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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대 위로했던 여성국극(국극 배우들 인터뷰 50년대 인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38) 2024.09.27 11:14:15
조회 1003 추천 0 댓글 0


해피엔딩 연기 ‘아이돌’ 못잖은 인기

여성국극의 전성기는 1950년대였다. 이소자는 1951년 여성국극 배우로 데뷔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수도였던 부산에서였다. 그는 ‘소리’(판소리)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늘 조연 자리에 머물러야 했지만, ‘가다키’(남성 역할을 맡은 조연으로, 악역을 뜻하는 일본말)로는 이름을 날렸다. 이소자는 당대 여성국극 스타로 남성 주인공을 주로 맡았던 임춘앵을 해코지하는 남성 역을 도맡아 했다. 가수 패티킴이 ‘이소자는 내 마음속 스타’였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이소자는 그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극장에서 공연이 끝나면 팬들이 집에 안 가고 구름처럼 극장 앞에 서 있었지. 여성국극 배우들이 극장을 빠져나갈 때 얼굴 한번 보고, 손 한번 잡아 보려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21세기 아이돌 팬덤과 마찬가지로 당시 여성국극 배우는 팬을 몰고 다녔다. 남성 역을 맡은 배우들은 여성 팬한테서 혈서가 적힌 연애편지까지 받을 정도였다. 남성 역을 맡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조금앵은 여성 팬이 결혼식을 해달라고 해서 가상결혼식을 올리고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요즘도 콘서트나 뮤지컬 등 문화예술 공연장을 찾는 이들은 여성이 대부분이다.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여성국극 팬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공연이 열릴 때마다 전국에서 여성국극을 보러 오는 팬이 많았다.

북한 원산에서 사범학교를 나온 조영숙은 이소자와 같은 해 데뷔해 여성국극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조영숙은 ‘춘향전’에서 방자 역을 많이 해 ‘삼마이’(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에서 유래된 말로, 웃음을 담당하는 조연)로 불렸다. 조영숙은 “여성국극 단장이 집에 금덩이 대여섯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여성국극은 인기가 있었다”며 “하루에 공연을 세번씩 했다. 몸은 고단했지만, 인기가 있었기에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영숙은 임춘앵의 대역배우를 할 만큼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힘들게 살던 시대였고, 여성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여성국극에선 항상 남성이 여성을 보호하고, 서로 순정을 지키며 사랑하는 해피엔딩이었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기에 여성국극은 힘든 삶을 살던 여성들에게 꿈을 선사하는 예술이었다.

당시 여성국극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외국 작품도 많이 번안해서 공연했다. ‘일제강점기에 쇠퇴한 전통음악, 국악을 대중 눈높이와 맞춰야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런 다양성과 포용성은 지금도 여성국극의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3세대 배우 박수빈은 이렇게 설명한다.


“판소리는 가사도 어렵고 독특한 발성 때문에 알아듣기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여성국극은 ‘연극 소리’라는 걸 써요. 작품 이야기에 맞게 예쁜 목소리, 꾸며낸 발성을 사용하는 거죠. 이 때문에 여성국극을 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게 여성국극의 장점이에요. 이런 특징으로 여성국극을 한국 최초의 케이(K)-뮤지컬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2세대 여성국극 배우들은 1세대 배우들의 공연을 본 뒤 데뷔한 경우가 많다. 1963년에 데뷔한 이미자도 그랬다. “고향 인천에서 임춘앵 공연을 본 뒤 책가방을 던져 버리고 여성국극 배우가 됐죠.” 그도 악역 전문인 ‘가다키’로 주목받았다.

“악한 역을 하면 객석에서 ‘저놈, 죽여라!’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었죠. 그럴 때마다 쾌감을 느꼈어요. 그 정도로 내가 연기를 잘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임춘앵 같은 스타 못 키워내”

1968년에 데뷔한 이옥천도 9살 때 고향 경주에서 임춘앵 공연을 보고 여성국극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 뒤 서라벌예술대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여성국극단을 이끌며 전국 공연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여성국극단을 운영해 본 박록주 선생을 찾아가서 창단하겠다고 했더니만, ‘잘 안될 것’이라며 손을 내저으셨어요. 하지만 저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1959년에 데뷔한 김성예는 여성국극 집안 출신이다. 여성국극 스타 박옥진과 연출가 김향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그의 언니는 연출가 손진책과 마당놀이 장르를 개척한 김성녀다. 김성예는 “‘레전드 춘향전’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연하기로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 도와주고 싶었다”고 했다.

