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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쿼드 가입,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15 21: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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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220406055213190


국립외교원 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진보 성향이 뚜렷한 국제정치학자다. 그를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국의 외교정책 및 외교 인력 문제, 국제정치의 변화 등을 물었다.

김준형 교수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외교 전략’을 주장했다. ⓒ시사IN 윤무영

김준형 교수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외교 전략’을 주장했다. ⓒ시사IN 윤무영

2022년 3월 우리 사회에 세 가지 이슈가 있었다. 대통령 선거, 동해안 산불,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대선과 산불은 일단락되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한 달 넘게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있다. 불확실한 국제정세 속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의견도 분분하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어문학부)는 국제정치학자다. 지난해 8월까지 외교부 국립외교원 원장(차관급)으로서 외교관을 양성했고, 이전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 청와대안보실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외교원장 재임 시절 우리 사회의 한·미 동맹 집착을 비판하며 한·미 관계를 ‘가스라이팅’에 비유했다가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을 만큼 진보 성향이 뚜렷한 학자다. 가스라이팅은 우월한 이가 상대방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끔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난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평화외교안보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최근 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대전환의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이 온다〉(이하 〈대전환의 시대〉)라는 책을 통해 한·미 동맹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그에 걸맞은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외교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김준형 교수와의 대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시작해 외교정책 및 외교 인력 문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현실까지 두루 망라하며 이어졌다.

국내에서 반러시아 여론이 거셉니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흑백논리로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로 보게 되죠. 미·중·러·일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와 우리를 동일시하는 심리도 있을 테고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발이 컸습니다. 지금 젤렌스키가 전쟁을 거의 생중계하다시피 하면서 레지스탕스로서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잖아요.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지지율이 90%를 넘어가고 있죠.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국기 결집 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가 나타난 거예요. 전쟁의 위기에서 빛나는 지도자가 된 거죠. 제가 걱정하는 건 전쟁 이후입니다. 양국 간 적개심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질 겁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친미 정권이 생기든 친러 정권이 생기든 적개심을 해소하기 힘들 겁니다.

3월1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AP Photo

3월1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AP Photo

젤렌스키가 전시의 영웅이 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젤렌스키는 전쟁의 출발점부터 러시아의 요구를 하나도 듣지 않았어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도 계속 부인했죠. 미국이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고 해도 계속해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어요. 침공 이후에는 국제사회에 구걸하다시피 지원을 요청했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헌법에 명시할 게 아니라 물밑에서 미국 등과 치밀하게 준비한 다음에 전격적으로 했어야죠. 이렇게 우왕좌왕한 태도는 비판받을 만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고 이야기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마치 피해자를 욕한다고 받아들입니다. 이 또한 흑백논리예요.

전쟁이 장기화될까요?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세 가지 위험한 담론이 있습니다. 첫째, 서방이 단합해서 러시아를 밀어붙이고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군이 저항을 잘하고 있다. 셋째, 러시아군이 강력한 전력을 갖고도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담론은 결국 타협의 여지를 없애요. 이런 담론이 과연 옳을까요.

자칫 전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죠. 외교적인 해결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겁니다.

국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도덕적 연대와 경제제재에는 동참해야죠. 그러나 무기를 보내거나 파병을 해서는 안 됩니다.

국제정치학자로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십니까? 크게 보면 미국이 관장하는 국제정치 시스템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겁니다. 제일 큰 균열이 중국의 부상이고, 러시아도 그 균열 중 하나죠. 러시아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지만, 옛날 같은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대전환의 시대〉에서 다시 러시아를 주목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요. 미국 국무장관을 지냈던 헨리 키신저가 냉전시대에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았죠. 트럼프 정부 시절 그는 ‘역(逆)키신저’ 전략을 제안했어요.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아야 한다고. 트럼프가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미국 내 여론을 극복하지 못했어요. 미국인에게 러시아는 여전히 소련이니까요. 저는 역키신저 전략이 맞다고 봐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어쨌든 선거로 대통령을 뽑잖아요. 푸틴이 권력을 잃게 되면 러시아도 바뀔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질서가 다극화되는 거예요.

일각에서 염려하는 것과 달리 신냉전이 도래하기보다는 오히려 다극화 질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군요. ‘신냉전’이라는 말은 과거처럼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아요. 우크라이나 문제가 미국과 중국, 이 양극체제를 분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중국 처지에서도 러시아가 움직이면 자신들에게 집중되던 미국의 압박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죠. 러시아는 이번에 자신도 국제정치의 플레이어임을 확실히 보여줬어요.

윤석열 당선자가 쿼드(Quad: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 안보 협의체.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짙다) 단계적 가입 의사를 밝혔습니다. 쿼드는 ‘반중 동맹’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오스트레일리아·일본이 쿼드를 반중 동맹으로 가져가려 하고 인도가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는 우리나라가 쿼드에 들어오기를 원해요. 같이 중립을 지키자는 거죠. 쿼드에 가입하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으면 결국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겁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으므로 유럽, 아세안 등과 손잡고 ‘제3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국내 외교가에서는 흔히 들을 수 없던 주장이었는데요. 지금까지는 북핵과 한·미 동맹이 우리를 박스 안에 가둬버렸죠. 미국과 관계만 잘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외교부에서도 노른자는 다 북미 쪽이죠. 제3지대를 맡을 인력이 별로 없어요. 지금 외교부에서 아랍, 아프리카 전문가를 따로 뽑고 있지만 결국은 북미 쪽으로 가고 싶어 해요. 일본의 경우 아프리카 전문가로 외무성에 들어오면 평생 그쪽만 맡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죠.

