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심심한데 야구 얘기 끼적여 봄.

야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턴제 게임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함.

이닝 초에는 원정팀, 말에는 홈팀이 공격함. 투수의 공을 때려서 베이스를 먹고 먹어서 홈베이스까지 먹어야 점수가 나옴.

베이징뉴비로서 야구를 파다 보니 여기저기 관심이 많이 생겨서 세이버메트리도 공부하고 그러려고 하는데 그렇게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인상깊게 본 말이 있음.

'야구는 서로 아웃카운트 27개를 판돈으로 걸고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 는 것임. 

꺼무위키에서 봤는지 어디서 봤는지 암튼 그럼.

저런 관점에서 보면 투수는 '상대팀의 판돈을 빼앗으려는 사람' 이고 타자는 '우리 팀의 판돈을 지키는 사람' 요렇게 볼 수도 있음. 

뭔가 공수가 바뀐 느낌인거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리팀의 판돈을 지키려는 행동'이 타격이 되는 거고, 이게 쌓이고 쌓여서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거지.

이런 맥락에서 판돈(=아웃카운트)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를 나타내는게 타율, 출루율. 판돈을 얼마나 자주 잃었는지를 나타내는 게 WHIP 뭐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빅볼 짱짱맨 장타 짱짱맨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안 내주고 상대팀 베이스는 쳐먹는거니까.

반대로 희생타, 번트 이런건 자연히 지양해야 하는 플레이가 된다. 내 판돈은 퍼줬는데, 이게 점수로 연결되는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이지. 도루도 그래. 자신없으면 안하는게 낫다. (물론 어느 관점에서 봐도 삼진은 최악. 변수를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이런 마인드를 기본적으로 취하고 나면 다음과 같은 전략들을 생각할 수 있음.

첫째로는 우리 편의 아웃카운트를 소모할 때엔 항상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상대가 지불하도록 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거지. 

달리 말하면 투수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아웃카운트를 지키라고 할 수도 있겠음.

작게는 용규놀이 얘기하듯이 아웃당하더라도 상대 투수의 기운이라도 빼야하는거고, 땅볼을 칠거면 주자를 진루라도 시켜야하고, 외플을 치려면 희플이라도 되도록 해야 함.

우리 두산의 장점으로 꼽히는 게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음. 많은 돡붕이들이 돡을 좋아하는 것도 이 부분일 거고.

다음은 앞에서 말한것처럼 장타 짱짱맨이라는것임. 우리 손해는 없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줘패는건 결국 장타임. 

그런데 장타를 노리면 자연히 스윙은 커지고 삼진은 늘어나게 됨. 결국 한 시즌 정도 단위로 생각하면 너가 삼진 먹는 손해 이상으로 장타를 뽑아 줘야 그 선수를 기용할 의미가 있는 것. 17오쟁과 18오쟁의 차이가 이 부분에 있지 않을까 싶음. (코시까지 잘 쉬고 빵빵 쳐주면좋겠네) 오지환이 등신 소리 듣는것도 정확히 이 부분이지.

그러면 장타를 얼마나 쳐야 이득인걸까? 올 시즌 몇몇 타자들의 HR/SO 값을 살펴보면 저렇더라.

약사 : 44/134     국거박 : 43/114

오잴 : 27/121     쥐현무 : 20/61

오쟁 : 15/119     오지환 : 11/146(!)

종신 : 23/40(!)    채은성 : 25/97

주딱 : 26/89       뽕열   : 34/143

최정 : 35/129     로맥 : 43/123

머호 : 37/75       전준우 : 33/82

사실 통계알못이라... 이 숫자가 어느정도 나와야 이득일까 하는 기준은 잘 모르겠음. 

보고 드는 생각은 김재환, 박병호, 로맥, 최정열 같은 전통적 슬러거 유형과 이대호, 채은성, 주딱, 전준우 같은 유형. 

뭐랄까 중장거리 스타일? 로 나뉜다는 것 정도인듯. 

그리고 종신두산이 올해 얼마나 미쳤는지, 그리고 오지환이 얼마나 등신인지 정도... ?

(오재원과 오지환은 이번시즌 안타/2루타/3루타 수가 대단히 비슷함. 문제는 오지환이 100타수정도 더 많은데 삼진이 30개쯤 더 많음.)

장타가 짱짱맨이지만 오쟁은 앞에서 말한 첫번째 전략에 좀 더 집중해 주면 코시에서 고마울 거라고 생각함.

오쟁이 올시즌 대단히 발전했지만 wRC+는 115 정도. (물론 2루수가 이만큼 해주는게 어디겠냐마는. 오쟁은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봄.)

암튼 위에 있는 타자들은 대부분 올시즌 훌륭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니 저정도 숫자는 찍어줘야 팀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음.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내가 가진 의문이 영웅스윙에 대한 거였음. 

야구 보면서 탐욕 넘치는 스윙으로 헛스윙 삼진하는 타자한테 쌍욕 박아 본적 있을거임.(10월 김재환...??ㅋㅋ) 

근데 그게 그렇게 무의미한 행동일까? 하는게 내 의문이었음.

김재환의 경우 올시즌 176안타 44홈런, 박병호 138안타 43홈런 로맥은 167안타 43홈런 최정은 99안타 35홈런 뭐 이런식임. 

대충 안타 중에 1/3~1/4 정도는 홈런인 셈이지.

그러면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이런 선수가 들어서면 장타를 노리느냐 단타를 노리느냐 뭐가 이득일까?

1점이라도 낼 확률을 생각하면 대충 짱깨식 계산으로 타율 3할에 안타 중에 홈런일 확률 생각하면 1/9~1/12 정도 확률이 됨.

안타로 한 점 내려면 극단적인 경우 단타 단타 단타라면 3할3푼 치는 타자 셋이 주루룩 나와도 1/27임.

이렇게 보면 영웅스윙이 그렇게 나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물론 주자가 득점권에 있거나 이런 상황이면 얘기가 다름. 단타한방이면 2루주자가 들어올수있는데 영웅스윙? 이건 좀...)

암튼 뻔한 얘기 주절주절 써 봤음. 결론은 상황에 맞는 배팅이 있다는 뻔한 얘기인 것 같지만 

적어도 주자없는 상황에서 슬러거의 영웅스윙이 그렇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얘길 하고 싶었음.

내일 류딸 경기랑 겆칰 2차전 재미있으면 좋겠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