여성국극 인기는 1960년대 이후 쇠퇴기를 걷는다. 공연이 사라지면서 어떤 이들은 밤무대 활동을 해야 했고, 보험 영업을 하거나 식당에서 일하기도 했다. 결혼하면서 무대를 떠나기도 했다. 약장수와 함께 전국을 다니며 공연하거나 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생계를 꾸려나가다 무대가 생기면 다시 모여 공연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여성국극의 쇠퇴 이유는 무엇일까.

“임춘앵 같은 스타를 계속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 부족했어요. 스타가 있어야 관객도 있는데, 그런 게 부족했죠.”(이소자)

“여성국극이 인기가 있다 보니 실력 없는 단체가 늘어나면서 공연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죠.”(조영숙)

“텔레비전이 안방극장을 차지하면서 극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서예요.”(이미자)

“당시 민속학자 중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더니 여자들이 밖으로 나와 여성국극 배우로 활동하는데, 이건 국악의 수치’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어요. 여성국극의 예술 가치를 비판한 게 아니라, 무조건 비난만 한 거예요.”(황지영)

그럼에도 이들은 여성국극을 향한 열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소자는 2011년 사비 2억원을 투자해 여성국극 ‘대춘향전’을 무대에 올렸다. 국가무형문화재 ‘발탈’(발탈꾼이 포장막 안에 앉아 발바닥에 탈을 쓰고 어릿광대와 재담을 나누며 노래하는 민속극) 보유자인 조영숙은 공연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여성국극을 같이 선보였다

3세대 배우들 “소극장 공연도 필요한 때”

‘레전드 춘향전’을 위해 이들은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연습을 이어오고 있다. 공연은 도입부부터 나이와 세대를 초월하는 전설 같은 무대를 암시한다. 먼저 2세대 배우 김성예(춘향)가 몽룡을 그리워하며 판소리 ‘쑥대머리’를 부르면 3세대 황지영(춘향)이 등장해 김성예의 노래를 이어받아 부른다. 곧바로 2세대 이옥천(몽룡)이 춘향의 편지를 읽고, 3세대 박수빈(몽룡)이 그 편지를 따라 읽는다.

이어 다큐멘터리 영상이 여성국극과 1세대 배우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이 영상을 보던 1세대 조영숙(월매)이 무대로 올라 “달도 밝은데 춘향이와 향단이는 어디 있냐”며 창을 부르면서 ‘레전드 춘향전’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연출을 맡은 최병규 감독은 “여성국극 선배들이 걸어간 힘들고 어려운 길을 후배들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런 장면을 통해 여성국극 세대 간 대통합의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예술단 지도위원인 최 감독은 2011년 여성국극 ‘대춘향전’ 연출도 맡았다. 제목에 ‘레전드’가 들어간 이유는 1·2세대 전설의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뜻도 있지만, 새로운 전설을 만들겠다는 의미도 있다.

‘레전드 춘향전’ 제작을 맡은 곳은 여성국극제작소(공동대표 박수빈·황지영)다. 박수빈과 황지영은 3세대 여성국극 배우로서 제작도 하고 무대에도 서는 셈이다. 박수빈은 기획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2·3세대 여성국극인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1·2세대 선생님들이 살아 계실 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성국극은 계보도 있고 역사도 있죠. 이런 전통이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걸 무대에서 전달하고 싶어요. 선배들 열정이 후배들에게도 이어져 지속 발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 드릴 생각입니다.”

