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오전 5시 58분
다행히 기상 시간인 6시 전에 깨어날 수 있었다.
기상까지는 약 2분 정도 남아있는 상황
모포 안에서 야광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나는 초조하게 때를 기다렸다
“기상 시간입니다!”
불침번의 외침과 함께
환하게 불이 밝은 생활관
나는 재빨리 침상에서 일어나
개구리 전투복으로 환복을 시작했다
전투복 상의를 입고 단추를 채우는 데 20초
전투복 하의를 입고 벨트, 고무링을 차는데 40초
벗어둔 활동복을 관물대에 정리하는데 30초
모포와 매트리스 등 침구류를 정리하는데 30초
마지막으로 개구리 전투복의 삼선일치에 몇 초
그렇게 2분 컷으로 기상을 한 나
슬리퍼를 신고 재빨리 청소도구함으로 달려갔다
거기에 들어있던 건 빗자루 두 개와 대걸레 하나
그 중 빗자루를 꺼낸 나는
곧바로 생활관 바닥 청소를 시작했다
이윽고 3분컷을 찍은 내 동기생이
남은 빗자루를 들고 합류
마지막으로 4분컷을 찍은 내 맞선임이
대걸레를 들고 도착
오늘은 이렇게 이등병 세 명이
선착순으로 청소를 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고작 1, 2분 차이로
청소도구를 잡지 못한 나머지 이등병들은
빈 손으로 우물쭈물대고 있었다
곧 그들의 앞에 이등병 관리를 맡은 김 일병이
험악한 표정을 지은 채 나타났다
“와~ 이 X끼들 봐라? X나 널럴하네? 청소 안 해?"
"......"
"아~ 처 주무시다가 늦게 일어나서 청소도구가 없어?
따라와 X끼들아!"
그렇게 김 일병을 따라나선 빈 손의 이등병들은
새파랗게 겁에 질린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시작된
부대 뒤편 분리수거장 집합
군기가 빠져 처 자다가 늦게 일어난
이등병들의 군기를 다시 잡아주는 일이었다
'휴우...'
그렇게 소대 이등병 6명 중 3명이 끌려나갔고
나를 비롯해 빗자루와 대걸레를 잡은 3명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떨리는 손으로 청소를 했다
거기서 김 일병한테 어떤 쌍욕을 들을 지
또 어떤 인격 말살을 당할 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정말 우습게도
그렇게 끌려가는 이등병들을 바라보며
내가 느꼈던 것은
일종의 연민 따위가 아닌
내가 먼저 빗자루를 잡아서
천만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야, 오늘 아침 뭐냐?”
그렇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분주하게 청소를 하던 그 때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강 상병이
나에게 아침 메뉴를 물어봤다
‘아...’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분명 어젯밤에 다 외워두고 잤는데
방금 전 청소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 잘 못 들었습니다?"
"아 오늘 아침 뭐냐고 X끼야."
일부러 못 들은 척하며 약간의 시간을 번 나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떠올리려했다
그렇게 강 상병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던 그 때
그가 콩나물국을 싫어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메뉴가 바로 그 콩나물국이라는 것도
비로소 기억이 났다!
“네, 오늘 아침은 콩나물국에...”
“뭐? 또 콩나물국이야? 아 X나 X같네 진짜...”
“죄, 죄송합니다!”
“에휴, X발거...비켜 이 X끼야."
콩나물국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강 상병은 나한테 버럭 짜증을 냈다
하지만 다행히 그 외의 반찬들은 물어보지 않았고
담배를 입에 물고선 밖으로 나가버렸다
'휴우...'
그렇게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후
생활관 청소를 끝마친 나는
볼일을 보는 척하며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바로 칸막이 안에 들어가
몰래 식단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선임들이 보는 앞에서 식단표를 들춰대면
어젯밤 안 외우고 뭐했냐고
갈굼을 먹기 때문이었다
‘콩나물국, 시금치 무침, 두부조림...’
그렇게 반찬까지 확인한 나는
다시 한 번 안도를 하고선
화장실을 나와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그 후 몇몇 선임들이 더 물어보긴 했지만
다행히 강 상병한테 미리 예방주사를 맞은 덕분에
손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침의 한 고비를 또 무사히 넘겼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그렇게 점호 후 실시된 아침 구보
부대 전 병력이 군가를 외치며
뛴걸음질을 시작했다
사실 구보 자체는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문제는 오늘 당직사관이
바로 김 중사라는 사실이었다
"지금부터 군가를 실시한다! 군가는 전우! 군가 시작, 하나 둘 셋 넷!"
