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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 엘리트가 한국사회 지배, '이대남' 현상은 기득권들의 책략"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4.51) 2022.02.12 22:44:05
조회 288 추천 3 댓글 3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누구보다도 한국사회에 대해 비판적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2020년)를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지난해에 백 회 이상 강연을 한 대중 강연가이기도 한 그가 최근엔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칼럼집을 출간했는데 표지의 카피가 이렇다.

'왜 우리는 사회적 지옥을 향해 가고 있는가. 환멸의 시대를 넘어. 이제 거대한 전환을 감행하자.'

김누리 교수는 그 '사회적 지옥'의 뿌리에 "분단이 만들어낸 불평등"이 있다고 본다. 그 토양에서 "미성숙하고 오만한 엘리트들이 국민을 지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그 과정에서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교육이 실종됐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독재정권은 사라졌지만 완전한 민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 김누리 교수는 "2022년 대선에서 이대남 이슈가 불거진 것은 불평등 사회를 감추려는 기득권들의 책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를 개혁하려면 ① 대학입시 ② 대학서열 ③ 대학등록금을 없애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이것들이 전면적인 이슈로 부각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한 대선 캠프에서 영입제안이 왔지만 이 3가지를 들어주지 않으면 못가겠다고 했다"면서 "대학등록금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후보쪽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이다.

- 한국사회는 좋은 점도 있는데, 왜 그렇게 독하게 '사회적 지옥'이라고 비판하나요?

"저는 테오도르 아도르노를 많이 인용하는데요. 아도르노의 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학자의 기본자세는 Radical Denken(Thinking), Radical Criticism. (급진적으로 사유하고 급진적으로 비판해라) 그렇지 않으면 타협하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학자가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저는 학자가 정치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학자는 급진적으로 사유하고 그것을 급진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 그게 학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독일에서 8년간 살면서 배운 가장 큰 것은 독일 지식인들이 굉장히 사납다는 거예요. 독일 지식인들이 2시간만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독일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나라예요. 정말 살벌하게 자기비판합니다. 독일을 오늘날 그나마 이 정도로 건강한 나라, 건강한 사회로 만든 것은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처절한 비판 의식이에요. 우리도 그런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강연을 많이 하시는데요, 어떤 키워드로 '사회적 지옥'을 말하십니까?

"지금 한국 사회는 총체적으로 병이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 중에서 이런 모든 병의 근원, 그것은 분단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룬 게 많잖아요. 아주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했고 놀라운 민주화를 이루었지요. 이건 사실이고 자랑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동시에 자살률이 너무 높고, 출산율을 너무 낮고, 또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죽어가고, 불평등이 너무 심하죠. 훌륭한 민주화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옥으로 가고 있는 이러한 불가사의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특이한 상황, 분단과 냉전 체제가 여전히 유지된다는 거죠. 뿌리가 거기서부터 시작됐지요. 그리고 그 뿌리에서 나온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지요."

- 분단이 한국사회 문제들의 핵심적 뿌리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인사들과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멸공' 퍼퍼먼스는 어떻게 보셨나요.

"부끄러운 거죠.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는 곳이 있을까. 우리는 지금 제 3세계 개발도상국이 아니잖아요?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정치 이념을 가진 나라가 있을까. 비교적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죠. 부끄럽습니다."


- 어떤 분들은 대한민국 사회가 굉장히 다이내믹하다고 그래요. 전에 없었던 일들이 막 벌어지고 있는데, 행정부의 검찰총장을 하던 분이 몇 개월만에 제 1야당의 후보로 등장했어요. 이런 게 독일에서는 가능할까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죠. (독일에서는 이런 걸) 법으로 금하고 있는지는 제가 모르겠어요. 그러나 이건 최소한의 정치 도의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죠. 검찰총장을 했던 자가 그 다음에 내가 대통령 후보에 나오겠다, 이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법조계에 있는 분들이 가장 시대에 뒤져 있고, 굉장히 전근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놀랍습니다. 특히 판·검사 이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30~40년 전의 세계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놀랍습니다."


- 그런 분들이 학력을 보면 서울대 법대가 가장 많습니다. 교수님의 책에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공부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잘못된 문화가 미성숙한 엘리트를 만들었다. 어찌보면 이 엘리트들도 한국 교육의 피해자다' 이를 좀 부연하자면?

"지금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오만해요. (2021년에 의사정원 충원에 반대하면서 의사협회에서 만든 홍보물을 읽고) 제가 너무 놀라서 외웠어요. '당신 같으면 어떤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으세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만 매진한 의사 혹은 실력은 한참 모자라지만 추천에 의해서 공공 병원 의사가 된 의사', 이렇게 썼어요. 거기에 흐르는 그 엘리트주의, 그 오만함,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 이게 과연 소수 의사의 문제일까요?