2020년 여성국극제작소를 함께 꾸린 박수빈과 황지영의 연결고리는 1세대 조영숙이다. 두 사람 모두 조영숙의 제자다. 판소리를 배우던 중학생 박수빈이 1998년 서울 정동극장에서 조영숙과 여성국극 무대에 오르며 인연을 맺었다. 박수빈은 “판소리 선생님은 보통 무서운 분들이 많다. 제가 잘 못하면 고함을 치시거나 혼을 내기도 했다”며 “(조영숙) 선생님은 조곤조곤 얘기하시면서 ‘괜찮아. 이렇게 한번 해봐’라고 얘기해주신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황지영은 9살 때 조영숙의 제자가 됐다. 황지영은 “어릴 때부터 여성국극에 관심이 있어 자연스럽게 제자가 됐다”며 “선생님은 ‘여성국극인들이 하나로 단결해 공연을 활성화하고, 여성국극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최병규 감독은 “여성국극 선배들이 걸어간 힘들고 어려운 길을 후배들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런 장면을 통해 여성국극 세대 간 대통합의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예술단 지도위원인 최 감독은 2011년 여성국극 ‘대춘향전’ 연출도 맡았다. 제목에 ‘레전드’가 들어간 이유는 1·2세대 전설의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뜻도 있지만, 새로운 전설을 만들겠다는 의미도 있다.

‘레전드 춘향전’ 제작을 맡은 곳은 여성국극제작소(공동대표 박수빈·황지영)다. 박수빈과 황지영은 3세대 여성국극 배우로서 제작도 하고 무대에도 서는 셈이다. 박수빈은 기획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2·3세대 여성국극인의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1·2세대 선생님들이 살아 계실 때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여성국극은 계보도 있고 역사도 있죠. 이런 전통이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걸 무대에서 전달하고 싶어요. 선배들 열정이 후배들에게도 이어져 지속 발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 드릴 생각입니다.”

2020년 여성국극제작소를 함께 꾸린 박수빈과 황지영의 연결고리는 1세대 조영숙이다. 두 사람 모두 조영숙의 제자다. 판소리를 배우던 중학생 박수빈이 1998년 서울 정동극장에서 조영숙과 여성국극 무대에 오르며 인연을 맺었다. 박수빈은 “판소리 선생님은 보통 무서운 분들이 많다. 제가 잘 못하면 고함을 치시거나 혼을 내기도 했다”며 “(조영숙) 선생님은 조곤조곤 얘기하시면서 ‘괜찮아. 이렇게 한번 해봐’라고 얘기해주신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황지영은 9살 때 조영숙의 제자가 됐다. 황지영은 “어릴 때부터 여성국극에 관심이 있어 자연스럽게 제자가 됐다”며 “선생님은 ‘여성국극인들이 하나로 단결해 공연을 활성화하고, 여성국극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황지영은 지난해 조영숙이 출간한 책 ‘여성국극의 뒤안길’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짚었다.

“나에게는 영 놓지 못하는 예술세계가 있다. 여성국극,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그의 몰락에 안타까운 마음은 꿈속에서도 못 잊는다. 먼저 가신 분들과 꿈속에서도 여성국극의 무대를 분주히 오간다. 대한민국의 여성국극이란, 전통국악예술을 근본으로 하고, 특히 판소리를 근간으로 만들었다. 연극, 음악, 창, 무용을 망라해, 여성국극인들이 소리극 무대로 표출하여 이루어 낸, 국악 무대예술의 총체적 결정체이다.”

그는 구순에 이른 스승의 가슴을 여전히 뛰게 하는 여성국극의 매력을 이 부분을 통해 다시 깨닫게 됐다고 했다.

3세대 배우들은 여성국극의 부활을 위해 현실에 적합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자 여성국극제작소 창립에 뜻을 모았다. 박수빈은 말했다.

“과거 여성국극은 웅장하고 으리으리하게 만들었어요. 큰 공연장에, 대규모 인원에, 많은 투자를 받아 제작되곤 했죠. 1·2세대 선생님들은 그때를 많이 기억해요.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우리는 현실적인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여성국극을 많이 제작해보려고 해요. 소극장 무대를 활용하기도 하고 1인극, 3인극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여성국극의 대명사 같은 단체로 만들고 싶어요. 혼자서는 하기 힘든데, 황지영이라는 재주 많은 배우가 함께해줘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죠.”

황지영이 말을 이었다. “언니(박수빈)가 원체 여성국극에 애정이 많았죠. 제안받았을 때 많은 이들에게 여성국극을 보여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해 받아들였죠. 제작소를 만들면서 목표가 확고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성국극제작소를 창립한 2020년 당시는 코로나19 때문에 문화계 전체가 큰 타격을 받던 시절이었다. 그 고비를 어떻게 넘겼을까.