보통 분대장 병사에게 구보를 맡기는
다른 당직사관들과 달리
김 중사는 본인이 직접 구보 인솔을 했다
그 때문에 구보 도중
잠시 중간에 빠져서 농땡이치다가
뒤늦게 합류하곤 했던 병장들로선
이번엔 내뺄 수가 없으니 짜증이 날 일이었다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거기다 병장들의 그런 일탈을
예전부터 눈치채고 있던 김 중사는
일부러 병장들을 맨 앞줄에 세워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미 숨이 가빠오른 병장들은
잔뜩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걸 뒤에서 바라보던 나는
바짝 긴장한 채 목이 찢어져라 군가를 외쳐댔다
"지금부터 군가를 실시한다! 군가는 전우 2절!"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전우 2절을 외친 김 중사였다
선임들의 갈굼을 먹어가며
이제 막 군가를 10개 정도 외웠던 상황
근데 대부분 1절만 외우지
2절까지 외우진 않는다
어차피 거의 부르지도 않는 2절 외울 시간에
차라리 다른 군가들을 외우는 게 더 이득이니까
거기다 전우 2절은 담배를 나눠핀다는 구절이
흡연 욕구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요즘엔 거의 부르지 않는 군가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우 2절이라니...
나를 포함해 여태 힘차게 군가를 외치던
이등병들은 순간 버벅대며 쩔쩔매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결국 참다못한 김 중사는 군가를 중단시켰고
사열대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분대장들을 집합시켰다
"야, 너네 요즘 군가 교육 안 시키냐? 암만 이등병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군인이 군가를 모른다는 게 말이 돼?"
"......"
"분대장씩이나 되었으면 다들 똑바로 해. 병장이라고 퍼질러 있지나 말고. 알았어?"
그렇게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끝난 아침 점호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를 비롯한 분대원들 모두
분리수거장에 집합했다
빠악!!
"큭!"
곧이어 나타난 분대장 최 병장은
군화로 대뜸 강 상병의 쪼인트를 까버렸다
"야, X발 내가 이짬 처먹고 애들 앞에서 그 X랄병을 당해야되냐? 엉!?"
"아닙니다..."
"오늘 김 중사 당직인거 알았으면 니가 애들 시켜서 미리미리 군가 교육 시켜야 될 거 아냐. 이게 뭐냐고 이 X발 놈아."
"죄, 죄송합니다..."
"X발 가뜩이나 중대장 진급 떨어져서 지금 중대 분위기 씹창나 있는데 이딴 식으로 또 상황을 내? 너 미쳤냐 이 씹X야?"
그렇게 사정없이 강 상병을 갈궈대는 최 병장
나를 비롯한 이등병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숙이는 것뿐이었다
“......”
이윽고 식당으로 올라온 분대원들은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찍소리도 내지 못하며 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등병들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나는
숟가락조차도 조심스럽게 쓰며
선임들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야, 다 처먹었으면 그만 일어나시지?”
그 때, 아직 반도 못 먹은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하는 강 상병
곧 겁에 질린 이등병들을 시작으로
강 상병 이하 일병들도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나 역시 미처 먹지 못한
밥과 국물, 반찬들을
음식물 수거함에 쏟아 부어야만 했다
“야, 니들은 X발 밥이 처 넘어가든? 아주 쩝쩝대면서 잘 처먹더라?”
그렇게 강 상병에 의해 다시 시작된
분리수거장 집합
곧 그의 갈굼 타깃이 된 건
이등병 관리를 맡은 김 일병이었다
“야, 니가 애들 관리 똑바로 안 해서 지금 이 X랄 난거잖아. 알아 몰라?”
“아, 알고 있습니다...죄송합니다...”
“X발 구보 때 X나 버벅대고 돌림노래 처 부르고 아주 개판나더만 애들한테 2절 안 가르쳐줬어?”
“그, 그게...군가는 1절만 부르니까 2절은 나중에 가르쳐줄려고...”
턱!
그 말에 갈굼을 이어가던 강 상병은
별안간 김 일병의 멱살을 잡았다
“야, 너 요새 혓바닥 X나 길어졌다? 이등병 관리 들어가니까 니가 뭐라도 된 거 같애?"
