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2018.05.31 오전 07:02

최종수정2018.05.31 오전 07:02


2018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최주환이 2회말 무사1루 좌중월 홈런을 날린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 5. 30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도대체 프로 몇년차 선수야?’

팬들이 올시즌 해결사 본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두산 최주환을 보면서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앳된 얼굴에 프로야구선수로는 그리 크지 않은 체구를 지녀 더 어려보이는데 알고보면 최주환은 1988년생 올해 만 서른살로 프로 13년차 선수다. 팀의 주장 오재원(33)보다 1년 빠른 2006년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를 거쳐 FA로 LG에 둥지를 튼 김현수, 포수 양의지와 입단 동기다. 타점 본능 만개가 우연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은 내공을 통해 다져진 실력의 발현임을 알 수 있다.

광주동성고를 졸업한 최주환은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09년까지 4년간 1군 출전경기 수가 32경기에 불과했다. 타수는 그보다 적은 31타수였다. 워낙 두꺼운 두산의 선수층때문에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2010년 상무에 입대해 2년간 복무했고, 2012년 복귀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2루와 3루 유격수까지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는 최주환은 주로 내야 백업요원으로 뛰며 알토란 활약을 했다. 특히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그의 공격적인 타격성향은 싸움닭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워낙 두산의 선수층이 두꺼운데다 체력이 약하다는 평이 따라붙으며 백업요원 딱지를 떼지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답답해하며 의욕이 꺾일 수도 있었지만 최주환은 달랐다. 술담배를 하지 않는 건실한 생활습관에 겨울이면 헬스클럽을 찾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라테스, 태권도까지 섭렵하며 탄탄하 몸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129경기에서 399타수 120안타 타율 0.301에 57타점으로 데뷔 처음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타자 반열에 올랐다. 올해는 장타력을 더 끌어올리고 득점권 찬스에서 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9일까지 타율 0.316에 6홈런을 치면서 타점 42개로 이 부분 공동 4위에 올라있다. 40타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 중 홈런수가 가장 적지만 득점권 타율은 0.400이나 된다. 일발 장타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찬스에서 더 강한 면모를 알 수 있다. 30일 잠실 SK전에서는 4-0으로 앞선 2회말 좌월투런홈런(7호)을 터뜨려 타점을 44개로 늘렸다.

최주환은 “제가 김현수랑 동기고 김재환 보다 선배인데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 허허 웃은 뒤 “어리게 봐주면 좋지 않나. 어쨌든 실력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서 오래오래 야구 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두산에는 늦깎이 선수들이 유독 많다. 실력을 인정받으면서도 두꺼운 선수층에 가려 빛을 보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리는 경우다. 유격수 김재호도 오랜 백업생활을 거쳐 2013년에 비로소 주전자리를 꿰찼고 2015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08년 입단한 김재환도 2016년에야 비로소 파워히터로서 잠재능력을 터뜨렸다. 타점본능을 폭발시키기 시작한 서른살 최주환의 야구인생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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