한국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거의 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양승태 사법부에서 저지른 그 끔찍한 사법농단 사태에서도 다 드러났잖아요. 그런데 재판을 받고 있지만 처벌 받은 판사가 거의 없어요. 고급 향응을 받은 검사들도 일부만 불구속 기소됐어요. 어처구니없는 거죠. 이것은 국민을 깔보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경시하는 그러한 엘리트들의 나라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어요. 저는 사실은 이걸 보면서 한국 교육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쯤되면 한국 교육은 파탄이다 라고 봐요. 그래서 이것은 적당히 빨아서 새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버려야 된다.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된다. 저는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학교 교육에서 정치 교육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지금 한국의 교실에서 과연 우리가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잠재적인 파시스트를 길러내는 건 아닌가' 이런 우려를 늘 가지고 있어요. 저는 한국 교육이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었던 중요한 부분이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르는 교육의 부재라고 봅니다. 그렇게 보면 한국 교육은 너무나 큰 결함을 가지고 있는 거죠."

- 이번 대선에서는 이른바 '이대남'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왜 대한민국 2022년 대선에서는 이런 키워드들이 등장하는 걸까요?

"시대착오적이어서 그런 거죠. 저는 이걸 보면서 한국사회에서 68혁명이 없었다는 것이 이런 부정적인 방식으로 또 몰아치는 구나, 과거가 이런 식으로 우리의 뒷다리를 잡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서구에서는 68혁명을 통해서 대체로 남녀 평등 문제, 사회적 권리의 균등성 등의 문제들이 정리가 됐어요. 이미 50년 전에 다 정리가 된 문제인데 지금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여전히 남아서 이렇게 아주 왜곡된 방식으로 작용을 하고 있는 거죠.

68혁명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장 했잖아요, 당시에. 그 중에서 특히 남성의 가부장적 지배로부터 여성해방 이것이 아주 들불처럼 유럽 전체로 번져나갔고요. 이것이 그 이후에 사회적, 법적으로 제도화 된 거 아닙니까. 지금은 이런 문제 자체가 나오질 않죠. 그런데 지금 우리의 경우는 그러지 못한 거죠. 여전히 가부장적 남성 지배가 있었던 것이고요.


그런데 이제 이것을 풀기 위해서 해야 될 일은 사실은 뭔가요.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평등과 정의의 문제로 풀어야 되는데 이것을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들은 끊임없이 이러한 문제를 때로는 세대갈등으로 때로는 남녀갈등으로 때로는 노동과 노동 사이의 갈등으로 끊임없이 변형시키면서 지배하고 있는 거죠. 그러한 자본의 책략에 더 이상 빠져들어선 안 되는 거죠. 여기서 벗어날 때가 됐습니다."


- 강연장에서 만난 한 선생님의 질문을 대신 해드립니다. 학생들을 성숙한 민주주의자로 만들고 싶은데 정작 본인이 학교다닐 때 그걸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뭘 어떻게 교육할지 모르겠다, 이런 선생님에게 뭐라고 말씀해주고 싶습니까?

"저는 브레이트의 이 말을 자주 인용을 하는데요. '파시즘이 남긴 최악의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죠. 우리가 대학 시절에 파시즘과 싸웠는데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상당 부분 파시스트가 돼 있다고 하는 걸 아주 그냥 섬짓하게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것을 자각하는 것이 출발일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그 선생님의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용어부터 바꿔야 된다고 봐요. 지금 한국 사회는 엄격하게 보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저는 한국 사회를 정직하게 보면 후기 파시즘 사회예요. 전기 파시즘은 우리가 넘어섰어요. 그건 제도로써의 파시즘이죠. 그런데 한국의 군사 독재 파시즘 30년이 남긴 유산들 청산됐나요? 제도, 의식, 관행, 이게 우리 몸에 그야말로 아비투스로 배어 있어요. 이것이 지금 청산되지 않았다는 거죠.

한국인의 성격 구조를 보면 굉장히 권위주의적입니다. 그런 것들이 다 파시즘의 유산이에요. 예를 들면 경쟁의식, 우열의식, 강자를 동일시하는 태도, 약자를 혐오하는 태도. 그 다음에 폭력성, 공격성, 흑백 논리 이런 것들이 다 파시즘의 전형적인 심리 유형이에요. 이게 한국인들에게 그대로 배어 있잖아요. 이걸 빼야 돼요. 그래야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민주주의 시민이 되는 거죠."

- 대선 후보들 중에 '우리 캠프에 와서 좀 일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나요?

"있었죠. 얼마든지 가서 도와준다 그랬죠. 내가 주장하는 3가지만 들어주면 그 캠프의 수위라도 하겠다. 그 대신 내가 주장하는 것을 받아다오. 첫째, 대학 서열 폐지해라. 둘째, 대학 입학시험 없애라. 셋째, 대학 등록금 없애라. 이 3가지를 없애면 한국 교육이 비로소 정상화된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지금 우리 한국 사람들은 어휴, 저 3가지가 가능한가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게 상식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주장을 하는데 그러면 다 도망을 갑니다."

- 대학 입시를 폐지하려해도 꽤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상대적으로 빨리 될 수도 있는 것이 대학 등록금을 없애는 것일텐데요.

"저는 사실은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 내부에서도 대학 등록금을 없애는 것, 대학 무상 교육에 대해서는 검토하는 쪽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의외로 그 문제는 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추정해봐도 대체로 6조에서 10조 정도 드는데요. 그것이 주는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크죠. 그래서 그건 현실화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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