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뭐 남들 다 가는 군대인데 유난이다라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만... 오늘따라 유난히 막 마음이 복잡하고 꼬였고 그래. 잡념이 많다고 하나. 울고 싶기도 하고. 근데 이걸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부모님한텐 차마 못 말하겠다. 가뜩이나 걱정하실텐데 더 얹어버리기만 하고. 그래서 그냥 그나마 내가 평소에 정신적으로 위안 얻어가던 돡갤에라도 익명으로 털어버린다.

사실 오늘 우리 학교에서 채용박람회가 열림. 난 휴학계 내러 학교 갔다가 거기 서서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때도 개강 시즌이겠다 유난히 활기가 넘치더라고. 그거 보면서 1차로 조금 기분이 미묘해짐. 내가 이제 2년간은 이런 분위기, 이런 활기에서 벗어나 좀 더 억압되고 스트레스 받는 곳으로 가겠구나 해서?
그러다가 거기서 같은 과 여자 동기를 만남. 여기서 뭐하냐 하니까 취업 정보도 얻을 겸 인턴십 정보도 얻으려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걍 나도 겸사겸사 들을까 하고 앉아서 설명 들으면서 '재밌겠네 뭐...'하고 있는데, 그 순간 2차로 실감이 확 오더라. 내가 이걸 듣고 있어봤자, 어차피 2년 동안은 아무 쓸모가 없겠구나... 근데 2년 후면 얘는 졸업해서 취직할 수도 있을텐데 나는 인턴 찾아다니면서 학교 다니고 있겠네... 얘 인턴이랑 과외랑 대외활동 하면서 돈 벌고 하고 싶은 것 하는 동안 난 아등바등 군월급 쪼개고 저축하면서 뺑이 치고 있겠네... 뭐 그런 생각? 사실 나도 지금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아직 할 게 너무 많은데. 그 모든 걸 강제로 포기하고 내가 하기도 싫은 것들을 억지로 해야되는 것도 모자라서 너무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억울하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억울하니까, 내가 왜 가야되는거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를 않더라고.
내가 잘못한건가? 세상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쥐꼬리만한 돈 받으면서 하는 게 이게 내가 지금 이 나이에 2년 태워가면서 할 일인가? 난 정체되고, 걘 앞서가는데, 난 왜 정체되어야 하지? 남자라서? 몸이 건강해서? 여자로 태어나지 못해서?
이런 못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얽혀가는데 도저히 정리가 안 되고, 애써 남들 다 가는 거고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겠거니 하면서 추스르려고 해도 추스려지지 않더라... 그래서 스트레스 받으면 노래방 가서 소리지르듯 나도 그냥 돡갤에 끄적여봤어. 이러니까 좀 많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두서없는 글 읽었으면 읽어줘서 고맙고 나도 돡도 그리고 돡붕이형들도 항상 행복하고 하고 싶은 일 즐기면서 살았음 좋겠다. 좋은 밤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