“아, 아닙니다...죄송합니다...”
“X발 이 X끼 휴가 갔다 오더니 감 완전히 잃었네? 이젠 고참 말도 말 같지 않지? 그냥 서로 친구 먹을까? 아저씨 해?”
그렇게 김 일병의 멱살을 붙잡고
연신 언성을 높이던 강 상병
곧 험악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더니
김 일병에 마지막 경고를 했다
“너 똑바로 행동해라. 다음에 또 고참 앞에서 입 놀리면 그 땐 X가리 콱 찢어버린다. 알았냐?”
“네, 죄송합니다...”
그렇게 강 상병의 갈굼이 끝난 후
이번엔 김 일병의 갈굼이 시작되었다
타깃은 이등병 중 가장 군번이 높은
내 맞선임부터였다
“야, 군생활 X나 편하지? 그치?”
“아, 아닙니다...”
“아냐? 뭐가 아닌데?”
“.......”
“X발 이등병이 고참 말을 씹어? 너 미쳤냐?”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송? 뭐가 죄송한데?”
“......”
“와놔 이 X끼 또 말 씹네? 너 진짜 X져볼래?”
그렇게 맞선임을 시작으로
김 일병은 나와 이등병들을
순서대로 갈궈대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폭언과 인격모독에
이등병들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벌벌 떨기만 할 뿐이었다
“고참이 1절까지 알려줬으면 2절은 니들이 알아서 외워야지. 내가 그것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되냐?”
“아, 아닙니다!"
“너네 오늘 저녁까지 10대 군가 2절 싹다 외워서 나한테 검사 맡아라. 글자 하나라도 틀리는 X끼 있으면 그 자리에서 X아버릴 테니까 똑바로 외워. 알았어?”
최 병장-강 상병-김 일병 순으로 이어진 내리갈굼
아침부터 시작된 이 가혹한 갈굼 속에서
나를 포함한 이등병들은
그저 숨만 죽인 채 벌벌 떨 뿐이었다
“야, 얼른 씻자! 늦었다!”
하지만 오늘도 하루 일과는 시작해야했고
분대원들 모두 화장실으로 몰려가
세면세족에 들어갔다
"야, 가서 바가지 좀 가져와라."
다만 우리의 세면세족은
일반적인 것과는 차이가 좀 있었다
우리 분대의 인원수는 총 10명이었지만
화장실의 세면대는 고작 2개였다
그래서 계급별 세면대 사용 규칙
즉 부조리가 있었다
아침엔 시간이 없으니 병장만 사용 가능
저녁엔 시간이 좀 남으니 상병까지 허용
나머지 일이병은 세면대 사용 금지였다
그래서 아침엔 최고참 병장 두 명만
화장실 세면대를 사용했고
나머지 상병 이하의 분대원들은
새벽에 불침번이 큰 대야에 받아둔 물을
각자 약수터 바가지로 떠서 써야만 했다
"아씨 좀 비켜봐 X끼야."
"네...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대야 하나를 두고
무려 8명이 바가지를 들고
쪼그려 앉아 써야 했기 때문에
거기서도 또 다른 부조리가 존재했다
상병들은 바가지 세 번에서 네 번
일병들은 바가지 한 번 반에서 두 번
이병들은 바가지 한 번
이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만약 누군가 바가지를 한두 번 더 뜨는 바람에
상병 선임들이 쓸 물이 부족해지면
바로 그 밑으로 분리수거장 집합이었다
사실 상병들이야 병장이 세면대를 다 쓰고나면
거기서 물을 길러다 쓸 수도 있었지만
일종의 군기를 잡는 차원에서
일이병들이 쓰는 물을 단속하곤 했다
그 때문에 이등병인 나는
유일하게 허용된 바가지 물 한 번으로
세수와 양치질 등을 모두 해결해야만 했다
“야, 고개 돌려서 뱉으라고! 물 튀잖아 X끼야!”
“죄, 죄송합니다!”
