알았는데 현실도 저럼 [1] ㅇㅇ(175.223) 21.09.29 16 0
1729016 아침 10시에 로아 밸런스패치보고 [3] 고화질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74 0
1729015 저 장애인 울갤에 쉐도우복싱 기만글 보면 갑자기 울음 [1] ㅇㅇ(175.223) 21.09.29 28 0
1729014 저 장애인 갤에서 누가 자기 욕하면 질질 짠대 [1] ㅇㅇ(175.223) 21.09.29 16 0
1729012 저 장애인 광기있는척 하는데 실제로 만나도 저럼 [1] ㅇㅇ(175.223) 21.09.29 18 0
1729011 뭐땨문에 싸우는지도 이해가 안 가네 ㅋㅋ [6] 연우(221.146) 21.09.29 33 0
1729009 유영아제발닥쳐 시끄러워 우ㅅㅔ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7 0
1729008 진짜 싸움판이네 ㄷㄷ [2] 사;(112.170) 21.09.29 16 0
1729006 근데 고3때로 돌아가면 성적 높힐 자신은 wΔ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14 0
1729005 아씨발 유영 고아개병신소추와꾸자존감박살난날파리새끼가 자꾸 앵앵애앵앵앵앵ㅇ [11] 우ㅅㅔ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55 5
1729002 우세솔 예전에는 야벅지 보여달라하면 보여줬는대 [1] ㅇㅇ(39.7) 21.09.29 27 0
1729000 난 거위 무서워함 [4] 사;(112.170) 21.09.29 29 0
1728998 나는 절대 재수 못할거야 아마 [4] wΔw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1 0
1728997 개추10개면 념글보내줄만하잔아 병신디시야 [2] 해운대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3 0
1728996 그냥 집 나오는 순간부터 숨쉴때마다 돈나감 [1] 집단린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2 0
1728995 저 장애인은 볼품 없는 ㅆㅎㅌㅊ 창년인데 ㅇㅇ(39.7) 21.09.29 18 0
1728994 와 갤상태 어질어질하네 [1] 현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28 0
1728992 오늘 나 존나 화난상태거든 ? ㅋ [3] 고화질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76 0
1728990 존나배부르다 사;(112.170) 21.09.29 8 0
1728988 유영아 제발귀찮게좀처굴지말고 짜져씨발농아련아 우ㅅㅔ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38 5
1728987 아 머지 나 집살수도 있을거같은데 [4] 알붕(121.130) 21.09.29 2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