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잘 나가는 집안 두산에도 고민은 있다. 바로 1루수 자리다. 지난 1년간 두산 부동의 1루수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던 오재일(32)이 부진에 빠지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화수분을 자랑하는 두산이지만 1루수 자리는 그렇지도 않다. 오재일이 부진할 때 대체선수들이 나와주면 좋은데 1루수 자리에는 될성 부른 떡잎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재일은 19일까지 56경기에서 타율 0.212에 9홈런 35타점을 기록중이다. 파워는 여전하지만 타격감을 완전히 잃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0.113에 불과하다. 2군에도 내려갔다왔지만 아직 감을 못 찾고 있다. 이럴 때 확실한 백업요원이 있다면 오재일이 회복할 시간을 벌고 또 자극도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일까지 올시즌 두산의 1루수 출장 명단을 보면 오재일이 219타석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오재원(16타석), 김민혁(16타석), 신성현(12타석), 지미 파레디스(11타석), 최주환(8타석), 류지혁(4타석)이 뒤를 잇고 잇는데 주포지션이 2루와 3루, 외야 등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백업선수로 분류하기가 애매하다. 2군을 둘러봐도 확실한 1루수 요원이 없다.

지난 2년간 두산 1루수 자리는 주전 오재일에 외국인선수 닉 에반스 백업 체재로 태평성대를 이뤘다. 오재일은 2016년부터 거포 잠재능력을 터뜨리며 2016년 27홈런 92타점, 2017년 26홈런 89타점으로 만점 활약을 했다. 에반스는 지명타자와 1루수를 번갈아 소화하며 2년간 51홈런 171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그런데 올해는 에반스 대신 선택한 외국인선수 파레디스가 극도의 부진끝에 퇴출됐고 아직 대체용병을 찾고 있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한화에서 데려온 우투우타 신성현에게 그 역할을 기대했는데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후 좀처럼 방망이가 달궈지지 않고 있다. 미래의 4번타자로 평가받는 김민혁은 당당한 파워를 지녔지만 군문제도 해결해야해 1루수로 돌리기엔 어려움이 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넓은 홈구장을 고려해 일발장타형 보다는 빠른 중거리타자형을 선호했다. 또 외국인타자가 1루수를 맡는 경우도 많았다. 이미 은퇴하거나 타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1루수를 경험한 선수들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대체선수가 마땅치 않은 현 상황에서는 오재일이 빨리 타격감을 찾는 수 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은 “당분간은 오재일에게 더 기회를 줄 것이다. 어제 안타도 하나 쳤다”고 말했다. 말의 뉘앙스를 들여다보면 일정기간이 지날 때까지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의미가 짙게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