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요? 혼자 치킨 시켜 먹었는데…."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팬들은 묵묵하게 개인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운 투수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두산 김승회(31)는 지난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7⅓이닝 1실점하며 시즌 6승(6패)째를 따냈다. 2006년 기록한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김승회는 올해 유난히 승운이 없었다. 4승 이후 1승을 추가(9월16일 LG전)하기까지 무려 52일이 걸렸다. 그가 등판하는 날만 되면 비가 내렸고, 태풍이 몰아쳤다. 마음고생은 딱 여기까지였다. 시즌 다섯 번째 승리를 챙긴 후 바로 다음 경기에서 6승 고지를 밟았다. 

유필선(42) 두산 전력분석원은 "직구 최고 시속이 140㎞대 중반이지만 볼 끝은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직구 궤적으로 오다 떨어지는 포크볼의 위력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잠실구장 근처에서 혼자 사는 그는 6승째를 따낸 후 집으로 돌아가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시켜먹었다고 했다. 20여 건 정도 온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답도 하며, 데뷔 10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를 자축했다. 소박했지만, 그래서 더 빛났다. 

-개인 최다승 타이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6승 이상이었다. 남들에게는 높은 승수가 아니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4승 달성 후에는 9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됐는데. 
"승운이 잘 따르지 않는 경기가 많았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11번 기록했는데, 타선 지원이 없거나 혹은 비 때문에 연기되는 경기도 여럿이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개인 최다승 타이 달성 후 뭐했나. 
"혼자 산다. 집에 가서 치킨을 배달해 먹었다. 축하? 지인들이 문자 메시지를 20통 정도 보냈더라. 별 일 없이 일찍 잤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팬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강판할 때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은 건 데뷔 10년 만에 처음이다. 나도 솔직히 놀랐다(웃음).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 싶어서 떨렸다." 

-지난해와 올 시즌 초까지 대량실점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올해들어 변화구가 다양해졌다.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다 보니 컨디션이 나쁠 때 안타를 맞고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스피드만 내려고 욕심을 냈던 것 같다. 올해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배웠다. 최근 3~4경기 전부터 던지기 시작했는데 이후 승리도 늘었다. 예전에는 변화구 하나 익히는 데 1~2년도 모자랐다(웃음). 이제는 배우면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붙었다." 

-김진욱 감독을 만나 달라졌다는 평가다. 
"감독님께서 '변화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느린 직구가 변화구다. 타자 잡는 건 빠른 공이 아니라, 타이밍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후 공을 던지는 마인드가 확실하게 달라졌다." 

-목표는.
"10승에 가까워지고 싶다. 포스트시즌에 감독님께서 어떤 보직을 주시든 성실하게 소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