“코로나19 때문에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언제 끝날지 모를 때였잖아요. 그래서 공연계는 모두 손을 놓았죠. 하지만 우리는 여성국극을 계속하자고 했어요. 공연을 다시 하게 되면 여성국극을 보러 더 많은 사람이 올 거고, 공연을 못 하게 돼도 저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국극을 이어나갈 생각이었어요.”(황지영)

“여성국극은 항상 코로나19였고, 항상 거리두기였다고 생각했죠(웃음). 코로나19 때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야외 공연을 하기도 하고, 안산에서 거리두기 방식으로 공연하기도 했죠. 종로문화재단의 다양성 연극제에 2인극 ‘삼질이의 히어로’가 뽑혀 활동을 이어갔고요.”(박수빈)

‘레전드 춘향전’을 올리는 공연장이 서울이 아닌 안산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안산은 다문화로 특화했고 상업적으로 번화한 곳이기도 하죠. 즉 다양성·포용성·복합성·대중성이 넘치는 도시입니다. 다양성·포용성 등은 여성국극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안산에서 여성국극의 뿌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입니다.”(박수빈)



62살 차이…무대 위에선 세대차이 무색

1·2·3세대가 함께 준비하고 연습하는 게 쉽지는 않다. 1세대 최연장자(93살 이소자)와 3세대 최연소자(31살 황지영)의 나이 차이는 무려 62살이다. 할머니·손녀뻘의 배우가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국극을 향한 열정 하나만으로 무대 위에선 세대 차이나 나이 따위는 모두 잊힌다.

“1·2세대 선배님 가운데는 무릎이 아주 불편하신 분도 계시고, 허리가 안 좋으신 분도 계세요. 평소엔 잘 걷지도 못하는데 예행연습할 때는 발로 무대를 쾅쾅 치고, 앉아 있다가도 벌떡벌떡 일어서세요. ‘아픈 몸에서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그분들이 내는 소리도 우렁차죠.”(박수빈)

“국악계에 있으면서 여러 선생님들과 공연해 봤지만, 여성국극 선배님들의 에너지와 열정은 차원이 달라요. 여성국극을 보면 그 매력에 안 빠질 수 없어요. 무대·연출·음악·연기·소리, 이 모든 것이 정말 농염하고 섬세하거든요.”(황지영)

중국과 일본에도 여성만으로 공연하는 전통극이 있다. 중국의 월극은 1906년 옛 월나라 땅인 저장성 일대에서 생겨나 상하이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월극은 경극과 함께 중국의 4대 전통극으로 꼽힌다. 월극은 섬세하고 서정성과 우아함을 갖춘 예술 장르로 명성을 얻었고,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의 여성극은 다카라즈카다. 다카라즈카는 일본 간사이 지역 고베 근처에 있는 작은 도시의 이름이면서 이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여성 가극단을 이른다. 일본 철도회사인 ‘한큐 전철’의 창립자인 고바야시 이치조가 1913년에 창단했다.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 일본의 순정만화, 문학작품을 활용해 공연한다.

여성국극인들은 중국·일본의 여성극을 어떻게 평가할까? “월극은 중국 전통적인 느낌, 다카라즈카는 전통을 배제한 느낌을 주는 공연이죠. 반면 여성국극은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서구적인 요소를 가미한 공연이에요. 월극은 문화재로 인정받아 정부 지원을 받고, 다카라즈카는 대중성을 바탕으로 기업 지원을 받고 있죠. 그런데 여성국극은 정부나 기업에서 지원받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죠.”(박수빈)

물적 기반이 약한 여성국극의 현실에 배우들이 목소리가 더 커졌다.

“여성국극은 요즘 말로 ‘걸크러시’(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의 원조였죠. 남자보다 아름다운 꽃미남 언니들이 나와 섬세하게 연기와 노래를 했으니까요. 여성국극이라는 장르가 사라진다면 국가적인 손실이죠. 손실!”(김성예)

“여성국극을 스쳐 가는 바람처럼 잊어서는 안 돼요. 여성국극의 국가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모든 분이 관심 가져주시길 바랄 뿐입니다.”(조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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