거기다 좁아터진 화장실에서
무려 10명이 서로 부대끼며 씻었으니
양칫물을 뱉어내거나 세수를 할 때도
선임들한테 물이 안 튀게끔
눈치를 보면서 써야만 했다
‘아...X나 차갑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따로 있었다
늦겨울의 냉기가 스며들어
입김마저 나오는 이 화장실에서
오로지 찬물로만 씻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대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에
지어진 건물을 썼기 때문이었다
무려 30년이 넘은 낡고 오래된 난방시설은
툭하면 고장이 나버렸고
또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온난방용 등유도
항상 보급이 부족했다
그 때문에 온수는 월요일과 목요일
그것도 오직 저녁에만 쓸 수 있었지만
그조차도 상병장들이 대야에 몽땅 땡겨썼고
그 바람에 이등병인 내 차례 쯤엔 온수가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온수 나오는 날과 상관없이
오로지 찬물로만 씻어야 했는데
그나마 짬을 좀 먹은 병장들은
간부들 몰래 행정반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떠와
찬물에 조금씩 풀어서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등병인 내가 그랬다간
분대장 이하 전원 집합이었기에
꿈도 꿔선 안 되는 일이었다
"하아..."
그렇게 세면세족까지 마친 후
일과 시작 전 약간의 시간이 남게 되자
나는 잠시 아침의 일들을 떠올려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2~3분컷 기상 및 청소
어젯밤 외워둔 식단표 암기 및 시험
구보 중 소위 10대 군가 암기 및 시험
한겨울에 찬물 한 바가지로 세면세족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합과 갈굼까지...
내가 군대에 온 건지 교도소에 온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꼬르륵...
그리고 뱃속에서 들리는 꼬르륵 소리
오늘 연이어 벌어진 집합과 갈굼 속에서
아침조차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어~"
"아...박 상병님..."
그 때,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난 선임
교회 군종병이자 다른 소대 소속인 박 상병은
나를 조용히 부대 밖 세탁 건조대로 불러냈다
"아까 얘기는 들었어. 너네 밥도 제대로 안 먹이고 집합 걸었다면서?"
"네..."
"어휴, 그래도 밥은 먹이고 혼내야지 다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쯧쯧...하여간 고생이 많네."
박 상병은 본래 우리 소대였다고 한다
강 상병과는 동기이자
나하고는 무려 9개월 차이가 나는 선임
본래라면 눈도 못 마주칠 선임이었지만
상병장들은 물론
심지어 일이병들조차 그를 무시했다
예전에 마음의 편지로
부대 내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찔렀다가
비공식적인 부대 왕따가 된 사람
바로 기수열외자였기 때문이었다
이등병 관리를 맡은 김 일병조차
박 상병을 가리키며
저 인간은 무시해도 된다며
대놓고 가르칠 정도였다
다만 다른 선임들이 안 보는 곳에서
나는 몰래 박 상병을 선임 대접 해줬고
그 때문에 그 역시 나에겐 고마워 했었다
"많이 배고프지? 자, 받아."
"아...이게..."
"어제 교회 목사님이 주신 건데 나 소보루빵 안 좋아하거든. 일과 시작하기 전에 빨리 먹어."
그렇게 잠시 주변을 살피던 박 상병은
내 건빵 주머니에 소보루빵을 넣어주고선
홀연히 사라졌다
시간을 보니 일과 시작까지
10분 정도 남은 상황
잠시 상황을 살피던 나는
볼일을 보는 척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휴우..."
박 상병의 도움으로 소중한 양식을 얻은 나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소리가 안 나게끔 조심스럽게 봉지를 뜯고선
소보루빵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욱..."
그 때, 빵 한 조각조차 마음대로 못 먹는
내 자신이 갑자기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왈칵 터져나오는 눈물에
순간 눈 앞이 뿌옇게 변해갔다
내가 왜 이런 X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걸까
내가 왜 이런 X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서러운 건
나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편견이었다
'요즘 군대가 군대냐? 옛날에 비하면 그냥 캠프 갔다오는 수준이지~'
'야, 나 때는 너보다 더 심했어~ 요즘엔 때리지도 못 한다면서? 얼마나 편하니?'
'군대가서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다 할 수 있는 거 아냐? 자기계발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티비보니까 요즘 군대는 우리집보다 밥 잘 나오더만 ㅎㅎ 그렇게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는건지 쯧쯧쯧...'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군대를 안 갔다온 사람들조차
그런 말들을 했다
뭐가 힘드냐, 그 정도는 별거 아냐, 나때는 말이야,
먹여주고 재워주고 얼마나 편하냐 등등...
그렇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X년 3월의 어느 날
경기도 모 부대의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개구리 전투복 차림의 어느 이등병은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서러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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