새로운 외교를 열어갈 인력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군요. 동남아나 아프리카 내 현지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라도 잘되어 있으면 괜찮은데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어차피 잠시 거쳐갈 자리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네트워크 구축에도 소홀해집니다. 새로운 현상도 생겼습니다. 외교 인력들이 이제 한국에 계속 있고 싶어 해요. 자녀 교육이나 치안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이 살기 좋아졌으니까요. 과거에 국립외교원은 별로 인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높습니다.

중요한 문제네요. 그동안 왜 이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느냐면,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경우 관리하면 자산이 되지만 내버려둬도 위협은 아니에요. 미국, 중국, 일본은 관리를 안 하면 위협이 되죠. 그러니까 당장 위협이 되는 나라들만 관리하는 거예요. 우리가 전 세계에 186개 재외공관이 있는데, 60~70%가 5명 이하 규모입니다. 아프리카 같은 경우 나라마다 공관을 운영하지 말고 거점 공관을 크게 만들어서 사안별로 각 나라에 파견하는 방식이 나은데 그게 잘 안 돼요. 아무리 작은 나라여도 대사로 가고 싶어 하니까요.

2018년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5·1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평가도 물어봐야겠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도 크게 힘을 잃은 느낌입니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비판도 크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지난 5년 동안 남북이 대치 국면으로 가지 않았다는 점은 평가하고 싶습니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경기장에서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9·19 군사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분명한 외교적 성과입니다. 문제는 결국 선비핵화 후보상이라는 미국의 방식을 바꿔내지 못한 것이죠. 리비아나 이라크가 핵을 포기한 뒤 어떻게 됐는지 지켜본 북한 처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어요.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게 말했어요. 당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미국을 설득시킬 거라고 믿었다고요. 우리 정부를 그만큼 신뢰한 거예요. 그런데 하노이에 갔다가 망신을 당했죠. 하노이 회담 직전인 2019년 1월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발표해요. 그때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걱정했어요.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고 한 거죠. 결정적 실수였어요.

문재인 정부도 국방비를 계속 증가시켰습니다. 군사력을 통한 평화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주지 못한 거죠. 저는 집권 초기 국정 지지율이 80%를 넘길 때 외교안보 정책이 좀 더 과감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지율 20~30%를 잃더라도 말이죠.

한국에서도 2000년대에 반미 정서가 들끓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한·미 동맹의 신화는 여전히 굳건해 보입니다. 반미 정서와 반미주의(anti-Americanism)는 다릅니다. 우리가 한때 출렁였던 건 반미 정서예요. 그 당시에 기분이 나빴던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반미 정서가 있을 뿐 반미주의는 없어요. 지금 반미주의를 내건 정당이 있습니까? 더불어민주당이 반미 정당입니까? 절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은 한국과 외교하기가 얼마나 편하겠어요. 미국은 한국더러 한 번도 쿼드에 가입하라고 한 적이 없는데, 우리 스스로 벌써 가입 논쟁을 하고 있잖아요. 손 안 대고 코 푸는 거예요.

미·중 관계에서도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뜨거운 이슈입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자꾸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한·중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라고 했어요. 한·미 관계가 중심이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해칠 정도의 요구를 했을 때는 거절한다는 뜻입니다. 쿼드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우리가 쿼드에 가입하면 한·중 관계를 해칩니다. 그러나 쿼드 바깥에서 사안별로 협력하는 것은 한·중 관계를 해치지 않습니다.

반중 정서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사태 이후 중국도 배운 게 있어요. 중국이 당시 한국을 너무 밀어붙여서 결국 미국 쪽으로 가게 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요. 중국은 한국이 일본이나 오스트레일리아처럼 완전히 반중 노선으로 가지 않는 것만 해도 고맙게 여긴다고 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100% 활용해서 대중국 외교를 해야 합니다.

안보 포퓰리즘과 함께 편협한 민족주의도 문제라고 지적했는데요.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이번 선거는 한일전이다’라는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왜 미국과 중국, 또 한국과 일본에서 상대국을 때리는 게 유행하느냐. 내부 문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모든 나라에서 인구, 불평등, 기후위기 등 어느 하나 호락호락한 게 없어요. 4년, 5년마다 선거는 돌아오고 내부 문제는 해결이 안 되고, 그러면 누군가를 탓해야 하는 거죠.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했습니다. 외교안보 전략에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정치적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할 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적 이익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의 위상이나 지정학적 현실을 봤을 때 평화가 우리의 시대정신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과거처럼 군사력과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될까요. 북한도 싫고 러시아도 싫고 중국도 싫다, 이렇게 속 시원하게 때리면 당장 정치적 인기는 얻을지 모르겠지만요.

한국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가 아니라, ‘영민하게 움직이는 돌고래’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은 이제 약소국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해요. 국제 연대를 통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국가들을 도와야 해요. 그러려면 외교 역시 추격자에서 선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젊은 세대에게 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인식을 가진 젊은 외교관도 늘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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