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멍이 든 채 숨진 여고생을 학대한 혐의로 50대 신도가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여고생이 숨지기 약 열흘 전부터 아침마다 교회 주변에서 또래 여성들이 군대 행렬처럼 무리 지어 걸어가는 등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여고생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인천 남동구 모 교회와 관련해 10일 전부터 20세 안팎의 여성 20명 정도가 매일 오전 7시30분쯤 교회 주변을 걸어 다니는 걸 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교회 일대는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와 떨어져 있고 주변에 경작지가 많아서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여성이 단체로 모여 있는 모습이 특히 눈에 띈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열흘 전부터 갑자기 여성 20명 정도가 아침마다 오와 열을 맞춰 교회 주변을 걸어 다녔다”며 “마지막으로 목격한 건 15일이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학대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A(17)양이 밥을 먹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시점도 지난 15일 오후 8시쯤이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양은 4시간 만에 숨을 거뒀으며,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을 '폐색전증(폐동맥이 막히는 증상)'으로 추정했다.

목격자가 가장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여성들의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상한 점은 서로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걸어서 마치 군대를 보는 것 같았다”며 “당시 이들의 복장은 간편한 추리닝 차림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숨진 A양이 여성 무리에 섞여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아침마다 교회 주변에서 여성들이 목격됐던 시기는 교회 설립자인 박모 목사가 성경 세미나를 목적으로 전국 교회를 순회하는 가운데 인천에 있는 해당 교회를 방문한 시기(12~14일)와도 겹친다.

박 목사는 이번 성경 세미나에서 '죄에서 벗어나'란 주제로 하루 두 번씩 총 5차례 성경 강연을 펼쳤다.

한편 A양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가 교회에서 함께 지내던 A양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신도 B(55·여)씨를 전날 구속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소방당국의 공조 요청을 받고 현장에 나간 경찰은 A양의 두 손목에 결박 흔적이 있고 온몸에 멍이 있는 점을 미뤄 A양이 학대당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B씨를 긴급체포했다.

현재 경찰은 학대가 A양 사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는지와 이번 사건에 교회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측은 B씨의 학대 혐의에 대해 “A양이 평소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자해하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20세 안팎의 여성 무리가 아침마다 군대 행렬처럼 교회 주변을 걸어 다녔다는 목격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